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6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모두사랑문학상 시상식 및 시 낭송의 밤
16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모두사랑문학상 시상식 및 시 낭송의 밤 ⓒ 정세연
16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제1회 모두사랑문학상 시상에 인천의 한 부부가 나란히 당선해 눈길을 끌었다.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김인성(45)씨와 비문학분야 장애극복생활수기 우수상을 수상한 강주옥(45)씨 부부. 아이들과 함께 인천에서 먼 걸음을 한 김씨는 대학에 다니던 78년, 사고로 척추를 다쳐 신경이 마비되어 목발 없이는 거동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김씨는 지난 98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회에 동시로 입상한 바 있는 문학도다. 현재 인천에서 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김씨 가족은 '화목'이란 이름 아래 내일을 위해 살고 있다.

<'삶'이라는 단어, 곧 '행복'>이라는 생활수기로 우수상을 수상한 부인 강씨는 남편과의 만남을 '필연'이라 말한다.


관련
기사
' 전국모두사랑 문학상공모 ' 발표



강씨는 부산여상 졸업 후 은행에서 10여년을 근무하다 학업에 뜻이 있어 1987년도 입시공부를 시작해 1988년 서울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내일은 푸른 하늘'이라는 장애인 방송을 청취한 것이 지금 남편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당시 장애인 방송 진행을 맡은 안인수 회장의 '푸른 하늘 가족모임'이란 장애인 단체에서 봉사를 시작한 강씨는 "봉사활동은 푸른 땀을 조금만 더 흘리면 되었고, 오히려 봉사를 함으로써 얻는 보람은 흘리는 땀의 몇 배 이상이었다"고 말한다.

시부문 신인상과 장애극복생활수기부문 우수상에 나란히 당선된 김인성, 강주옥씨 부부
시부문 신인상과 장애극복생활수기부문 우수상에 나란히 당선된 김인성, 강주옥씨 부부 ⓒ 정세연
"장애인들은 사랑을 알고 있죠. 남을 포용할 줄 알고, 어떤 일에 있어서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여유가 있어요. 또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며 한 가지 일에 매우 적극적이죠. 물론 장애인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그렇다고 느꼈습니다."

안 회장의 권유로 1990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맞선대회에 참가한 강씨는 지금의 남편 김씨와 처음 만났다.

선운산 여행길에 그리움처럼 떠오른 남편의 얼굴에 강씨는 '이게 바로 사랑이구나'하고 느꼈고, 1년간의 만남은 결혼으로 이어졌다.

김씨 부부에게 4월 20일은 인연이 깊은 날이라고 한다. 김씨가 사고를 당한 날이 1978년 4월 20일, 김씨와 강씨가 처음으로 만난 날이 1991년 4월 20일, 결혼식을 올린 날이 1992년 4월 20일로 장애인의 날 4월 20일과 모두 한 날로 겹치는 것이다.

삶은 곧 행복이라는 강씨 부부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들 현우와 초등학교 2학년 딸 예지가 있다. 올해에는 남매가 모두 학급회장에 뽑혀 흐뭇했다는 강 씨는 아이들에게 항상 인내와 성실을 강조한다고 한다.

강 씨는 수상을 한 남편에게 "앞으로 더 노력해서 꼭 등단하길 바란다"며 문학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기를 희망했다.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전하라는 사회자의 짖궂은 장난에 강씨가 쑥쓰러워 입을 못내 열지 못하자 객석의 남편이 "사랑해요"하고 외쳐 관객들의 행복한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에게 있어 삶은 진정 행복이 아닐까?

김인성 씨 수상작 '첫경험'

차가운 어둠 속에서 발견한
길다란 한 가닥 실마리처럼
긴 터널 끝에서 서서히 비춰오는
스멀거리는 하얀 불빛.

시간이 조금 지나고
흐느적거리는 존재를 느꼈다.
비록 눈맞춤은 못했지만,
짧은 한 순간이었기에
손을 뻗어 너를 잡으려 했었다.
그러나 너는
유리상자 속에서도 꺼질 듯했다.

사랑은
한 가닥 희망이었고,
식탁 위에 놓인 기쁨 한 접시
눈으로 너를 달래보았다.

까만 어둠이 몰려와 여기까지
바람에 흔들거리는 만큼
연못의 동그란 물결처럼 퍼진
두려움을 물리치고 다가온다.

비로소,
꺼지지 않는 불씨를 맞아
제 빛을 찾아 헤매다가
뜨거운 불꽃처럼 활활 타려한다.


/ 정세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