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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26세의 KAIST(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생에서 정당 최고위원까지, 그 거리는 얼마나 멀까?

혐오와 냉소가 정치를 대하는 상식으로는 대전 KAIST 대학원과 서울 개혁당 사무실 사이의 거리는 아득하기만 하다. 윤선희(26) 개혁국민정당(대표 유시민, 이하 개혁당) 전국집행위원은 요즘 그 아득한 거리를 자주 오간다.

22일 오후 여의도 개혁당 사무실에서 청바지와 흰색 남방 차림의 윤 위원을 만났다. 포항공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응용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그의 '수재'를 빼면 취미, 감성, 이성교제, 가족관계 등 그 신상과 인물의 면면에서 윤 위원은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사실 윤 위원의 모든 특별함은 그의 이력과 정치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만남에서 비롯하고 있다. 하지만 윤 위원의 관심은 오래 전부터 정치와 인연을 맺고 있었고, 그 인연은 인터넷에서 싹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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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윤 위원과의 일문일답.

"당분간 혹은 장기간 정치에 주력하겠다"

- 전공이 응용수학이라 들었는데 특별히 뭘 공부하나?
"샘플링 이론이 전공이다. 쉽게 얘기하면, 함수가 있으면 몇 개 샘플을 뽑아서 원래 함수에 가깝게 만드는 학문이다. 통신신호 등에 적용될 수 있다."

- 평소 정치에 관심 많았나?
"고등학생 때도 관심이 많았는데 대학 1∼2학년 때는 남자친구를 사귀느라 무관심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화단계(?)에 접어들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포항공대 3학년 총학생회 복지부장을 했다. 포항공대는 일반대학과 분위기가 달라 정치나 사회보다 학내 복지문제가 학생회의 주요 이슈였다.

대학원 진학 이후론 잘 갖춰진 과기원의 인터넷 시설이 큰 도움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 (정치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주는 기사를 매일 자연스럽게 접했다. 개혁당 소식을 접하면서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 일에 동참해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몇 권 소개한다면?
"<전쟁과 평화>, <태백산맥>, <거꾸로 읽는 세계사>, <이갈리아의 딸들> 등이다. <전쟁과 평화>는 당시 이문열의 <삼국지>와 같이 읽었는데 삼국지가 기본적으로 영웅주의라면 전쟁과 평화는 처음엔 초반부는 좀 지루했지만 민중의 힘이 역사를 바꾼다는 관점이 감동적이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당시 흑인인권운동가 말콤 X의 이야기에서 차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줬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남녀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세상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 부모님이 험난한 정치의 세계로 뛰어드는 걸 말리지는 않았나?
"아빠는 처음에 좀 껄끄러워 하셨고, 엄마도 달갑게 생각지는 않으셨다. 그러나 결국 이해하고 동의해주셨다. 내 설득에 의해 부모님과 초등학교 교사인 남동생이 개혁당 당원으로 가입했다. 어려서부터 뭐든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 주변에서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과기원에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보다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들도 많다. 물론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한두명 있기 마련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남자친구는 정치를 혐오하는 스타일이다. 때로 싸우기도 하지만 대체로 타협하는 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남자친구의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고, 내 생각을 강요당하지도 않는다."

-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치의식을 잘 드러내는가?
"'웬만하면 조선일보는 끊지?'하고 농담식으로 권유해 본다. 그러나 상대방은 대부분 조선일보가 정보가 많다 하는 식의 이유를 댄다."

- KAIST 학생으로서 정부 과학정책에 대해 한마디한다면?
"과학기술원 안에서 보다는 사회에 나가면서 불만이 더 크다. 기본적으로 연구한 사람보다 그것을 포장하고 마케팅한 사람이 더 대접받는 불합리, 자기 노력과 성과에 비해 불공정한 대우 등이 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집행위원 출마시 당원들에게 집행위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당분간, 혹은 장기간 전공은 잊고 정치에만 주력하겠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정치문화 만들겠다"

- 전국집행위원은 기존 정당의 최고위원에 해당한다. 26세의 대학원생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셈인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개혁당 당원들은 당원의 목소리를 정책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실제 당선자 중에는 현장과 직접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많이 당선됐다."

- 개혁당 전국집행위원에 당선된 과정을 설명해달라.
"먼저 인터넷에 집행위원 선출 공고가 뜨고, 오프라인 10명과 온라인 50명의 추천으로 후보등록을 했다. 내 선거운동 게시판에 공약을 제시했는데, 당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일부 공약의 수정과 보충이 이뤄졌다. P2P 방식의 공약이 탄생하는 것이다. 투표는 인터넷으로 1인이 3사람의 후보에게 한표씩 행사했다. 총 유효당원수 3만746명 중 9688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나는 3779표를 얻어 2위로 당선됐다."

- 윤 위원의 공약내용은 무엇인가?
"첫째 제대로 된 과학기술 정책으로 이공계 학문을 살리겠다, 둘째 과학기술과 함께 기초학문의 발전 방안을 만들겠다, 셋째 양성평등을 이루겠다, 넷째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수립하겠다, 다섯째 새로운 방식의 인터넷 정당으로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겠다 등이다."

- 양성평등을 위해 생각하는 정책이 있다면?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지구당 위원장 등은 30∼50% 여성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 결혼 이후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 부부 공동명의 등기 의무화, 경제활동 여성을 위한 공공보육 시설 확대, 승진·급여 등에서 남녀 차별 철폐 등도 시급한 과제다."

- 정치개혁의 관점에서 인터넷은 어떤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는가?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인터넷은 족벌언론의 거짓, 왜곡 정보를 곧바로 드러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인터넷 정당의 당원들은 빠르고 정확한 정보의 공유로 의제에 대한 활성화된 토론이 가능하다. 이는 상향식 민주주의와 당원의 당비만으로 기본적인 당 운영을 가능케 해준다."

- 지난 18일 개혁당의 1차 전국집행위원 회의가 있었다. 의제의 하나였던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 윤 위원은 어떤 입장인가?
"기본적으로 회의에서 확정된 입장에 공감한다. 노무현 후보는 노 후보의 정책이 우리 당의 지향과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당원 90% 이상의 지지로 정책연합 후보로 결정됐다. 물론 이번 단일화가 기존 야합과 뭐가 다르냐?, 원칙과 소신은 어디로 갔나? 하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노 후보의 정책연합의 후보로서의 지위를 지지한다."

- 개혁당은 정치개혁이란 화두로 출범했지만 한계도 있을 것이다. 개혁당의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온라인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이젠 오프라인으로 활동폭을 넓혀야 한다고 본다. 인터넷 환경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우리 당을 알릴 것인가 고민해봐야 한다."

- 그러나 오프라인 활동을 강화하면 인터넷 정당을 표방한 개혁당의 정체성과 긴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인터넷 정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지금 당장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 당을 알리는 문제는 인터넷 정당과는 별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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