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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는 '학벌없는사회 전국학생모임(준)' 소속 대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해 권 후보의 강연을 지켜봤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벌없는사회 전국학생모임(준)' 소속 대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해 권 후보의 강연을 지켜봤다 ⓒ 석희열

저녁 7시20분부터 100분 동안 강연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학벌없는사회' 김상봉 운영위원은 첫머리발언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병폐가 교육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우리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지름길은 교육문제 해결과 망국적인 학벌에 의한 차별 해소"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학의 평준화와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같은 진보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에게 감사하며 희망을 보았다"고 인사말을 덧붙였다.

권영길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프랑스 사람은 그가 재치있는 사람인지, 영국 사람은 그가 성격이 좋은 사람인지, 독일 사람은 그가 예의가 있는 사람인지, 미국 사람은 그가 부자인지,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은 그가 어느 학교(대학) 출신인지를 제일 알고 싶어한다"며 "이것은 대한민국이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권 후보는 "학력과 학벌의 서열 순위에 따른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는 학벌이 권력과 부의 독점에 따른 불평등 심화뿐만 아니라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우리의 입시 경쟁은 개인의 창의력과 개성을 망가뜨리고 학생들을 정글의 법칙을 강요하는 생존 경쟁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그 결과 매년 수능시험 전후로 자살하는 청소년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왜 우리가 이런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냐"며 교육 현실을 개탄했다.

이날 강연회에서 권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나라를 온갖 차별이 넘쳐나는 '차별공화국'이라고 단정했다
이날 강연회에서 권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나라를 온갖 차별이 넘쳐나는 '차별공화국'이라고 단정했다 ⓒ 석희열
권 후보는 또 "학력과 학벌 서열에 멍드는 나라 대한민국은 온갖 차별이 넘쳐나는 차별공화국"이라고 잘라 말한 뒤 자신의 군대생활을 회고하면서 "학교에서 받은 교육은 사람의 인격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을 통해 느꼈다"며 "프랑스의 경우 초등학교에선 교과서 없이 공부한다"고 소개하고 진짜 공부는 대학 들어가서 해도된다는 이른바 '권영길의 놀아라 교육 철학'을 선보여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버림받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하늘도 땅도 바다도 사람도 다 썩었다"며 "현재와 같은 입시 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을 다 망친다. 이런 입시 교육을 바꾸지 않고는 절대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입시 철폐와 학력 철폐를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나라는 다양한 재능과 소질을 무시한 승리자 위주의 교육으로 공동체는 파괴되고 좌절감과 열등의식만 남은 사회"라고 전제하고 "학벌로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카스트사회는 결국에는 국가적 낭비와 함께 사회 발전의 힘을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면서 "교육의 근본 이념이 무너진 사회에는 내일이 없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학벌 폐해의 심각성을 거듭 지적했다.

권 후보는 학벌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과 입시 경쟁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학의 완전한 평준화를 제시했다. 그는 "학벌의 최고봉인 서열화된 대학을 평준화시키지 않고는 학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서열화된 학벌사회의 정점인 서울대의 폐지를 넘어 전국의 국공립대학 통폐합을 통한 대학별 전문화로 고유의 학문 분야와 학풍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대학의 평준화는 대학들 사이의 학생 수준이나 교육 여건상의 차이를 실질적으로 줄여나감으로써 획일적이고 고정된 서열을 깨는 것"이라면서 "전국의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프랑스식으로 서울 1대학, 2대학, 3대학, ..., 부산 1대학, 2대학, 3대학, ...으로 학문 분야별로 특성화시켜나가야 한다"며 사립대의 단계적 국공립화를 통해 대학의 완전한 평준화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날 권 후보의 강연회에서 청중들은 권 후보가 학벌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권 후보의 강연회에서 청중들은 권 후보가 학벌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 석희열
권 후보는 또 현행 대학 입시제도와 관련하여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고교 졸업 자격시험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권 후보는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은 평준화된 대학에 무시험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대학의 평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상교육이 전제가 돼야한다"며 "이렇게 해야 비로소 대학서열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또 "돈 많은 사람들은 양질의 교육을 사고 돈 없는 사람들은 질 낮은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 교육을 상품화하는 현실을 바꿔내야 한다"면서 "교육을 돈으로 사고 판다는 게 말이 되는냐"며 "교육의 공공성 강화로 모든 국민이 양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국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재 21조원인 교육 예산을 11조원을 증액해 GDP 7%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 무상교육에 대해 "저소득층 가정의 대학 등록금 면제에서부터 출발하여 단계적으로 대학의 무상교육을 실시해나가면 될 것"이라며 "이에 소요되는 10조원 규모의 예산은 부유세의 신설로 충당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의 고위 공직자 양성학교인 ENA(국립행정학교)에서는 지역할당제가 아니라 계층 계급별 할당제를 실시해 일반 노동자들도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우리나라도 대학 평준화가 온전히 실시되기 이전까지 보완적 장치로 공직자 및 공기업에 대학별 인재 할당제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면서 "인재 할당제는 계층별 지역별 인구비례를 기준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별 인재 할당제'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방청석의 질문을 듣고 있는 권영길 후보
방청석의 질문을 듣고 있는 권영길 후보 ⓒ 석희열
권 후보의 강연이 끝난 후 이병호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이 이력서 등에 출신학교를 기재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자는 한완상 교수가 제안한 소위 '학력·학벌 금지법' 신설에 대한 의견을 묻자 권 후보는 "한완상 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사회의 파장을 염려한 때문인지 "단계적으로 그런 법의 신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권 후보는 대학 평준화는 결국 현재의 고교 평준화에서처럼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일부 방청석의 지적에 대해 "완벽한 평준화가 안되기 때문에 하향 평준화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완전한 평준화가 이루어지면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와 대중가수 서태지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이날 강연 내내 단호한 어조로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육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도 자신의 어린 시절과 프랑스 특파원 시절 경험했던 일들을 소개하면서 간간이 유머스러한 말투로 익살을 부리며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남자라는 것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철호 전교조 정책위원이 권 후보의 교육 정책은 전교조의 정책과 일치한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이철호 전교조 정책위원이 권 후보의 교육 정책은 전교조의 정책과 일치한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석희열
이날 권영길 후보의 강연을 지켜본 참석자들은 "교육 문제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이 돋보였으며 학벌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 제시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진보적이어서 놀라웠다"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권 후보는 이날 강연회에서 10여 차례 넘게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앞서 '학벌없는사회'가 이날 밝힌 분야별 서울대 독점지표에선 서울대의 권력 독점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16대 국회의원 대학별 당선자 수에서 서울대가 104명으로 고려대(35명), 연세대(17명), 성균관대(13명), 한양대(9명)를 합한 수보다 훨씬 더 많았다.

국내 최대 로펌(법률회사)인 김&장의 경우 서울대 출신이 1백여 명, 연세대 3명, 한양대 2명, 고려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1명으로 서울대의 독식은 더욱 심각해 대한민국이 '서울대공화국'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학별 교수 배출 수에서도 서울대(15,251명), 연세대(4,828명), 고려대(3,939명), 경북대(2,838명), 한양대(2,507명)순이었다.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수에서도 서울대 출신이 74명으로 연세대(16명), 고려대(14명), 한양대(8명), 부산대(5명)를 합한 수보다 월등히 많았다.

'학벌없는사회'와 전교조 '참교육연구소'는 이달 18일 오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그 동안 대학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연구해 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학벌없는사회'  홈페이지: http://www.antihakbul.org/
전화: (02)738-7827    전송: (02)738-7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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