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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혁
5년이라는 시간은 분명 대단히 크게 느껴지는 시간의 간극이다.

올 7월에 발매된다고 하던 장필순의 여섯 번째 음반 'Soony 6'는 그녀의 5년이라는 시간이 담겨있는 음반이다. 1997년 발매된 그녀의 다섯 번째 음반 '너의 외로움이 나를 부를 때'의 감동은 가요에 관한 인식을 바꾸게 한 계기였던 것이었다. 소편성의 연주와 그녀의 내성적인 목소리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가히 '기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단연코 아름다운 음반이었다.

그녀의 5년은 파격적인 변신과 그 변신에 관한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이었다. 전작이 전형적인 포크성향의 소탈함이 배어있는 완성도 높은 기타 팝 음반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전작의 인상을 한번에 뒤엎어버린 파격적인 프로그래밍중심의 기타 팝 음반이다.

그녀의 다섯 번째 음반까지의 소리를 이루어내는 텍스쳐들이 자연스런 소리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soony6는 인위적인 소리 공간 안에서 변화하는 텍스쳐의 사유 공간을 비단 기타에게만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부유하는 전자음 혹은 현실의 상황을 재현하는 효과음, 호흡이 길거나 짧은 키보드, 2차원적인 효과를 주는 드럼 비트 등이 그 공간 위에 함께 자리잡고 있다.

이 변신의 중심에는 '조동익'이 있었다. 전작의 밴드편성을 버리고 편곡과 기타, 베이스, 프로그래밍, 그것도 모자라서 쟈켓 사진마저 담당한 토털 사운드 크리에이터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인 그는 자신 안에 잠재해있던 일렉트로니카에 관한 욕망을 유감없이 이 음반 안에서 풀어내고 있다.

자신과 자신의 형이 그 중심이 되어 이끄는 창작집단 '하나음악'이라는 곳의 특성이라면 특성일 따스하고 내성적인 서정미는 여전히 살아있지만 방법론을 살짝 바꾼 것만으로도 하나음악에서 두 번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파격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곡 '헬리콥터'는 도입부에서부터 확실히 귀를 잡아끄는 어쿠스틱 기타와 싱코페이션 리듬, 이어지는 리버브(reverb) 걸린 맑은 일렉트릭 기타, 그리고 지글지글대는 까칠한 일렉트릭 기타 등등 명료한 소리가 아닌 일종의 노이즈들이 점층적으로 상승하며 스산하게 읊조리는 가사부터 분명 이질적이지만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어지는 '고백' 역시 그녀의 파격에 적잖이 놀람과 동시에 즐거움을 안겨주는 곡이다. 둔중하게 내려치는 트립합 비트 위로 역시 명료하지 못한 몽환적인 노이즈의 잔향이 가득한 일렉트릭기타와 그녀의 아스라하게 읊조려지는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4-6번 트랙은 기존의 녹음에 사운드의 어레인지만 새로 했다고 하는 곡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분명 섬세하게 작업된 서늘한 비트는 이번 Soony 6음반의 개성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따스하고 아스라한 서정미는 그녀가 본래 했던 작업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렇지만 다시 여덟 번째 트랙인 '모래언덕'부터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잘게 쪼개지고 부셔진 비트는 적어도 평균적인 록큰롤 비트에 귀가 익었던 청취자라면 이질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 비대칭성을 간직한 기묘한 비트이다. 이어지는 트랙 '신기루'는 그 구성의 뛰어남에 점수를 주고 싶은 곡이다.

곡의 기조로 자리잡아 있는 기타 리프와 어우러지는 묵직한 드럼 프로그래밍이란 간단한 사운드의 흐름은 멜로디의 완결성 높은 구성에 의해서 절묘함을 얻는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구성안에 사운드의 집합이 들려주는 인상이 굉장히 깊게 자리잡게 된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트랙 '햇빛'은 이 앨범의 압권이라는 표현이 무색치 않은 곡이다. 그녀의 이 곡에서의 정서는 몽환과 현실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있다. 모호하게 울리는 가사와 울림이 적어서 오히려 더욱 주술적인 비트, 흐름을 잡을 수도 없을 것만 같은 기기묘묘하게 부서진 효과음.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부르는 듯한 그녀의 노래는 이 이질적이면서도 완성도높은 음반의 마지막을 닫기에 더없이 이상적인 트랙으로 보여진다.

그녀의 전작까지의 앨범을 풀어내는 생각의 중심에 놓여있던 악기는 기타였다. 그리고 단순하게 표현하여 밴드음악이라고 하는 다채롭다기보다는 소박하고 미니멀한 편성의 악기세팅들이었다. 이 것이 그녀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담채색의 서정일 빛내주었다면 이 음반은 그녀의 세계관이 넓어졌음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저 안의 세계에서 '아, 이거다!' 싶은 것들을 두 발이 딛고 있는 곳으로 이끌어 오는 즐거움에 대한 기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으로 해서 그의 세계가 넓어 졌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 누구도 확언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적어도 하나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놀랍도록 이질적이며 놀랍도록 완성도가 높은 음반이라는 사실이다. 아티스트에게 변절은 배척해야할 것이지만 변화는 늘 가슴에 묻어두어야 할 미덕이라는 것을 보여준 한 장의 쾌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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