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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심가인 동성로를 오가는 시민들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를 오가는 시민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역 한 신문사 정치부 기자의 말이다. 국민경선을 타고 '노풍'이 불어닥친 후 '정풍', '단풍' 등 다양한 정치적 격변을 겪었던 TK 지역민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들린 '이회창 대세론'

사실상 TK지역의 '이회창 대세론'은 타 지역에 비해 '튼튼하게' 형성돼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는 '반DJ' '반 민주당'의 정서를 지니고 있는 TK지역민의 기본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전 단체장, 의회 선거의 한나라당 압승에서도 보여주듯 대체적인 TK 지역민의 '한나라당 지지'는 변함이 없는 듯 보였다. 또한 김대중 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된 지역민의 'DJ정부 심판론'은 6·13 지방선거에 이어 대선전까지 유효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루어진 후보단일화로 1강-2중 구도의 대선전이 갑작스런 2강 구도로 방향을 선회하고, 단일후보로 '등극한'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 상승이 이어지면서 어떤 방향으로든 TK 지역의 표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자극'은 두터운 부동층 형성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문화방송(MBC)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TK, PK(부산경남)의 유권자 중 무응답층(부동층)의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TK 28.6%, PK 23.2%로 나타난 것은 그 실례가 된다.

TK지역의 이러한 현상은 그 동안 이 후보의 지지가 '반DJ' 정서 등에 기댔을 뿐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이해할 여지가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텃밭을 이뤘던 TK 지역민의 '정서'는 "그래도 대구하면 한나라당 아이가", "이회창 아니면 누가 또 있노" 등의 반응을 통해서 알 수 있듯 한나라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미보다는 '차선이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게다가 노무현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부산지역에 '맹공격'을 퍼붓자, 부산뿐만 아닌 대구·경북지역 등 영남권 전반으로 확대될 것에 대한 한나라당의 우려는 컸다.

이러한 우려는 TK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초조감'으로 반영됐다. 지역의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선거초반부터 지역 의원들이 초조했던 것은 사실이다. 노 후보가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부산지역을 맹공하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언론을 통해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 불안감을 쉽게 벗어 던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사·여론조사 기관 등의 내부 지지도 조사에서 TK지역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기간 50%대에 머물고 있었던 점도 '흔들린' 지역 표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표심 보이지 않는 20%대 부동층

특히 선거 막판까지 표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20%대의 부동층이 이 후보 지지 쪽으로 방향을 뚜렷하게 하지 않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으로는 '불안한' 선거결과를 예상하게 했다.

물론 이회창 대세론이 TK에서 흔들린다는 게 지역에서 '이회창 승리'라는 큰 틀을 바꿀 수 없다는 것엔 이론이 없다. 하지만 TK지역이 한나라당으로서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압도적인 표로 이 지역에서 이겨야 '여유로운' 선거가 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애당초 한나라당은 대구지역에서만 80%의 지지율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한나라당 대구선대위는 대구지역에서 97년 대선과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획득한 지지율이 70%를 상회하는 수치로 나타났기 때문에 70%의 지지율 획득은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대구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결과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70% 이상의 지지는 수월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반DJ' 정서 등이 자극 받아 현 정부 심판론이 더 가열되고, 오히려 취약층인 20, 30대의 투표참여가 높아지면 나머지 10% 획득도 무난할 것이라는 것이 한나라당 측의 계산이었다.

한나라당, "97년 대선도 그랬다... 결국 이회창 선택할 것"

한나라당으로서는 '다행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TK지역 이 후보 지지가 60%대로 접어들고 상승국면에 있다는 점과, 과거 97년 대선의 상황을 예상하면 부동층도 결국 이 후보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지난 97년 대선에서 이 후보의 지지를 묻는 TK지역 여론조사에서 64% 정도를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선거당일 표를 깬 결과는 이 후보가 72%의 지지율을 얻었던 것으로 나왔다. 결국 이번에도 TK지역은 이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는 말로 70% 이상의 지지율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긍정적' 현실 인식은 최근 들어 '북핵' 문제가 지역 보수층을 더욱 자극하고, 또 수도이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노 후보의 정책 문제와 역차별론이 먹혀 들어가는 추세라는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또 지난 97년 대선 결과 이인제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각기 약 12%의 지지율을 나눠 가지는 '황금분할'한 것을 상기한다면, 당시 8%의 부동층이 움직인 것보다, 양강 구도에서는 더 많은 부동층이 이 후보 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지역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반면 TK지역에서 30%의 지지율을 목표로 정한 민주당은 이러한 한나라당의 기대에 대해 '계산 착오'에서 나온 잘못된 표 분석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각종 언론사 내부 여론조사와 민주당 내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TK 지역에서 노 후보 지지율은 아직 20%대를 '훌쩍' 뛰어넘는 데는 힘겨운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 "부동층 향배 오히려 노무현이 유리하다"

그러나 부동층의 향배는 오히려 '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관측을 민주당은 내놓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시 이인제를 지지했던 표는 '이회창이 싫다'는 표였다. 그 표가 이번엔 이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볼 수 있냐"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거기다 선거 중반 노 지지를 선언한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 선거 막바지에 나온 김중권 전 대표의 귀국과 선거 총력 다짐, 또 17일 정몽준 대표가 대선에서 첫 대구 유세를 나서는 등 부동층이 노 지지로 기울 '막판 변수'가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최근까지도 특별한 지역 쟁점이 없다보니 '열기 있는' 선거가 되지 못한 것도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을 높이고 부동층이 많이 나타난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굳이 TK에서 노 지지로 기울지 않더라도 대선 막판까지 부동층의 선택이 움츠린다면 전반적인 선거판도에선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한나라당으로 몰려갈 표라면 부동층으로 잡아놓는 것이 TK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97년 대선 떠올리며 '압도적인 이회창 지지' 배제 못해

하지만 흔들리는 '이회창 대세론'이 이들을 선거당일까지 부동층으로, 특히 '노무현 지지'로 묶어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5공 이후 YS정권과 97년 대선의 패배로 이어진 '상대적 허탈감'에 빠져 있는 TK지역으로서는 또 다시 '패배'는 절대 간과할 수 없다는 의지가 부동층이 이 후보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나라당은 D-2일째인 17일 지역의 한 신문광고를 통해 TK지역 유권자들에게 '97년 대선 패배'를 다시 상기시켰다. 이날 신문광고에서 한나라당은 DJ가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사진과 함께 "우리는 5년 전 여러분들의 눈물을 기억합니다"라는 카피를 내보냈다.

결국 상당한 TK 부동층에서 이-노간 접전이 지속됐고 '위기감'이 든 상황에서 이 후보에 대한 더욱 압도적인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21세기 첫 대선을 하루 앞두고 아직도 TK지역 부동층의 움직임을 예단하긴 힘들다. 각 당은 저마다 자당에 유리한 '보랏빛' 결과만 공언하고 있다. TK 지역민들의 '표심'은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19일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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