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3일 저녁 광화문에서 열린 윤도현밴드 촛불콘서트에서 시민들이 열광하고 있다.
13일 저녁 광화문에서 열린 윤도현밴드 촛불콘서트에서 시민들이 열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부시 미국 대통령이 13일 밤 김대중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여중생 사건에 대해, 엄격한 의미로는 사과로 보기 힘든, '유감'을 표시하고 북한에 대해 평소의 정책과는 달리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로써 대선 투표일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은 외견상 다소 누그러진듯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진행과정은 한반도 평화염원세력이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2002년 대선정국이 그 마지막 결판의 시간을 남겨 두고 매우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고 있다.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냉전분단체제를 둘러싼 내외 세력간의 역사적 대치상태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특히 미국과 북한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최대의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결국 그간의 한반도 기본 정치지형이 이제 기로에 서 있음을 일깨우고 있다.

@ADTOP1@
다시 말해서 일체의 국제법적 근거를 무시한 채 핵 선제공격을 권리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정책과 이것이 수시로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절박한 생존전략의 와중에, 우리의 한반도는 지금 전쟁과 평화의 선택, 그 갈림길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정세를 기울게 할 것인가는 실로 민족전체의 생명과 한반도 평화의 미래를 규정하는 엄청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미국의 한반도 정세 개입 심각

뉴욕타임스 "미국 음모론이 휩쓰는 한국"
라디오프로에 "왜 하필 이 시점?" 문의 빗발

▲ NYT에 소개된 <문화일보>11일자 만평.


"미국 음모론은 한국에서 아주 인기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이하 NYT)는 지난 12일자에서 '미국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는 대선정국의 한국 분위기를 다룬 르포기사를 게재했다.

우선 NYT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문화일보> 11일자 만평. 만평은 현 상황을 9.11 테러에 빗대 부시 미 대통령이 '북 선박 나포' 건을 반미열기와 대선정국에 영향을 주려는 데 이용하고 있음을 풍자하고 있다.

NYT는 "한국에서는 음모 이론이 인기 있는데, 한 라디오프로그램에는 '미국이 한달여 동안 북 선박을 추적하다가 왜 이 시점에서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나포 작전을 벌였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이번 사건이 미국의 음모이고, 이회창을 권좌에 앉히고 반미 감정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이곳에서는 아주 인기가 있다. 이는 먼 곳의 일을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오랜 한국적 전통과도 들어맞는다"는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국지부장의 말을 덧붙였다. / 손병관 기자
그런데 우리를 더욱 우려하게 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한반도 정세 개입의 심도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이번 대선이 미국의 지배전략에 제물이 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미국은 이번 대선을 통해서 자신의 패권정책을 대리 수행할 수 있는 세력의 집권을 추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식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바, 현재 한반도 전체의 큰 틀거리를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도 파괴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공작적 움직임 속에 담긴 <전쟁을 향한 패권주의적 의지>를 저지할 수 없게 되면, 우리는 심각한 내분과 역사의 후퇴, 주권의 소멸, 그리고 마침내는 민족절멸이라는 생존의 파국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정세 개입의 모험주의적이고 파괴적인 성격은 이미 지난 10월 켈리 특사가 이른바 “북 핵 시인 발언”이라는 카드로 동북아정세의 탈냉전적 흐름을 차단하고 제네바 합의 파기의 책임을 전가하면서 북한의 강경대응을 유도, 미국 자신의 군사주의적 공격 전략을 정당화하려는 것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하여 불가침 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북한을 핵 위기의 진원지처럼 만들기 위한 국제적 네거티브 캠페인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포함한 선제공격을 정책으로 삼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의 무장력 강화 의지는 우선 엄격히 따져 논리적으로 정당 방위적 조처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에게 핵무장 계획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선제 공격론을 거두도록 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는 하지 않으면서 핵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에 대한 압력만 가하는 것은 한-미 공조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북한의 자기 방어력을 일방적으로 약화시키는 것 외에는 다름이 아니다.

한쪽은 최강의 무장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 앞에서 무장해제를 요구당한다면 그것은 출발부터 전쟁 이전에 이미 승전국과 패전국의 구도로 사태를 몰고 가는 것이 된다.

북한의 핵개발 포기 설득 미국의 핵선제공격 철회가 관건

게다가 에너지 충원을 위한 핵발전소 건설과 가동 계획을 마치 핵무기 개발과 동일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대단히 악의적인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핵무기 개발의 가능성은 있다 해도 그것 자체가 핵무기는 아니며, 자의적이고 일방적 판단으로도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정책을 내세우는 나라가 세계 평화에 더욱 위험한 존재이다.

그런데 국내 언론 어느 것도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그리고 정직하게 파악하고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누가 전쟁을 바라고 누가 평화를 요구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짚어나가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 북한 프로퍼갠더에 그대로 휘말려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심기와 고립, 그리고 <공공의 적> 만들기 (북한이 “악의 축”이라는 규정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성공시키면 그 이후 이루어질 미국의 행동은 이라크의 경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ADTOP2@
현재 부시정권의 미국은 어떻게든 전쟁을 일으키지 못해 안달이 난 “거의 광적 수준의 전쟁국가”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미국의 대북 정책의 근본성격을 파악할 수 없게 되며, 북한의 대응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온전하게 인식할 수 없다.

현 대선 정국에 강타를 가한 2002년도 12월 11일 북한의 제네바 협정 파기 선언과 함께 핵시설 재가동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그간의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가 진행되어 온 것을 보면 충분히 예견될 수 있었던 사안이다.

전격적이라고 보여 지는 이번 선언은, 예맨 행 북한 선적 나포로 미국이 북한에 대하여 이미 군사적 행동의 초기 단계로 가고 있다는 북한 지도부의 정세 판단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택, 이미 군사행동 초기단계 들어서

부시 김대통령에 "여중생 사망 사과"
북핵사태 평화적 해결 추구 "북 침공할 의사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래운 기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과 관련, "깊은 애도와 유감(deep sadness and regret)의 뜻을 전한다"고 직접 사과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미군 수뇌부로 하여금 한국측과 긴밀히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의 핵시설 동결 해제 선언에도 불구,한미간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기로 했다고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민들은 한국민들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고, 이에 김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이제는 부시 대통령의 진의를 이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앞으로 이와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현재 진행중인 한미간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우리 국민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어 북한의 핵동결 해제발표를 수용할 수 없으며, 북한이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지난 10월 로스 카보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계속 추구하기로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야 하며, 북한 핵문제를 함께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이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한.미.일 3국 공조와 국제사회와의 협조를 통해 냉정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임 수석이 전했다.
국제법적 논란의 가능성이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고 매우 난폭한 방식으로 <북한선박의 나포>라는, 북한의 주권적 행동반경을 군사작전 방식으로 제약했다는 것은 그 다음 단계의 군사적 행동을 위한 예비조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태가 이 지점에까지 왔다면, 누구라도 미국의 외교적 접근과 해결에 대한 의지를 신뢰하기는 어렵게 된다.

세계 최대의 무기 수출 국가이자 세계 최강의 핵무장 국가인 미국이 자신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의 북한 미사일 수출을 문제 삼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비난하는 것은 한편의 억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미 해외언론들은 이러한 미국의 국제법 위반행위와 위선에 대한 비판이 거세어지고 있다.

유엔에 제출한 이라크의 보고서를 다른 안보리 국가들이 보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강탈하고 적어도 국제법적 문제가 없는 국가간 거래 행위를 물리적으로 간섭, 규제하며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저지하자면서 자신은 생화학 무기를 비롯하여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는 것은 오늘날 미국이 얼마나 독선과 오만과 군림의 야망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우리가 이러한 나라의 외교노선에 순응하고 협력한다는 것은 그러한 독선, 오만, 군림의 질서를 계속 유지시켜 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며, 우리 자신의 내부적 역량을 이를 위해 희생시켜도 좋다는 논리가 된다.

결국 한-미 공조라는 이름 아래 우리 민족 자신의 이익과 생명, 그리고 평화를 훼손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야말로 우리의 생존을 가장 위험에 처하게 하는 반민족적, 반생명적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정작 미군 장갑차 사건의 정치적 이용은 냉전수구세력이 하고 있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두 소녀에 대한 민초들의 공분을 우리의 대외관계를 어렵게 하는 행위로 매도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외치는 세력들은, 바로 그들 자신이 우리의 대외관계의 현실을 초라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반미운운으로 이를 정치적 이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하여,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는 한반도의 현실을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책임 있게 해결하는 일이 얼마나 중대한 가를 절감하고 있다.

이를 올바로 해결하는 것은 냉전분단체제를 수구적으로 지켜내려는 세력으로서는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과 북한 문제가 불거지면 불거질수록 우리는 과거 냉전형 안보체제로는 문제의 되풀이 내지는 악화일 뿐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냉전분단 수구세력으로서는 새로운 시대 열지 못해

그래서 결국 답은 이들 냉전분단체제를 고수하려는 내외의 세력이 힘을 쓸 수 없는 권력질서를 만드는 일이 일차적이다. 이번 대선처럼 우리에게 명확한 방향과 답을 제시해주고 있는 선거가 없을 것이다.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선거가 되어야 이 나라가 전쟁과 굴종의 사슬에서 벗어나, 이 시대의 요구인 평화와 자주의 길로 확실하게 들어설 수 있는 기선을 잡을 수 있는가가 분명한 정국인 것이다.

미국이 이 나라를 지배해온 두 가지 이데올로기적 핵심은 민족 분열적 <반북>과 사대굴종적 <친미>였다. “분열하여 지배 한다”는 제국주의의 고전적 방식이 그대로 관철되어왔던 것이다. 이제 이 두 가지 이데올로기적 기둥이 허물어지고 있다.

반북정서는 여전히 존재하나 그 영향력은 과거와는 비할 바 없이 약화되었으며, 친미주의는 자주성에 대한 각성 앞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전환의 현실 속에서 이번 선거는 한반도 전체의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제1단계적 계기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과거의 냉전형 정치이데올로기의 협박 아래 최근 정세를 이해하고 해석할 일이 결코 아니다. 제네바 협정과 관련한 북한 문제는 냉전분단체제를 방어하려는 세력이 집권하게 되면 더욱 난마와 같이 상황이 얽혀들어 한반도의 평화가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미 6.15 공동선언을 통해서 밝혀진 대로 우리 역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자각하고, 외세의 패권주의를 배격하며 민족 내부의 단결과 평화를 선택할 수 있는 흐름이 이번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도록 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미국의 민족 분열적이고 패권주의적 기획정치와 공작외교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될 것이며 이른바 <북한변수>로 인한 과거회귀의 반동적 퇴행의 길로 가지 않게 될 것이다.

광화문 촛불시위, 평화적으로 치러 역공격 빌미 주지 않아야

이러한 역사적 변혁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전분단체제의 수구적 방어의 틀을 깰 수 있는, <반전평화운동으로의 집결>이다.

탈냉전, 반수구, 자주,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한 밑바닥의 용틀임침은 다만 새로운 정치세력의 집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조차 역사의 도도한 요구를 결코 외면할 수 없도록 거대한 파도를 형성하는 일이다. 그것은 오늘날 한반도의 미래를 살려내기 위한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 <반전평화운동>의 새로운 점화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12월 14일 광화문의 촛불시위를 비롯하여 앞으로 있게 될 모든 한반도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움직임은 바로 이 반전평화 운동의 역량으로 압축되고, 그 성과를 정치화, 사회화, 외교화 하는 것에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14일의 촛불시위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게 다같이 노력하여 극우세력과 보수언론에게 역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전환의 시기를 저 암담했던 과거로 가는 반동의 길목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미래창조의 절묘한 발판으로 삼을 것인가, 그것은 우리들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