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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방송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발표되자 권영길 후보를 비롯해 지켜보는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개표 방송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발표되자 권영길 후보를 비롯해 지켜보는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한민정
지난 19일(목), 여의도 민주노동당 중앙당사에는 약 50-60명 가량의 당원들과 취재진들이 모여 16대 대선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개표가 시작될 즈음, 개표 방송 관전 자리의 중심에 자리잡고 앉은 권영길 후보도 여유 있는 기색을 보이며 TV를 응시했다. 당원들은 서로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나누며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지역별 개표 결과 발표가 시작되고 울산 동구와 북구에서 민주노동당 득표율이 16.3%, 23.2%에 이르자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박수를 치며 "그래야지"를 연발했다.

오후 7:40

개표가 4.5% 정도 진행된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3.8%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TV 개표방송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득표율만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 둘의 득표율 합계가 95%를 넘고 있어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을 실감하고 있었다.

중앙당사를 방문해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민주노동당 당원 조우영 씨는 "아직 초반이라 모르겠다. 예상보다 1·2위간 승부가 박빙으로 가면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있지만 최소한 1백만 표를 예상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모니터에 눈을 떼지 못했다.

오후 7:56

개표 10.5% 진행, 이회창 49.9%·노무현 45.8%·권영길 4.1%

"4.1% 밖에 안됐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끓었다.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당원들은 "1백만 표가 될까?"라는 걱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무현 후보의 역전, 첨예한 대결 "대통령 두 명 되겠네"

오후 8:05

1·2위간 승부가 흥미진진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방송에서 '권영길 후보 4.6% 득표 예상'이라는 말이 나오자 당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경기 오산에서 5.6%, 경기 안성에서 6.0%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강원도와 경기 일부 지역에서 평균 득표율보다 높은 결과가 발표되자 당원들은 " 열심히 했네"라며 해당 지역 지구당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오후 8:20

개표 31.6% 진행. 이회창 후보 47.7%, 노무현 후보 47.9% 득표로 개표 초반부터 이회창 후보에게 1-2% 차이로 뒤지고 있던 노무현 후보가 역전을 하며 앞지르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노무현이 우리 표 가지고 당선되는 거지"라며 민주노동당 지지 유권자들의 민주당으로의 표 이전에 대해 씁쓸해 했다. 1·2위간 대결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대통령 두 명 되겠네"라는 말이 오고가기도 했다.

오후 8:30

지역별 득표율이 발표됐다. 권영길 후보 득표율이 강원(5.01%), 충청(5.1%)에서 높게 나왔지만, 서울에서 3.3%를 기록하자 당원들은 "서울에서 5%가 넘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호남 지역 득표율(1.1%)이 발표되자 당원들의 실망감이 역력했다. 반면에 일부 지역의 높은 득표율을 보면서 "전국에서 4.3%-4.9% 나오지 않겠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원 지역의 높은 득표율에 대해 민주노동당 김경수 조직부장은 "강원도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지방색을 보이지 않아 지난 6·13 지방 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이 예상치 못한 성과를 보였고 도의원을 배출했다. 강원도에 있는 3개의 지구당이 강원도 전역을 잘 꾸려나갔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후보 당선 유력 "민주당이 후보를 잘 내세운 거지"

오후 9:10

개표가 50% 이상 진행되자, 민주노동당 전국 득표율이 3.8%로 발표됐다. 예상 득표율에서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지켜보며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인상적인 선거 운동을 벌였다. 5-6% 밖에 안 되는 지지율이 토론회 후에는 20-28%까지 오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제3당으로 충분히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특히 정책면에서 국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며 나름대로의 성과를 찾았다.

"꿈을 꿨는데 13%가 나오더라"는 등의 농담이 오가며 낮은 득표율을 보이고 있는 중에도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오후 9:36

각 방송사가 48.4%의 최종 득표율이 예상된다며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 당사 곳곳에서도 "끝났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노동당은 전국 3.9%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람들은 굳게 입을 다문 채 TV를 응시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잘 내세운 거다", "노사모는 5시부터 광화문에 모여서 결과를 축하하고 있더라"라는 아쉬움 섞인 말들이 이어졌다.

권영길 후보 "아쉬움은 없다"

오후 10:15

개표가 80% 가까이 진행된 가운데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은 계속해서 3.9%에 묶여 있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권영길 후보와 수행원들의 표정에 아쉬움이 역력했다. 권영길 후보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없다"며 "득표에 관계없이 활기찬 선거운동, 국민들의 많은 지지가 이번 선거에서 얻은 큰 재산이다"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이 나왔지만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권영길 후보의 연설에 박수로 호응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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