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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아트 자원봉사자 김지연씨
레일 아트 자원봉사자 김지연씨 ⓒ 김지연
"2001년 12월 25일, sori1004(소리천사)팀의 네명의 식구가 남산 식물원앞에 모였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어두워지긴 했지만, 식물원을 찾는 사람들도 없을 저녁무렵, 빵빵한 조명을 비추어가며, 시려운 손가락 호호 불며 공연을 시작했더랬죠. 곡 레퍼토리는 다양하게 준비했어요. 클래식부터 가요, ccm 등등.

어렵게 어렵게 1시간 30분동안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공연을 지켜본 관객중에서 몇몇 분들이 비닐봉지에 따뜻한 마실거리랑 과자랑 빵 등을 갖다 주셨어요. 고맙다는 말과 함께요.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나중에는 안되겠다 싶어서, 관중이 많은 지하철을 뚫어보자는 생각으로 역무실에 물어 힘들게 도시철도 공사의 허락을 받아냈고, 나중에 박종호 실장님께서 연락을 주셨더라구요. 그렇게 레일아트(Rail Art)와의 인연을 맺게 됐죠."

올해 28세인 김지연씨는 98년에 음대를 졸업하고 10월부터 레일아트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회원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2001년 7월에는 개인 및 단체회원이 100여팀이 넘어섰고, 지하철 공연만 500회가 넘는다.

레일아트는 2000년 1월 현 대표 박종호씨를 중심으로 뜻을 같이 하는 5인이 모여 지하철공연문화협의회가 발족되어, 2002년 3월 5일 문화관광부 사단법인으로 등록됨과 동시에 <철도, 지하철예술진흥 연구원>으로 단체명을 변경했다.

28일 사당역사내에서 있었던 레일아트 송년 기획공연이 끝난 직후 공연의 사회자 레일아트의 박종호 대표를 만났다.

레일 아트 대표 박종호씨
레일 아트 대표 박종호씨 ⓒ 박규진
2003년 39세가 되는 박종호씨는 현재 철도, 지하철예술진흥연구원 대표직을 맡고 있고, 대학원 과정을 2개나 밟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 Rail Art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IMF여파로 단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영국에 들렀다가 런던의 거리 문화를 보면서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면 유럽식이 아닌 한국식 문화축제, 문화마당을 실현해 보겠다고 생각했지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문화가 한국에 꼭 필요하다라는 명분과 당위성 하나로 버틴 것이지요."

"음악은 고등학교때부터 미친놈 소릴 들어가며 좋아해서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돈안들이고 할 수 있는 음악은 포크가 제일인 것 같아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목에걸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진 것인데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놀랄때가 많죠."

"아내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돈 한푼 갖다주지 않는데 그 일을 방조하는(?) 아내가 누구인가를 사람들은 궁금해 하더군요. 집사람은 방조자도 아니고 훼방꾼도 아닌 레일아트 최고의 동역자입니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법인이 되기까지 행정적인 일까지 다 도맡아 한 것은 물론 전문 엔지니어 과정까지 마치고 매주 토요일 공연시 엔지니어까지 담당하는 일꾼입니다. 임시교사이지만 고등학교 교사로 있지요. 물론 생활의 버거움 때문에 왜 이 일을 해가야 하는지를 놓고 같이 운적도 있지만 그래도 제 동지(아내)는 제 일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 Rail Art란 명칭을 쓰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레일아트는 지하철공연이니 만큼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주소를 영어로 만들어야 하는데 subway art는 너무길고 subart로 주소를 만들었더니 그것이 하위급예술이란 뜻이 있어 지하철에 깔려있는 레일을 생각한거죠. 그래서 railart란 이름이 탄생했고 지금은 행사자체 브랜드나 프로젝트, 그리고 우리 법인의 약칭으로 레일아트란 이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전국의 철도/지하철이 있는 곳은 모두 해당되니까요."

한일 월드컵 기간중 공연장 풍경
한일 월드컵 기간중 공연장 풍경 ⓒ 레일아트
- 공연하시면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

"각양 각층의 사람들 요구조건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반응은 너무 좋습니다. 공연 끝나고 전달되는 쪽지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볼때면 보람을 느낌니다. 어떨땐 반응이 너무 좋아 마이크를 어거지로 빼앗는 걸 제지하다 맞은 일 등. ^^ 에피소드는 너무 많지요."

- 공연을 하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시지만 공연장소에서 일부 직원들의 비협조도 가슴아프고, 공연하는 사람 따로 있고 이것을 행정적으로 이용하는 단체나 사람들이 있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 공연을 보는 시민들께 한마디

"공연자들은 박수를 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따스한 위로와 격려의 박수가 많은 힘을 부어주고, 그 힘을 받고 공연하는 사람들은 흥이 나서 더욱 열심히 공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이나 정책입안자 분들께서도 전시성이나 이벤트보다 이렇게 돈 안들이면서도 얼마든지 삶의 문화로 대중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하철공연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레일아트의 소망이며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지하철전용 소극장이 하나 세워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공연자들의 수준 높은 발표의 장이 마련된다고 감히 확신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레일아트: http://www.railart.org

문화일보 知키(http://www.zkey.co.kr)에도 올려진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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