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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 전경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 전경 ⓒ 학교살리기 연대모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이사장 김미성)는 지난 99년 전문 공연예술인을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노동부의 설립인가로 실용음악과, 상업무용과, 공연기획과 등 8개 학과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예술종합학교이다.

그러나 이 학교 재단은 대중문화의 급속한 산업화와 이에 따른 창조적 문화예술인의 양성이라는 설립 당시의 사회적 요구와 기대와는 달리 그 동안 여러번 이사장을 바꾸는 등 불투명한 재단 운영과 무원칙하고 비민주적인 학사행정으로 노동부로부터 여러 차례 위법행위가 적발되어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그 동안 학교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며 이번 사태의 실질적인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하성호 초대학장(현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 지난해 5월 28일 돌연 사퇴하고 장보고 신임 학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학내 분규가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다.

같은 해 6월 19일 '학교살리기대책위원회'라는 비상 대책기구를 결성한 교수 및 학생 대표들은 장보고 신임 학장에게 학교 정상화에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에서 학교발전위원회로 이름을 바꾼 비상 대책기구 대표들은 마침내 7월 12일 장보고 학장을 상대로 '학교발전과 제도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체결하고 서명했다.

하지만 9월 초 새학기가 시작되자 장보고 학장은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기존의 학과 존속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영화연출과 등 3개 학과를 적법한 절차없이 폐과시키고 실용음악과 등 3개 학과의 강의실과 연습실을 강제 폐쇄하여 등록금과 실습비를 납부한 학생들의 수업권과 교육시설 이용권을 박탈했다.

이에 학생들과 교수 대표들이 학교 정상화와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장보고 학장의 파행적 학사운영을 규탄하는 연합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나서자 학교측은 학생들에겐 등록 취소처분을, 실용음악과 마도원 교수와 이나영 조교에 대해선 분규의 배후 주동자로 몰아 파면조치라는 초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지난해 10월초 용역업체 직원들이 학생들의 학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초 용역업체 직원들이 학생들의 학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학교살리기 연대모임
흥분한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학내 소요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치며 악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학교측에선 서둘러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을 고용하여 9월 30일부터 9일간 학생과 교직원들의 학교출입을 통제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용역업체 직원들의 심한 폭언과 폭력으로 뒤로 넘어지고 깔리고 목이 졸리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 폭력사태가 발생하면서 위기를 느낀 학생들은 즉시 112에 신고를 하여 순찰차량이 도착하였으나 경찰은 별다른 조처없이 현장을 떠났다.

학생들은 파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10월 1일 찬반 투표에 붙여 어용 총학생회를 퇴진시키고 지금의 열린 총학생회(회장 김대현·실용음악과 2)를 출범시켰다. 이를 우려한 장보고 학장은 정원영, 박명수 교수를 추가로 파면조치하고 자신이 직접 학생회장을 임명한 뒤 10월 10일부로 학내 분규사태에 가담한 100명 전원을 직권으로 제적시키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의 한 학기 등록금은 4년제 사립대학 학부 등록금과 맞먹는 250~270만원선이다. 당시 장보고 학장은 제적자에게 등록금 전액을 환불조치하여 학교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과는 달리 그는 아직도 환불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장보고 학장은 분규사태가 일부 언론에 의해 알려지고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대위 구성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학생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10월 23일자로 제적생 전원의 제적조치를 취소하고 11월 중순경에 이사장직과 학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장보고 학장 겸 이사장이 물러난 뒤 이 학교의 학장은 현재 공석으로 남아 있다. 법적으로 이사장은 하성호 전 학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미성씨가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 학생, 교직원, 학부모로 구성된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 학교살리기 연대모임'측은 현 김미성 이사장에 대해 실체가 없는 유령인물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나영 실용음악과 조교는 "김미성 이사장은 아직까지 한 번도 학교에 온 적도 없고 어느 누구도 직접 만나보거나 얘기해본 사람도 없다"며 유령이사일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공대위가 지난해 11월26일 민예총 강당에서 정식 발족했다
공대위가 지난해 11월26일 민예총 강당에서 정식 발족했다 ⓒ 석희열
편법을 동원한 파행적인 학교 운영이 장기화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지난해 11월 26일 교육학생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전국교수노조, 민예총,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 학교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만들어져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임시 학교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학교가 정상화될 때까지 전권을 위임하여 정상화를 꾀한다는 것이 공대위의 방침"이라면서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는 건전한 제3자가 학교를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동부 장관과의 면담도 제안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도지호 전 안산공과대학 교수는 "사회적으로 시대적으로 꼭 필요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전(前) 이사들이 학교운영을 파행으로 몰고갔기 때문에 현 사태와 같은 비극이 초래된 것"이라며 "그 동안 재단의 비리와 횡령 등의 혐의로 하성호 전 학장을 민·형사상 고소·고발하는 등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여 반드시 그를 퇴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도 교수는 이어 "일방적으로 학교를 폐쇄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학생들을 먼저 살려내고 건강한 제3자가 인수하여 학교를 정상화시키는 일"이라며 "노동부는 권한이 이것밖에 없다며 권한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공대위측의 요구에 대해 노동부는 여러가지 방안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노동부 인적자원개발과 권호일 사무관은 "작년 12월 초 학교측에서 법인해산 신청을 했다. 문제는 법인이 더 이상 학교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에 예술 분야에 능력이 있고 학교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 제3자 인수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간의 의견 불일치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로 뚝 떨어졌던 지난 4일 오전 30여명의 학생들이 과천 정부청사 안 노동부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로 뚝 떨어졌던 지난 4일 오전 30여명의 학생들이 과천 정부청사 안 노동부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 학교살리기 연대모임
권호일 사무관은 특히 "한국종합예술학교가 인수를 하거나 좋은 기관에 위탁을 해서라도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지만 학교 명칭과 장소 문제로 학생들이 반대한다"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다. 그런 문제로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대위측은 "타 학교로의 흡수·합병에 따른 학교 명칭 변경 및 장소 이전은 학교의 정통성을 심각히 위해하는 것으로서 이는 폐교와 다를 바가 없으며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절대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도원 실용음악과 교수는 "노동부의 제안은 공연기획과 등 학생수가 적은 일부 학과는 수익성이 적다는 이유로 데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은 학교살리기 운동이지 다른 학교에 흡수·병합 내지 편입시키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대입장을 거듭 밝혔다.

마도원 교수는 또 "하성호 전 학장이 아직도 법인통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하성호씨는 '노동부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면서 "노동부에선 '잘못은 인정하지만 이 건으로 고소·고발을 하게 되면 학교 정상화에 방해가 되지 않겠느냐'며 '정 그렇다면 당신들이 법적인 대응을 하라'며 오히려 하성호씨를 비호했다"고 노동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학교 건물 벽에 어지럽게 붙어 있는 대자보
학교 건물 벽에 어지럽게 붙어 있는 대자보 ⓒ 석희열
7일 오후 노동부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나온 이 학교 학부형 박용자씨는 "하성호씨는 '내 돈 들여서 이익이 없으니까 문을 닫겠다는데 웬말이냐'고 버티고 있고, 노동부에선 '하성호씨 얘기는 하지 마라. 학교와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다'라고 한다"면서 "1년에 5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들여놓고도 수업 한번 제대로 못받고 있는 학생과 학부형들은 그럼 누구를 상대로 따져 물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 학교 실용음악과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김용숙씨는 "노동부에서 전혀 대책을 세워줄 수 없다는 게 답답하다"며 "공부시켜야 할 학교에서 학생들을 두들겨패는 용역직원들을 불러들여 그들에게 학생 등록금을 지출했는데도 노동부는 그런 것 하나 제대로 관리·감독 못하고 뭐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공대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나영 실용음악과 조교는 "하성호 전 학장이 그 동안 로비나 유착관계에 의해 학교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노동부 관계자들도 믿을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도 "이 달 15일까지는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잡혀야 올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발 빠르고 움직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열린 총학생회 유지훈 부회장은 "노동부에서 진행된 면담자리에서 관계자가 '너희들은 학생이 아니고 훈련생이기 때문에 학칙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며 "훈련생이면 아무런 이유없이 고통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학교로부터 가장 먼저 제적처분을 받은 총학생회 김정근 총무는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학교 운영의 의지가 있는 그런 건전한 재단이 들어서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초 학교측의 법인해산 신청 이후 건물 폐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20~30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밤낮으로 학교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비상 대기하고 있다.

학교에서 숙식하고 있다는 한 여학생은 "이번 학교살리기 운동은 공연예술 분야에서 여태까지 그 선례가 없었던 일을 우리가 스스로 개척하는 장이 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교육부에서의 관선이사 파견과 같은 법령 개정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5일 저녁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학교살리기 거리공연
지난해 12월25일 저녁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학교살리기 거리공연 ⓒ 학교살리기 연대모임
공대위와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 학교살리기 연대모임측은 적당한 인수자가 나설 때까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임시 이사회를 구성하여 학교운영을 할 수 있도록 노동부에 승인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노동부 인적자원개발과 권호일 사무관은 "현행법상 노동부는 임시 이사회 구성에 대해 허용하거나 권한을 부여할 입장에 있지 않다"라며 "우리 민법 제63조에는 양자의 의견이 상충될 때 특별 대리인, 즉 이사구성은 법원에 의해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때에도 객관적인 요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권 사무관은 "그 동안 학교 정상화를 위해 양측이 서로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주선해왔다"고 밝히고 "법과 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명간 단식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이 학교 열린 총학생회와 공대위는 10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학교살리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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