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대구FC 서포터즈가 제안한 팀 가상 엠블렘
ⓒ 대구FC 서포터즈
지난 6월 한일월드컵 이후, 축구팬들을 중심으로 시민구단을 창단하자는 붐이 일었다. 서울, 인천, 대구, 광주, 경남 등에서 시민구단 창단 붐이 불었고, 가장 먼저 결실을 본 곳이 대구이다. 대구 축구단은 조만간 시민주 공모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로 하고 내년 시즌 참가를 확정지은 상태다.

그런데, 아무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어려움이 생겼다. 팀 명칭을 "이글스"라고 선정한 이후,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주식 공모에 대한 분위기는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구 시청 홈페이지와 대구 시민 프로 축구단 홈페이지에는 항의의 글이 잇다르고 있다.

지난 12일 3명의 교수, 브랜드 기획사 대표, 시청공무원, 상공회의소 관계자 2명, 대구FC 서포터즈 대표 등 8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상공회의소에서 대구시민프로축구단 명칭 회의가 열렸다.

기획사에서 제시한 팀 명칭은 공모된 206개 안 중에서 대구 유니온즈, 대구 페시온즈, 대구 힘돌이, 대구 웅비, 대구 애플즈, 대구 이글스 등 15개의 안이었다. 이에 대구FC 서포터즈는 대구FC를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고, 16개의 명칭 중 "대구 FC"가 투표 결과 1순위가 되었다.

이후 최종 결정권을 가진 상공회의소 이사회에서 대구FC와 대구 이글스 두 가지를 가지고 회의를 한 결과 대구의 시조(市鳥)인 독수리를 상징하는 이글즈를 팀의 명칭으로 결정했다.

팀 명칭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결정권자가 결정하면 그만이고, 누구도 불만을 가질 권리가 없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는 다르다. 대구의 경우는 애초 시민구단으로 결정한 만큼 팀의 주주가 될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이사회의 축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 부족도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데 한 몫 했다. 국내 스포츠의 경우에는 타 프로 스포츠의 명칭을 피하는 것이 관행이다. 또한, 대구 시민 프로축구단이 선진 구단을 지향했다면, 팀 명칭에 있어서도 신중함을 보였어야 한다.

▲ 차례대로 프로야구 이글스, 프로농구 세이커스, 대구시청 상징
다음 카페 한화 이글스 팬클럽은 지난 14일 대구 축구단이 이글스라는 명칭을 쓰는데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시했으며, 이글스 팬들 대부분은 반대의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는 가장 먼저 출발한 프로야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다른 스포츠들도 프로야구의 제도를 따라하는 경향이 많다. 팀 명칭에 팀 마스코트를 붙이는 경우는 미국 프로야구가 시작했고, 한국의 프로야구도 그대로 따라했다. 한국의 프로축구 팀들도 한국 프로야구 팀들을 따라, 치타스, 호랑이, 아톰즈, 로얄즈 등의 이름을 썼다.

그러나 유럽 축구팀은 united(지역 연합), FC(축구팀)등을 쓰고 있다. 축구팬들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축구팬들은 당연히 FC나 united등의 명칭을 쓰기를 원하고 있으며, 대구를 제외한 서포터즈가 중심이 된 4개 지역은 모두 서울 FC, United 서울, 경남FC, 인천FC 등 자신들 나름대로의 팀 명칭을 정하고, 축구팀 구성을 추진 중이다.

이번 팀 명칭은 대구시의 상징은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 사는 사람도 서울의 시조를 잘 모르고, 대구시에 사는 사람 역시 대구의 시조를 잘 모른다. 시조를 시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실 독수리와 대구는 거의 관련이 없어 보인다.

많은 대구 시민들이 차라리 사과를 상징하는 대구 애플즈나 섬유 산업을 표현할 수 있는 명칭이 더 나을 뻔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한 시민은 교토 퍼플상가를 패러디한 대구 지하상가가 차라리 좋다는 의견까지 제시할 정도로 이번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다.

또한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은 "동물원 시리즈는 이제 그만"이라는 말로 특징 없는 팀 명칭 선정에도 비난을 가했다. 우리나라의 팀 명칭은 지역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하면서, 메이저리그의 콜로라도 로키스나, 시애틀 매리너스 등의 예를 들며, 지역이나 팀의 역사와 관련 있는 명칭을 쓰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 좌측부터 프로야구 타이거즈, 프로축구 치타스, 호랑이 마스코트
한편 (주)대구시민프로축구단은 15일 홈페이지(http://www.fcdaegu.com/)를 통해 '이글스'라는 팀 명칭 결정은 공모자 수(7008건 중 612건)가 가장 많았던 점이 참조가 되었다고 밝혔다.

대구 매일신문은 14일자 기사를 통해 오프라인 공모에서는 5위를 차지한 대구 FC가 온라인 공모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면서, 대구 축구단의 주축이 될 서포터즈의 대부분이 젊은 네티즌을 감안할 때 대구 이글스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또한 이 신문은 시민축구단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팀 명칭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영남일보 등 지역신문 등을 통해 회사측은 팀 명칭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희찬 대표이사의 "일부 네티즌들의 요구(영남일보 14일자)"라는 말과 달리 대구 지역 네티즌들은 연일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구FC 서포터즈는 15일 홈페이지(http://www.daegufcsupporters.co.kr/)를 통해 대구 이글즈 이름에 대해서 공식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팀 명칭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 시민주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프로축구단이 시민 구단과 선진 구단을 표방한 만큼, 이번 팀 명칭 사건을 기점으로 해서 구단 운영에 좀 더 많은 연구를 해야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 구단으로서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