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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 광주지검 순천지청
자료사진 - 광주지검 순천지청 ⓒ 오마이뉴스 조호진
지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도덕성 검증을 시도했던 한 지방일간지 기자들이 후보 비방혐의로 구속됐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언론의 감시기능 위축과 유권자의 알권리를 저해하는 처사라 며 항변하고 나서 향후 법적 논란이 일 전망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박종근 검사는 6일 호남매일 사회부장 서선택(39)기자와 전 호남매일 기자 박성태(36)씨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로 사전영장을 청구했다. 또 광주지법 순천지원 최영남 판사는 9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특정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보도를 해 후보의 도덕성을 타격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저해했다"면서 또 "특정 후보(상대후보) 선거관계자와 통화기록으로 볼 때 연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영장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계는 9일 "검찰의 무리한 잣대가 언론의 사명인 정치인의 도덕성 검증과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면서 또 "특정후보가 비판적인 언론인의 처벌을 검찰에 요구한 것은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위한 의도가 숨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서병률 변호사는 9일 "혐의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는 언론인을 구속한 것은 무리한 판단이다"면서 "유권자의 판단을 돕기 위한 후보 도덕성 검증이 검찰의 엄격한 잣대에 의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후보 도덕성 검증인가? 아니면 후보비방인가?

거문도 사건을 보도한  KBS
거문도 사건을 보도한 KBS
호남매일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5월 30일자에 '10대 소녀 군수 노리개 전락 충격'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사는 사회면을 통해 여수시장 재선에 도전한 주승용 후보가 지난 98년 여천군수 당시, 거문도에 인신매매 된 10대 소녀들로부터 접대 받았다고 문제 삼으며 성 매매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주 후보는 5월 31일 이 기사로 인해 명예훼손과 함께 선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호남매일 발행인과 편집국장, 취재팀장 등을 순천지청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동시에 청구했다.

이 사건은 여천군수였던 주 후보가 98년 2월 군정보고회 업무로 거문도에 들어갔다가 폭풍주의보에 발이 묶이면서 지역유지 등과 노래방에서 양주를 마시면서 인신매매 된 다방아가씨들로부터 서비스를 받은 게 발단이 됐다.

이 문제가 외부로 알려진 것은 KBS에 의해서였다. 이 방송사는 98년 3월 28일 '거문도는 가출 10대 수용소'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억지빚을 지고 팔려온 접대부들은 대부분 가출 소녀들로 고객 가운데는 지방관리까지 끼어 있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인신매매 된 G양의 일기장과 증언을 토대로 현직 군수가 티켓영업 고객이었다고 폭로했다.

주승용 후보는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되자 검찰과 경찰의 수사결과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며 지난 선거에서 검증된 문제라고 반박했다. 특히 "다방 아가씨가 서비스를 해 유지들과 노래부르고 논 것이 전부다"고 해명하면서 언론과 상대 후보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이 사건을 들추어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지켜본 일부 언론인과 법조인들은 9일 정치지도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엄격해지는 추세로 볼 때, 군수의 신분으로 인신매매 된 여성들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아 유흥을 즐긴 것은 정치인의 도덕적 흠집으로, 향후에도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검찰 관계자는 같은 날 "언론이 지나친 시각으로 성 매매 의혹을 제기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넘어선 문제다"면서 "당시 수사기록을 통한 사실 확인 등을 소홀히 한 채 후보의 도덕성을 문제 삼은 게 비방할 의도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비판적인 언론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
[인터뷰] 호남매일 서선택 사회부장·박성태 전 기자

▲ 9일 순천지청에 출두한 서선택(왼쪽) 호남매일 사회부장과 박성태 전 기자
구속영장이 발부된 9일, 서선택 호남일보 사회부장은 "문제가 된 보도는 후보선택의 판단근거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보도한 것으로, 후보비방 목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무리한 잣대로 언론인을 구속하려는 것은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의도가 있다"면서 "향후 부도덕한 정치인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은 "비판적인 언론을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고소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서선택 부장과의 일문일답.

-언론은 도덕성 검증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후보 비방으로 받아들였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언론의 기본적인 사명이다. 그러나 대다수 지방언론은 부도덕한 정치인에 대한 자료부족과 검증능력 한계에 부딪쳐 이를 소홀히 해왔다. 이처럼 부도덕한 정치인들에 대한 판단근거가 없었던 상황에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주기 위해 기획 취재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무리한 잣대로 언론인을 구속하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검찰은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채 의혹을 제기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넘어선 문제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다룬 창원경찰청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래된 사건이라며 협조하지 않았고 또 피해자도 직접 취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이 사건을 취재한 KBS 기자와 거문도 여관과 다방 그리고 당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취재해 보도한 것이다. 검찰이 허위보도라고 몰아가는 것은 기자들을 옭아매기 위한 무리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언론인들 사이에 무리한 보도였다는 의견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방신문의 취재역량 한계 때문에 충분히 사실확인을 하지 못한 점은 시인한다. 그것은 사법권이 없는 기자의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 때문이었지 사실확인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다. 이번 보도는 특정후보를 비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도덕한 정치인에 대한 판단근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검찰의 지나친 잣대에 의해 언론이 부도덕한 정치인에 대한 검증을 회피하거나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주승용 후보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고소했다고 주장했는데 그 말의 뜻은 무엇인가.
"거문도 사건을 처음 보도한 것은 KBS 방송이었다. 그런데 공영방송 보도를 문제 삼지 않은 것은 언론의 영향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지방언론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한 것은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위한 의도가 숨겨 있다고 본다. 자신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제기할 수 없도록 힘 약한 언론의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결국 검찰이 부도덕한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검찰이 상대 후보와의 잦은 통화에 대해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시각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증언이나 물증 없이 심증만 갖고 처벌을 요구한다는 것은 기소독점의 남용이며 자의적 해석이다."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지금 심정은 어떤가.
"우리는 그 동안 촌지거부운동을 펼치는 등 지방언론인으로서 투명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부도덕한 지방기자들과 동일시하는 시각이 사법기관에 존재하면서 이 사건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사법기관이 계속 부도덕한 기자로 몬다면 단식에 돌입할 생각이다.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혀나가겠다."

이날 서 부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성태 전 호남매일 기자는 "주승용 후보는 여수 이마트 허가와 관련된 시의 문제를 비판하자 언론인과 시민을 상대로 7억5천 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장본인이다"면서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과 여론에 대해 소송이라는 방법으로 봉쇄해 왔다"고 주장했다. / 조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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