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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오마이 뉴스에 싣고자 하는 이유는 전국적 분권운동(대구에서 개최)으로 치부되는 정치프로파간다에 대한 일체의 비판적 고찰이 지방언론에 의해 단절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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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대선에서 쟁점화시킬 것"


즉 지방분권운동추진을 지고의 가치로 이미 결정한 지방언론의 편견과 외면으로 인해 분권운동에 대한 신중한 내부적, 비판적 고찰이 지방에서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지방분권운동' 전국조직 창립대회
지난 7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지방분권운동' 전국조직 창립대회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필자는 몇달 전 오마이뉴스를 통해 분권론의 허구를 밝히고 참다운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역의 폐쇄적 연고와 패권주의가 먼저 해소되어야 - 즉 지역의 민주화 운동이 선행되야 -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이런 글을 써야하느냐면, 그것은 이른바 분권운동가들이 대선을 눈앞에 두고 마치 지방분권이 지방혁신의 최대의 이슈이며, 절대다수 시민들이 마치 그러한 주장에 동조나 하는 듯이 허장성세하여, 결국은 관변화된 정치운동이 참다운 시민운동인 것 처럼 오인되도록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면 왜 지금은 분권운동 할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첫째 이유는 분권운동추진세력들이 지방자치 부실 또는 자치실패 원인을 외부세력, 즉 국가정부에 귀착시킴으로서 '지방정치가'들의 자치실패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노릇을 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민들의 낮은 선거참여율과 지방자치에 대한 실망은 결코 잘못되었거나 과장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지방자치 부실의 원인은 중앙-지방간 권력 분산 잘못에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방정치인, 지방의 권력층, 지방의 기득권 세력, 즉 지방의 패권적 언론과 굳건한 연고로 뭉친 법조, 의료, 상공, 교육, 지식인들의 잘못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

한마디로 지역 기득권자들과 지방권력자들의 패권주의와 폐쇄적 연고주의가 지방자치 부실의 제일 큰 원인이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지역내부의 민주화를 부차적인 주제로 돌린 채, 형식적 분권론을 앞세우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누구를 위해서 분권을 하자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둘째, 분권운동의 허구는 분권운동을 과연 누가 주도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되어있다. 분권운동에 가장 큰 열정을 가진 세력은 자치단체장 및 지방정치인이다. 이들은 좀 더 많은 권한과 재정력을 얻으면 지금 보다 좀 더 잘된 지방자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본 집단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단체장들은 주어진 인사, 재정 권한을 제왕처럼 활용하면서 공무원의 충성과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여 예산을 낭비하였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고, 실제로 상당수의 단체장들은 부정 부패에 연루된 바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와 지역활성화가 잘 안되는 이유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치를 제대로 할 자세가 안된 채로 시혜적 통치를 하려는 지방정치가의 자질 부족 때문인 것이다.

한편 이러한 사정을 아는 지 모르는지, 지역의 언론사, 상공인, 일부 지역사회 인사들마저 지방정치인들과 영합하여 지방분권운동의 선구자로 자처하고 있다.

이들이 왜 분권 운동에 그렇게 열성적인가를 보면 그 이유를 모를 바도 아니다. 외관적으로는 지역차별에 대한 저항, 지역의 혁신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실은 자기 기득권에 대한 외부 침범 가능성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좋다. 자기의 기득권 침해에 대한 저항이 생존권 차원에서 이해될 수 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보여 주는 오만과 편견, 패권주의적, 연고주의적 행동은 무엇으로 정당화 할 것인가. 중앙정부의 닫힌 자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사회는 더 닫고 있고, 그 보다 못한 중소도시에는 군림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저열한 모순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과연 그렇게 하여 지역의 혁신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는가.

셋째, 분권운동 추진 자금이 어떻게 조달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분권운동가들은 분권이 지역의 혁신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처럼 선전한다. 분권이 지역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조건이라 치자. 그렇다면 그 조건을 위해서 누가 돈을 대도 좋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분권운동추진 자금은 자치단체 및 자치단체 협의회 돈으로 상당 부문 충당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권운동 토론회나 보고서, 연찬회, 세미나, 만찬 등의 비용은 가끔 막대한 액수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자금이 자치단체의 공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분권운동이 순수한 시민운동의 발로에서 출발하였다면 최소한 관공서의 돈을 받아 써서는 안된다. 내가 보기엔 현재 상태의 지방자치하에서 분권운동은 지역 혁신은 커녕 지역 퇴보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게다가 분권운동추진 자금을 관공서에 의지한다면 그 운동은 암만 좋게 보아도 '관변운동'이 될 뿐이다. 새마을운동이나 바르게살기운동도 분권운동보다 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으며 지역의 더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운동을 참다운 시민운동을 보지않는다. 관공서 자금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금 지방의 분권운동가들은 취지의 중요성만을 생각한 나머지 운동의 성격, 재정, 지역사회의 진정한 문제 해결을 외면한 채, 정치권에 호소하여 분권을 쟁취하려는 일념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시민단체에 까지 분권운동의 수족이 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분권운동이 '관변운동'으로 곡해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시민단체와 지역의 비판적 지식인을 끌어들이는 일은 정말로 자제해야 한다. 잘못하며 같이 죽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어떤 사상이나 운동이 비판적 검토없이 일부 세력에 의해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성공한 사례도 없다는 점을 인식하여 겸허한 마음으로 분권 운동의 추진을 냉철하게 반성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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