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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언론 연구회'학회장 이지은씨
'참언론 연구회'학회장 이지은씨 ⓒ 박희석
대선 가까워질수록 편파적 보도 늘어

지난 5일,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는 '편파보도 금지-우리 "공정보도"하게 해주세요!!'라는 독특한 제목을 띤 공개토론회가 있었다.

토론을 준비하게 된 계기에 대한 물음에 "흔히 대학에서 토론문화가 부족하다, 사라졌다고 말하잖아요. 현재 언론에 대해 연구, 비판하는 저희 학회에서나마 그런 시각들을 한번 바꿔보고 싶었어요"라고 답한다. 2학기 개강 이후 일주일에 한번은 학습시간을 가지고 여러 신문,방송 자료들을 검토해보면서 주제선정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언론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후보들에 대한 편파적 보도들이 눈에 많이 띄는 걸 발견하게 되었고 결국 주제도 '언론의 특정후보 지지에 대한 찬반토론'쪽으로 잡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몇 가지 들어달라는 부탁에 "정몽준 후보의 경우 모 신문에서는 '학창시절 반장이었으나 리더쉽이 부족하다'라고 표현하는 등 후보들의 개인적이고 사소한 부분을 부각시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거나 비하하는 표현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어요"라며 몇 가지 예들을 보여주었다.

"신문은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가?"

'참언론 연구회'에서 준비한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신문은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가?'였다. 대선을 앞두고 모든 신문들이 엄중중립, 공정보도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특정후보 편들기, 공정보도 시비가 끊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언론의 편파, 왜곡보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이 토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불공정 보도와 편파성 시비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는 입장과 오히려 공정성 시비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었다.

공개적 지지를 찬성하는 입장을 살펴보면 '해마다 선거철만 되면 터져나오는 공정보도 시비들은 언론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과제이다', '차라리 미국처럼 철저한 검증을 거쳐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오히려 언론의 공정성 시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이었다.

신문이 한 후보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게 된다면 그에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공정한 검증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고 후보측에서도 지지를 받기 위해서 더 나은 공약과 정책을 개발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질적으로 올바른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특정후보 공개의 근거로 들었다. 오히려 객관적 보도를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실제로는 특정 후보에 대해 '깔아뭉기기'보도를 일삼고 있는 현재 언론들이 독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반대쪽의 입장도 만만치 않았는데 '특정후보 공개시 오히려 신문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해져 더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주장'이었다. 만약 현재 신문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조중동이 한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면 오히려 언론의 권력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아직까지 제대로 편집권독립이 이뤄지지 않았고 사주의 영향이 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후보지지와 뉴스제작이 별도로 독립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와 달리 지지후보에 대해 정책공략보다는 지지후보를 미화하는데 급급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거대 언론과 유력후보의 유착만이 더욱 심화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제 12회  '참언론 연구회' 공개토론회 장면
제 12회 '참언론 연구회' 공개토론회 장면 ⓒ 박희석
결과보다는 성숙한 토론문화를 보여주는데 노력

알찬 준비가 돋보이는 토론회의 당시 상황에 대한 물음에 "그 전까지 학술제때 주로 세미나를 진행했었거든요, 작년부터 공개토론회 방식으로 바꾸었는데 '너무 지루하다. 짜고 하는 것 같다'라는 의견도 있어서 올해는 자료준비도 정말 열심히 하고 토론 직전까지 서로의 내용을 알 수 없어 실제 토론할 때는 '정말 싸우는 줄 알았다"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어요"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토론의 결과에 대한 질문에는 "원래 어느 팀이 이긴다, 결론을 낸다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거든요. 그냥 방청객들에게 무언가 던져주고 싶었어요"라며 말을 꺼냈다. "어느 때부턴가 '토론'이라고 하면 말꼬리 잡기 위주의 말싸움으로 전락해버리거나 비난을 주고 받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을 많이 봐왔는데 저희는 정말 토론의 절차를 지키고 성숙한 토론문화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거든요"

"방청객들을 대상으로 사전투표와 사후 투표를 진행했어요, 시작하기전에는 반대의견이 약간 높은 편이었는데 토론이 끝난 투표에서는 거의 반대쪽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았죠. 아무래도 찬성쪽의 의견이 약간 이상적인 측면이 있다보니 좀 밀렸던 것 같기도 해요"라고 말하며 방청객 투표는 단지 선호도를 조사한 것일뿐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고 한다.

현실성 없는 공약들 눈에 많이 띄어

토론회 준비를 하며 많은 자료를 접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각 후보들의 언론정책이나 관련공약들에 대한 생각도 들어보았다. "전체적으로 현실성이 많이 결여된 '보여주기식' 공약들이 여전히 눈에 많이 띄는 것 같아요"라며 언론에 일침을 가한다.

"솔직히 권후보의 '부유세 정책' 같은 건 별로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언론에서는 여러 후보들의 정책이나 공약들에 대해서 그냥 '어떤 어떤 후보들이 무슨 공약을 걸었다'라는 데서 멈추는 것 같아요. 그것을 좀더 세분화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하고 검증해 주는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요?"

선거자금에 관련된 측면의 보도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선거자금과 관련된 측면에서는 전혀 건드리지 않는 것 같아요. 대선을 한번 치르려면 돈도 굉장히 많이 들텐데, 이런 돈들의 출처도 궁금하고 이런 자금들이 투명성을 가지고 운용되는지에 관련된 기사들은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아요"라며 언론이 세심한 관심을 부탁했다.

후보단일화 - '불가능할 것'

때마침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학회원 '이호진'씨도 함께 참석하게 되어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후보단일화 논쟁과 개인적으로 바라는 대통령상에 대한 질문도 던져보았다.

"전 후보단일화 협상을 한다고 했을 때 아마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협상이라는 것은 양보가 기본적인 전제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모습은 모두 '내가 안 돼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접하고 있잖아요?" (이지은) "후보 단일화 협상 자체가 좀 웃긴 것 같아요. 두 후보간 공통점도 찾을 수 없고 단지 표를 몰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 해서 예상대로 표가 옮겨갈지 의심스럽네요"(이호진) 라며 모두 단일화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바라는 대통령상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대선의 경향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선다툼으로 진행되어가는 모습이 아쉬워요. 우선 다양성이 없잖아요. 특정 거대 정당에서만 후보가 나오고 좁혀지는 모습들이 또하나의 권력집중화를 보는 것 같아 그냥 착잡할 때도 있어요"(이호진)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번 대통령은 정말 '깨끗한 대통령'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항상 끝나고 나서 평가가 좋은 사람이 없었잖아요. 임기가 끝나도 '부정부패와 연관되지 않고 국민에게 칭찬받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이지은)

왼쪽부터 이호진,이지나,이지은씨
왼쪽부터 이호진,이지나,이지은씨 ⓒ 박희석
웹으로도 뜬다!

앞으로의 참언론 학회의 활동방향에 대해 물어보자 현재 '참진(www.chamzine.co.kr)'이라는 웹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11월 20일 정도를 발간날짜로 생각하고 있으며 영상에 익숙한 현재 세대에게 겉으로만 판단되는 현실들에 대해 좀더 깊이 살펴보고 공론화된 장을 웹상에서 만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웹진에 성격에 대해 묻자 "저희 웹진은 시사웹진을 바탕으로 만들었어요. 아무래도 대학웹진이다보니 포커스를 대학생에게 맞추고 또한 신방과라는 특성에 맞추어 언론모니터 등도 적극적으로 이뤄나갈 예정이예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소식뿐만 아니라 참대참(토론방), 참소리(칼럼), 참견하기(모니터)등 7개 정도의 코너들을 마련, 꾸준히 대학 내의 언론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저희 웹진이 저희 과에서도 처음이 아니거든요. 웹진이라는 게 만드는 건 쉽지만 항상 업데이트가 문제잖아요. 'chamzine'이라는 것이 참언론을 추구하는 웹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말 그대로 (眞)이라는 의미도 있거든요. 좋은 의미를 살려서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조직이 정비되는 내년 초부터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주변에 조금씩만 관심을

ⓒ 박희석
마지막으로 공개토론회를 끝낸 지도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평가, 의의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솔직히 많은 대학생들이 시사적인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점점 떨어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번 공개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저희 나름대로 정말 많은 것을 얻었고 이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다른 학생들과 공감하고 나누고 싶었어요. 적어도 토론을 보고나면 그전까지 무심코 읽었던 신문이나 언론보도들에 대해 다른 생각들도 많이 가지게 되잖아요?"라며 학생들에게 작은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요즘 대학생들의 무관심들에 대해 많이 비판하는데 사소하게는 투표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떤 사회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거든요. 생활 속에서 조금씩만 관심을 가질 때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역량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많이 생각하는 대학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공론의 장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저희 참언론 연구회의 역할이구요."

'참언론·참인간·참세상'을 기조로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참언론 연구회 나올 때 벽에 걸려 있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여기저기서 지친마음 참언론에서 풀고가세' 새로운 출발을 앞둔 '참언론 연구회'가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참된 언론정립의 장'을 풀어나가는 모임이 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2002대선 대구유권자가 바라본 세상

12월 19일. 대선은 40여일도 채 남지 않았다. 21세기 처음으로 선출하는 대통령이지만 유권자는 여전히 시큰둥하다. 언론지면에는 연일 정치권의 이합집산 등을 보도 유권자의 정치혐오를 부추키고 있으며, 누가 누구보다 몇%앞서고 있다, 판세 구축 등 여론조사의 대상과 결과를 대선후보에게만 맞추고 있다. 

더군다나 밑바닥에서 일고 있는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의 목소리는 매몰차게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유권자는 또다시 표찍는 기계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역 언론이 그린 세상 속에는 유권자는 없다. 

지난 10월 21일 발족기자회견을 가진 2002대선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언론신경쓰기>코너를 통해 언론비평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언론모니터보고서>를 통해 지역언론의 불공정·편파보도 사례를 발굴, 해당언론사에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오는 11일부터 5인으로 구성된 '깸돌이'(언론이 만든 세상을 깨는데 앞장 선 사람들)팀을 운영한다. 

'깸돌이'들은 언론에서 사라진 대구지역 바닥 민심을 찾아 나선다. 선거의 주인이 되어야 할 유권자, 유권자들이 주장하는 한국사회개혁의제. 그들이 느끼고 있는 정치현실 등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깸돌이'는 박희석, 오은진, 위정은, 정선미, 허미옥이 함께 뛴다. 

 홈페이지 : http://www.cham-i.org  자세한 문의는 053)423-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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