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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연세대에서는 학생들의 부재자 접수가 끊이질 않고 계속 이어졌다.
ⓒ 유뉴스 백영순
대학생들의 '참정권 행사'에 대한 여망이 담긴 1만여장의 부재자투표 신청서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최근 7개 대학은 2000명 이상의 학생으로부터 부재자투표 신고서를 접수받았지만 중앙선관위의 까다로운 유권해석으로 인해 서울대, 연세대를 제외한 5개 대학에서는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 등 5개 대학에서 모은 부재자투표 신청서는 총 1만720장. 이들 학교들은 당초 선관위가 각 대학 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요건으로 제시한 2000명 이상의 신청인을 모두 채웠지만, 선관위가 여러가지 조건을 내세우다가 결국은 투표소 설치 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2002 대선 교수네트워크' 등 유권자단체와 청년·학생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002 대선 유권자연대'는 특히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해주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경직된 법해석으로 참정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3일 중앙선관위를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중앙선관위가 2일 발표한 '대학소재지 읍·면·동 내 부재자 신고인수'에 따르면, 서울대(2642명)와 연세대(2247명)만이 대학 내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기 위해 만족시켜야 하는 '대학과 행정구역이 같은 부재자신고자 2000명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켰다.

반면 대구대(1893명), 과기원(1612명), 경북대(1346명), 한양대(1246명), 고려대(1195명)는 대학과 행정구역이 같은 부재자신고자 2000명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가 어렵게 됐다.

이처럼 7개 대학 유권자운동본부 학생들이 분명 2000명 이상의 부재자신고서를 모아 우체국에 접수시켰는데도 상당수의 학생들이 '대학소재지 읍·면·동 내 부재자신고인수'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선관위가 관련 법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재자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대학소재지 읍·면·동 내 부재자 신고인수'에 포함되지 않은 학생은 두 가지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1) 부재자 투표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았다.

선관위는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서울 내에 있는 학교에서 부재자투표를 하겠다고 신청했을 경우 부재자투표를 할 수 없다"고 밝힌 적이 있어 이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제외됐을 것이다.

2) 대학 소재지와 행정구역이 다른 '거소'를 써냈다.

선관위는 "학교 근처에서 생활하고 있더라도 현행법상 대학 소재지와 행정구역이 동일한 '거소'를 써내지 않은 학생들은 학내 부재자투표 설치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학생들은 제외됐을 것이다.

이런 선관위의 엄격한 법적용 때문에 고려대의 경우 2279명의 부재자신고자 가운데 1084명이, 한양대에서는 803명, 경북대에서는 714명 등이 '자격미달' 판정을 받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이번 결과는 그 동안 시민사회단체가 선관위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해 유연하게 법해석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을 무시하고, 선관위가 기존의 입장에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2002 대선유권자연대 김박태식 간사는 "이번 결과는 이전부터 누누이 지적했던 것처럼 선관위가 사소한 법규정에 얽매여 젊은 학생들의 투표 참여라는 큰 뜻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7개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탈락자'가 나온 고려대의 유권자운동본부 문세원씨는 "이공대는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해 있는데 성북구 안암동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며 "중앙선관위가 거소 개념을 문제삼지 않았다면 학내에 부재자투표소 설치가 되리라고 믿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2002대선유권자연대, 2002대선교수네트워크, 2030유권자네트워크 등 관련 단체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오는 3일 오후 2시에 과천 중앙선관위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들은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2일 선관위가 발표한 '대학 소재지 읍·면·동 내 부재자신구 인수' 결정에 대한 근거와 기준을 묻고 관련 자료를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대학 내 부재자투표 설치 여부와 장소는 오는 4, 5일경에 해당 구, 시, 군 선관위에서 최종 확정하게 된다.

"정치권 눈치보기에 급급한 선관위"
유권자연대-교수네트워크, 부재자투표소 설치 촉구 성명

2000명 이상의 학생으로부터 부재자 신청자를 모은 7개 대학 가운데 2개 대학에서만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가능해 진 것과 관련, '2002 대선유권자연대'와 '2002 대선 교수네트워크'는 성명서를 내고 "더 많은 대학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할 것"을 중앙선관위에 요구했다.

유권자연대는 '선관위는 학생들의 선거참여 의지를 꺾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구체적인 유권해석을 미뤄왔던 선관위가 갑작스레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며 행정력을 동원해서까지 깐깐하게 부재자 수를 줄인 과정을 지켜보면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보다 정치권의 눈치보기에 바쁜 선관위의 서글픈 실상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권자연대는 또 "선관위는 부재자신청인에 대한 자료를 공개해 선관위 판단에 대한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선관위는 학생들의 선거참여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네트워크도 이날 성명을 통해 "'선거참여 활성화' 차원에서 대학 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을 중앙선관위에서 먼저 추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소극적인 법해석으로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선관위를 성토했다.

이어 교수네트워크는 중앙선관위에 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와 관련해 4가지를 요구했다.

1. 선관위는 적극적인 법해석으로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2. 현행법은 구(기초단체로만)만 다르면 부재자 투표권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시'가 달라야 부재자투표권을 가질 수 있다"며 자의적인 법해석을 하고 있다.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법해석을 중단하라.
3. 국민의 참정권 보호를 위해 '거소'개념은 가능한 넓게 해석돼야 한다. 따라서 선관위는 2천명 이상의 부재자 신고가 이뤄진 대학에는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해야 한다.
4. 부재자 신고가 2천명이 안 되는 경우에도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해라.
/ 임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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