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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한 특집은 경비회사와 짜고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을 몰래 촬영해 물건을 훔친 것이 결정적으로 포착되면 훔친 사람의 뒤를 쫓아 사무실에 데려와 자백을 받아내는 내용이었다. 그중 죄질이 나쁜 사람은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일본도 사람 사는 곳이라, 어느 곳이나 도둑이 있고 소매치기도 있고 강도도 있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좀도둑이 적거나 소매치기나 사기꾼이 덜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란 원래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배우거나 못 배우거나 돈이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이런 좀도둑질은 일어 나는 게 일반적이리라.

어제 본 것 중 안타까웠던 것은 대부분이 부유하지 못한 영세민들이라 훔친 물건들이라는 것이 대부분 식료품이었고 생필품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는 외국인도 여러 명 있었는데 점포측에서 경찰에 신고하여 체포되었다. 그중 한사람은 중국인이었다. 경찰에 신고한다는 점포측의 말에 경찰이 알면 강제 귀국해야 한다며 울고불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애처롭게 빌었지만 점포측에서는 강제귀국문제는 자기와는 아무관련이 없다는 얼굴로 경찰을 불러, 경찰들은 그를 데리고 갔다.

그 중국인 여자가 물건을 훔친 짓이야 나쁜 범죄지만 그렇게 울고불고 사죄하는데도 경찰까지 불러 중국으로 강제귀국까지 될지 모르는 상황을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점포측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실제로 그가 좀도둑질로 강제귀국되었는지 안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은 있는 일이었다.

10원, 20원 남기며 장사하는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려는 사람이나 그 물건을 도둑맞지 않으려고 지키는 사람이나, 사람으로써의 따뜻한 정이 메마른 행동 같다.

사실 이런 내용의 방송이 좀도둑질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사전경고의 역할로 사회적으로 유익한 내용이라는 얼굴을 하고 방송을 내 보내지만, 역시 방송의 본질은 시청률과 물건을 훔치다 들킨 사람들의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재미로 보여주는데 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물건을 훔쳐 처벌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람이 불법적 행동을 하여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재미 삼아 방영하는 것은, 공익이란 얼굴을 가장한 범죄자의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행위로 생각된다. 그것도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세상만사 이판사판 속이고 속는 냉정한 세계가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사람을 완전히 믿고 물건을 지키는 사람이 없이 구매자들이 스스로 쓰여져 있는 물건값을 계산하여 돈 통에 넣는 무인 판매소도 있다.

세상사 정말 요지경이다

▲ 나무로 만든 돈통
ⓒ 안호진
이런 무인 판매소가 있는 우리동네는 집이 반이고 간혹 공장이나 창고가 있으며 동네의 반쯤은 밭이다. 아직 밭에는 뛰엄뛰엄 파나 양배추들이 눈에 뛴다. 어찌 되었건 주소가 동경인데도 이쪽 저쪽에서 농사를 지으며 한편으론 자영업을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 일 것 같다.

이 무인 판매소는 우리동네 주택가에 있는데 제법 집도 좋고 정원도 널찍하다. 가끔은 동네 사람이 아닌 듯한 사람들이 승용차를 가지고 와서 이것저것 물건을 차에 실어 가는 모습도 보인다.

물건 가격은 동네 점포의 절반 가격보다 싸게 파는데 아마도 직접 재배한 것을 파는 듯하다. 여러 가지 채소들을 내어놓고 팔고 있는데 다들 정직하게 물건값을 계산하여 돈 통에 잘 넣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 무인 야채 판매소가 내가 이 동네로 이사한 이래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좀도둑이나 사람들이 무리하게 적게 계산하여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무인판매소와 경비인이 지키고 있는 대형 판매소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한 거리에서 두개의 판매 형태를 가진 가게가 존재하는 것은 논리나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이 세상살이의 재미인가 보다. 요지경 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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