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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해보이는 김중미씨의 웃음. 사진 찍는 것이 어색해서 시선이 엉뚱한 곳으로만 향한다. 진보정당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진지함과는 딴판인 모습.
수수해보이는 김중미씨의 웃음. 사진 찍는 것이 어색해서 시선이 엉뚱한 곳으로만 향한다. 진보정당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진지함과는 딴판인 모습. ⓒ 원주
"당신은 누구 편인가요?"

“누구 편에 서 있는가가 중요해요. 민주노동당은 끌어가고 있는 사람부터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분명하잖아요. 아직 힘은 약하지만, 얼마 전 집권한 브라질 노동자당의 룰라도 3.3%로 시작했잖아요.”

노무현 후보가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정치인일 수 있지만, 그가 아무리 서민을 위한다 해도 지지기반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그녀의 지적이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단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 도시빈민들과 노동자들은 흩어져가고 있어요. 개발이나 비정규직의 확대같은 상황은 사람들을 떠돌게 만들었어요. 함께 있을 수 없게 되면서 가난의 문제는 각 개인에게 돌아가고 있어요. 노동자, 서민이 살아가게 하는 정책이 필요해요. 찬밥이었던 사람들이 정치의 주체로 서게 해야돼요. 그래서 진보정당이 필요한 거죠.”

"당선이 아닌 지속적인 활동 기대"

김중미씨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그녀가 공부방을 하고 있는 인천 만석동의 가난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민주노동당원이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와 함께 일하는 그녀의 동료들 중에 민주노동당원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진보정당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92년 총선에 민중당이 나왔을 때 주민들과 함께 민중당을 지지하는 활동을 벌었죠. 그때 함께 한 사람들은 당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시 빈민을 대변할 수 있는 활동을 기대했어요. 밑바닥에 있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후보를 위해 열심히 활동했죠.”

그러나 총선이 끝나고 김문수나 이재오 같은 사람들이 보수정치권으로 투신해가면서 주민들의 실망은 컸다고 한다. 지금도 그곳에서 지역운동을 하는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은 자신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말을 해도, 지지하라는 말을 못한다고 한다.

“한번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같이하자는 말을 하기는 어렵죠. 한번도 끝까지 자신들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까.”

민주노동당에 바라는 것도 ‘대선 승리’만이 아닌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현실이 된다

“친구 중에 브라질 사람이 있는데, 얼마전 고향에 다녀오면서 걱정을 하더군요. 오랜 시간 노동당을 지지해온 친군데, 룰라가 개발론자들과 타협을 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도 하게 됐다더군요.”

그러나 “브라질 사람들 모두 세끼 먹고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룰라의 소박한 취임사에 아직 희망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지지를 확장하기 위한 타협이 있을 수도 있겠죠. 이제 시작이니, 여러 변수도 있을테고. 싸워서 합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간판 내리지 말고, 변치말고 갔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지식인이나 대기업노동자 외의 서민들의 바람은 단순하다고 한다. 일한 만큼 받고,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는 것.

“한꺼번에 이루지 못하더라도, 조금씩 보여줬으면 해요. 원론적인 것들이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현실이 될거라 믿어요. 누구 편인지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대선이 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릴 것이고, 대선에서의 진보정당의 성과는 한동안 화제 밖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진보정당의 힘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것이라면, 시작은 지금부터일 것이다.

그녀가 그렸던, 괭이부리말의 소외된 사람들끼리의 연대를 기억하는가. 소외된 사람들, 그 입장의 동일함은 작은 공동체와 새로운 삶을 만들어냈다. 진보정당의 약속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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