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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는 11일 이근식 장관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각 자치단체에 공무원노조원 591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행자부의 이번 징계요구는 지난 89년 전교조 사태 이후 최대 숫자의 공무원 징계 요청이다.
행자부는 11일 이근식 장관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각 자치단체에 공무원노조원 591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행자부의 이번 징계요구는 지난 89년 전교조 사태 이후 최대 숫자의 공무원 징계 요청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행정자치부(장관 이근식)가 11일 오후 전국 광역시·도 행정부시장, 부지사회의'를 열고 지난 4,5일 연가투쟁에 참가한 공무원 총 591명의 징계를 요구한 데 대해 공무원노조는 '인사위원회 봉쇄', '장관 퇴진운동' 등 강력한 대응을 하기로 결정해 파문이 예상된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12일 "효과적인 투쟁 방침으로써 공무원의 징계를 결정하는 전국 광역시·도, 시·군·구 인사위원회 개최 장소를 사전 봉쇄해 인사위원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하고, 장관 퇴진 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할 방침을 결정했다"며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징계'를 적극적으로 저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행자부, 자치단체에 모두 591명 징계 요구…전교조 이후 최대 인원

공무원노조가 이 같이 강력하게 맞대응을 하게 된 것은 11일 행자부가 공무원노조에 대해 이전까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이날 이근식 장관이 참석한 회의에서 '연가투쟁'과 관련, 각 광역시·도에 배제징계(파면이나 해임) 22명 등 모두 591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대선을 앞두고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판단에서다. 591명에 대한 징계요구는 지난 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1500명이 해직된 이후 최대의 숫자다.

행자부는 이 외에도 중징계(파면, 해임이나 정직) 35명과 경징계(견책이나 감봉) 534명을 자치단체에 요구했다. 또 경남 울산 동구·북구청, 진주, 거제, 진해시 등 8개 자치단체와 자치단체장에게 기관경고를 결정했다. 기관경고를 받은 단체는 교부세 삭감, 지원사업 반려 등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행자부는 이와 같은 방침이 잘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각 자치단체 부단체장들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을 동원해서라도 '징계 지침'을 관철시킬 예정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명백한 실정법을 어긴 행위이므로 법에 근거한 수단을 통해 처벌하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조 강력 반발…행자부, 옛 '내무부 행태' 버리지 못했나

행자부의 징계 방침에 따른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행자부가 징계를 관철시킨다면 공무원노조는 징계위 봉쇄, 장관 퇴진운동 등 강력한 맞대응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4일 한양대 앞에서 벌어진 경찰과 공무원들의 충돌 장면.
행자부의 징계 방침에 따른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행자부가 징계를 관철시킨다면 공무원노조는 징계위 봉쇄, 장관 퇴진운동 등 강력한 맞대응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4일 한양대 앞에서 벌어진 경찰과 공무원들의 충돌 장면.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행자부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공무원노조와 일부 지자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징계를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공무원노조 이철 조직부장은 "현재 공무원노조에 대한 총체적 탄압국면을 행자부가 주도하고 있다"며 "징계방침을 계속 고수한다면 서명운동과 사이버 시위, 각 본부 거점별 농성 등을 통해 장관 퇴진운동과 행자부 해체 운동을 벌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자치단체장이 징계를 시도할 경우 "해당 기관장에게 항의하고 징계위원회를 봉쇄하는 방법을 쓸 것"이라고 전했다.

기관징계 대상이 된 울산 북구청, 동구청 역시 행자부의 조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상범 북구청장은 "구청에서 정당하다고 판단해 연가를 허가한 것에 대해 재정지원까지 줄이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자부를 직접 방문해 징계철회를 요구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도 "재정지원 삭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자치단체들은 아직 정식 공문을 통해 징계 요구를 받지 않아 최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민주노총 출신 이갑용 동구청장의 신현훈 비서실장은 "공식적으로 어떠한 징계 요구를 받은 적이 없어 언론을 통한 인터뷰 등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단체들은 "행자부가 과거 내무부 행태를 반복하려 한다"는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행자부의 징계 조치가 과도하다"며 "지자체에 중징계를 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과 예산을 가지고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옛 내무부 행태의 반복이고 문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또 "이번 문제는 정부가 대선 당시 약속한 법안을 지키지 않은 데서 나온 것이고, 엉터리 법안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려는 행태에서 시작됐다"며 "(공무원의 연가투쟁을) 형식논리로 따지자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합리적인 협의를 위해 먼저 대화하는 것 이 필요하고 행자부도 중징계 압력을 가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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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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