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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어제 너의 파리 여행 계획을 들었다. 다음주 월요일에 출국하여 열흘 정도 여행할 계획이구나. 그 소식을 들으니, 다시 한 번 지난 유럽여행의 추억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훌쩍 떠나는 네가 부럽다. 정말이지 나도 간절히 또 가고 싶다. 후회없는 여행이 될거다.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너는 프랑스 파리만 집중적으로 여행한다 하니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내가 너 떠나기 전에 혹시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들을 생각나는 대로 해주고 싶구나.

우선 나의 파리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놓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말해볼게. 파리뿐만 아니라 전 유럽여행에서 해당되는 것이겠지만, 거긴 정말 노천카페가 많다. 거리 곳곳에 있는 멋진 노천카페들.. 아무리 고생하는 여행이라지만 이런 데에선 너무 돈 아끼지 말아라. 걷다가 맘에 드는 노천카페에는 일단 들어가라. 카푸치노나 생맥주가 제격이다. 노천카페에서 카푸치노 한 잔 멋들어지고 운치 있게 즐길 여유도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윽한 카푸치노 내음을 음미하며 탁자에 엽서 한 장 꺼내놓고 끄적인다면 더욱 좋겠지.

▲ 유럽의 도시들마다 곳곳에 있는 노천카페
ⓒ 김태환
또 하나, 파리는 예술의 도시다. 그에 걸맞게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거리의 예술가들이 많다. 통기타 하나 둘러매고 노래 부르는 사람을 비롯해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까지... 그런 다양한 거리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를 십분 즐기고, 덧붙여, 감상한 뒤에는 동전 한닢 떨구어주는 따뜻한 매너 또한 잊지 않는다면, 작지만 풋풋한 즐거움을 느끼는 여행이 될 것이다.

몽마르뜨르 언덕 꼭대기에 올라 계단에 앉아 내려다보는 파리 전경은 파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나는 유럽여행의 마지막날, 긴 여행의 대미를 이곳에서 장식했다. 붉은 노을과 함께 저물어가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난 잊을 수가 없다. 저 아래로 낮고 평평하고 넓게 깔린 파리 시내를 바라보던 몽마르뜨르 언덕 그곳엔, 역시 거리의 음악가가 있었다. 통기타 하나 달랑 매고, 비틀즈의 'let it be' 를 멋들어지게 부르던 거리음악가가...

▲ 몽마르뜨르 언덕에서 내려다 본 파리 시내 전경
ⓒ 김태환
한편, 프랑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사실 너무 많지만) 바로 베르사유 궁전! 17~18세기 유럽 최고의 양대 세력가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와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 이들이 서로 경쟁하듯 증축한 것이 바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궁전'인데, 합스부르크가의 궁전은 '쉰부른 궁전' ,그리고 부르봉가의 궁전이 '베르사유 궁전'이다.

나는 오스트리아 '빈'에 머무를 때 쉰부른 궁전에 가 보았고, 프랑스 파리에 머무를 때 베르사유 궁전에 가 보았다. 궁전만 봐도 이들 두 왕가가 과연 유럽 최고의 왕가로서 쌍벽을 이뤘다는 걸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둘 다 엄청난 규모지만, 특히 베르사유 궁전은 쉰부른 궁전보다 훨씬 크다.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광활한 넓이에 입을 다물지 못했으니까.

▲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전경
ⓒ 김태환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준다. 이 자전거를 타고 궁전을 둘러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자전거를 빌려 타고, 궁전 정원 한 가운데에 있는 대운하를 한 바퀴 돌았다. 촉촉하게 내리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으며 큰소리로 노래 부르며, 영화에나 나올 듯한 숲길을 지나 자전거 페달을 밟는 기분은 여지껏 체험해보지 못했던 쾌감이었다.

프랑스 맥주 '1663'과 '크로넨부르그'는 가히 그 맛이 예술이다. 맥주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마셔도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간 마셔본 맥주와는 다를 것이다. 좋은 맥주란 넘어갈 때 쓰디쓴 맛으로 인해 얼굴이 찌푸려지지 않고, 포카리 스웨트 넘어가듯 스르르 넘어가는 맥주인 것 같다. 내가 유럽에서 마셔본 독일 맥주와 위에 말한 프랑스 맥주가 그러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는 정말 싼값에 살 수 있으므로 숙소 들어갈 때 통닭이랑 같이 사 가서 마시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실 것이다.

돈은 현금과 TC(여행자 수표)를 적절히 섞어서 가져가길. 신용카드는 비상용 외엔 쓸 일이 없고, 안 써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다. 내 사촌동생은 카드만 달랑 가져가서 꽤 고생했다. 현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외환은행에 가서 하루 3~4만원 정도로 계산해서 유로머니로 환전해 가라. TC는 '토머스쿡'과 '아멕스'가 주종인데, 아무거나 써도 상관없지만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아멕스가 더 나은 것 같다. 아멕스 환전소가 더 많이 눈에 띄었거든. 아멕스 환전소에서는 아멕스 TC를, 그리고 토머스쿡 환전소에서는 토머스쿡 TC를 환전수수료 없이 환전해준다. TC환전할 때 아멕스나 토머스쿡 환전소가 눈에 안 띄면 은행에서 환전하는게 가장 낫다. 그외에 도처에 깔린 사설환전소는 수수료가 비싸므로. 그래도 급할 땐 사설환전소를 이용해도 괜찮다.

아무쪼록 돈관리 잘 하고, 특히 비행기표랑 여권은 목숨같이 잘 간수하도록. 바지에 넣는다고 했는데, 어떤 바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좋은 생각같지 않다. 칼로 찢어가고 이러는 건 거기 선수들한텐 정말 아무것도 아니므로.. 스페인이나 로마만큼은 못하지만 파리도 꽤 위험한 곳. 실제로 피부로 위험지수를 느끼는 일은 드물겠지만, 방심은 금물. 웬만하면 복대를 차고 조심 또 조심하도록. 특히 혼자 하는 여행에서 조심해서 손해볼건 절대 없다.

▲ 에펠탑
ⓒ 김태환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사전에 공부하고 준비 철저히 하고 이런 것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그리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무조건 떠나고 보면 된다. 다 사람 사는 곳이라 어떻게든 잘 살아갈 수 있다. 혹시, 계획 세우면서 시간별로 몇 시에는 어디 가고 그 다음 몇 시에는 어디 가고.. 이런 식으로 시간표 같은걸 짰다면,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조용히 찢어주길 바란다. 절대로 시간에 맞춰 움직일 수 없고, 결코 좋은 방법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돌아다니는 것 밖에는 없다. 대충 어느 곳을 가고 싶고, 며칠에 어디를 가야겠다..이렇게 날짜별로 대충만 계획 잡아 놓고, 그 다음엔 떠나라. 가서 부딪쳐라. 가서 너의 느낌에 따라서, 전에 세웠던 계획 따위에 얽매이지 말고 움직여라.

부디 온몸으로 부딪치는 멋진 여행길이 되길 빈다. 먼 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행운을 빌며, 몇 자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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