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처음 그의 피아노를 들었을때 아주 작게 정제된 세밀화된 탄력좋은 공이 아주 적합한 탄력을 가진 바닥에 부딛혀 뛰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나는 스피커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그 묘한 기운에 갑자기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한음, 한건반 독립적인 음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시간과 연결되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피아노 연주는 매우 디지탈적인 악기이다. 한음이 울리고 다음 음이 울릴때까지의 비어있는 시간. 하나의 음과 그리고 시간 그리고 하나의 음, "0" 과 "1"의 상생. 무엇이 음이고 무엇이 시간이란 말인가.

그는 1964년 32세의 나이에 갑자기 무대로부터 떠나버렸다. 그의 천재성에 많은사람들이 한참 감동해 하는 때였다. 열세살때 오르간으로 첫 데뷔무대를 가졌던 그의 연주가 한참 무르익을 시기이었기에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완벽한 연주를 원했다. 한음이래도 완벽하지 않으면 않되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과 열정에 '복제되는 특징'을 지닌 녹음기술을 더했다. 32세 이후 50세 심장발작으로 사망할때까지 그가 했던 모든 것이기도 했다.

많은 피아노 연주가의 첫번째 음악은 바하이고 마지막 음악 역시 바하라 한다. 그도 그랬다. 그의 골든베르크연주는 그것이 왜 사실이고 왜 정당한지를 보여준다. 음악학적으로는 왜 그런지 잘모르겠다. 그것은 내가 설명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듣는 감상자로서 그것이 사실인 것뿐이다. 그의 골든베르크를 들어야만 했던-완벽하게 자발적으로-지난 몇주간 난 행복했다. 일상에서 지치려 할 때 그 묘한 멜로디가 노을 처럼 나를 감싸 안아 주었다. 그것이면 되지 않는가. 음악학적이 아닌 나로서는 말이다. 복제된 그의 음반, 철저하게 만들어진 그의 음악은 '아우라'가 없을지 모른다.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창조적이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음악이라 할 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던 나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폴 발레리의 "편재성의 정복"이란 글의 일부분을 인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위대한 신발명들이 예술형식의 기술 전체를 변화 시키고 또 이를 통해 예술적 발상에도 영향을 끼치며 나아가서는 예술개념 자체에까지도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리라는 것을 예상 하지 않으면 않된다."

글렌 굴드는 평생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아버지가 어렸을 적 만들어 주었던 낡은 나무의자에 앉아 연주했다. 그의 연주모습은 구부정하고 어색하고 불편해 보이는 것이어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데 그렇게 보였던 이유는 그 낡은 의자 때문이었다. 그의 레코딩에는 대개 3가지 소리가 어울려 있다. 그의 피아노 연주, 아버지의 낡은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 그의 허밍. 그의 음반에서 허밍은 대단한 요소이다. 나는 때로는 이것이 방해요소가 되기도 하고때로는 그의 음악에 좀더 접근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은데 불행히도 이것을 정당화하는 설명이나 인용문이 내게는 없다. 누군가 주석을 달아주었으면 한다.

그가 죽기전 괴이한 일생을 살아온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 에도 조문객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1982년 10월 그의 장례식에는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의 묘는 캐나나 토론토의 마운트 플레즌트 공원묘지에 있는데 사람키만한 스프루스 나무가 한그루 있다. 그 나무는 피아노 건반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나무이다. 그의 묘지석에는 뭐가 쓰여 있을까. 드베르크 변주곡 첫 음표가 부조되어 있다. 골든베르크 변주곡 첫번째곡 아리아가 사분의삼 박자이로군.

덧붙이는 글 | 도대체 그 음반을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냐고 하는 분을 위해 소개한다. 소니 음반에서 나온 것이고 3장짜리이다. 1번시디는 골든베르크 1955년 연주이고 2번 시디는 1981년 연주이다. 3번째 시디는 그의 육성 인터뷰이다. 음반 제목은 'A State of Wonder"이다. 소니에서 무슨 맘먹고 가격을 싸게 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다른 음반에 비하여 가격이 싸다. 무지 많이 팔리리라 예상했나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