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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정보통신부 ⓒ 오마이뉴스 공희정

정보통신부는 지난 10일 오후 14층 대회의실에서 'IT 산업과 한국의 미래'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은 오후 3시부터 2시간여동안 진행됐으며 서울대 공대 김태유 교수가 연사로 나왔다.

이날 연사로 나선 서울대 김태유 교수는 IT 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정통부는 그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다"고 전제하고 "IT관련 정부조직은 조직, 역할, 정책 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통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날 강연회를 두고 정통부가 부처이기주의를 앞세워 무리하게 진행한 행사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최근 차기 정부의 부처 통합논의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정통부가 업무시간을 이용해 산자부 중심으로의 통합과 관련해 대응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연 강연회라는 것이다.

이날 강연회를 주관한 정통부 소속의 한 고위간부는 <오마이뉴스>기자에게 "최근 일부에서 정통부에 대한 회의론 등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 정통부 직원들에게 IT 산업에 대한 리마인드와 대응 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자리"라며 행사 취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행사가 업무시간 중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철 장관을 비롯해 김태현 차관, 국장급 고위 간부와 사무관에 이르는 100여명의 정통부 공무원들이 행사에 동원됐다.

특히 정통부의 또 다른 간부는 "모든 산업에 걸쳐 IT화 진행돼 가고 있는데 정통부가 필요없다는 논리는 말도 안된다"면서 "IT업무가 산자부로 간다면 순수 IT산업은 설 곳은 없다"며 통합론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예산감시센타 백현석 팀장은 "산자부로의 흡수 통합을 막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장관과 차관이 앞장서 강연회를 가진 것은 부처 이기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것도 업무시간이 한창인 시간에 100여 명이나 되는 공무원들이 자리를 비운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공보실 관계자는 "업무시간에 직무와 상관없는 내용의 강연회를 여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며 "최근 일고 있는 부처 통합논의로 동요하고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교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류필계 정통부 공보관은 "비밀스런 얘기를 하는 자리였다면 출입기자들을 초청하는 등 행사를 개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통상적 직원교육의 일환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한편 정통부와 산업자원부의 통합론은 경제부처 개편론의 핵심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다. 두 부처는 전자상거래, 중소기업 정보기술화, IT관련 표준 제정, 포스트 PC 육성, 벤처기업 해외진출 등 상당한 부분에서 업무 중복문제로 마찰을 벌여 왔다.

다음은 김태유 교수의 강연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우리 민족은 과연 머리가 좋은가.

다들 우리 나라사람들은 머리가 좋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보통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우리가 세계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경쟁력의 원천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한 민족 특유의 집념이다.

우리의 조상은 우랄-알타이 족이다. 우리를 '동이족'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동쪽에서 해가 뜨는 곳이라는 것 아닌가. 저쪽 시베리아에서 한반도까지 그 고생을 하면서 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네가 하면 우리도 한다'는 정신력이었다. 이러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만이 한반도까지 와서 국가를 이룬 것이다. 한마디로 열성인 종자들은 중간에 떨어져 나갔고 우성 종자들만 한반도 들어온 거다.

- 성수대교는 왜 무너졌나.

성수대교 붕괴는 당시 우리 경제를 바로 볼 수 있게 한 바로미터다. 성수대교를 부실이라고 하는데 당시 우리 경제는 다리를 그렇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자. 100년 동안 사용이 가능한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 1600억이 든다고 하자. 그리고 1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다리를 건설하는데는 750억이 든다고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당시 우리 경제는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거다. 튼튼한 것보다 빠른 시일 내에 교환 가능한 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말 그대로 규모의 경제의 핵심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 나라의 자동차 회사가 제대로 서려면 적어도 자국 인구가 1억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래야 내수를 만족시키면서 외수도 가능하다는 거다. 하지만 한국은 기적을 일궜다. 외국 사람들은 10년, 20년씩 자동차를 타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3~5년에 한번씩 차를 바꾼 습성이 그런 기적을 일군 거다. 4천만 인구가 1억 인구 이상의 소비 효과를 낸 것이다. 휴대폰 산업이 이렇게 급속하게 발전한 이유도 한국 사람들이 그런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규모에 따른 경제 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가 있었던 거다. 하지만 21세기는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살 수 없는 경쟁 사회다. 자원도 없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도 없는 우리 나라가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은 바로 정보통신 산업이다.

- 한국의 IT산업 성공했나.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한국은 아직 이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나라 IT산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아직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다.

앞으로 세계 어느 나라든 선진국의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정보통신 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유럽의 변방으로 무시를 당했던 핀란드와 아일랜드가 IT산업을 이용해 선진국으로 올라선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우리 나라 기업들의 총 연구투자비(R&D)는 일본의 1/16, 미국의 1/24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본의 일개 기업의 연구투자비보다 작다. 한국의 미래는 이러한 기초산업에 대한 투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발전의 기본 원리는 기술이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는 기술선도형이라고 한다면 독일과 일본은 기술추격형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한계에 다 달았다. 아일랜드나 핀란드처럼 기술혁신형 이외에 미래는 없다.

과거처럼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면 곤란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IT정책 및 연구지원이 필요하다.

IT산업은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신속한 대처와 지식을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있는 여러분도 하루가 달리 변화하는 세상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효율적인 정부는 IT혁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정부조직개편 및 통폐합 논의가 나오고 있다. 오히려 IT관련 정부조직은 규모를 키워야 한다. IT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거다. 앞으로 IT관련 정부조직을 축소보다는 조직, 역할, 정책 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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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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