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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닭꼬치에 떡 하나씩을 더 얹어주며 학생들과의 정을 쌓아 온 노윤호 씨. 학생들 사이에선 ‘침묵의 닭꼬치’로 불리고 있다
말없이 닭꼬치에 떡 하나씩을 더 얹어주며 학생들과의 정을 쌓아 온 노윤호 씨. 학생들 사이에선 ‘침묵의 닭꼬치’로 불리고 있다 ⓒ 임김오주
97년부터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닭꼬치를 팔던 노윤호씨(전노련 이대 지부 구역장)와 오뎅 아저씨, 토스트 아저씨는 지난 9월 24일(월) 이화여대 측으로부터 노점을 철거할 것을 통보 받았다.

정문 신축 공사가 시작되면서 임시로 난 정문과 노점의 위치가 겹쳐지는 바람에 때아닌 ‘환경미화’ 문제가 불거진 것. 그런데 생존의 위기 앞에 서게 된 그들보다 학교측에 더 거센 항의를 한 건 다름 아닌 이화여대 학생들이었다.

닭꼬치 아저씨는 “수년동안 동고동락 해오던 학생들의 의견에 따를 결심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상황을 설명하였는데, 학생들이 1백 통이 넘는 메일로 격려해주어 큰 힘을 얻었다” 면서 메일을 받았을 때의 가슴 뭉클함을 전한다.

메일은 주로 ‘아저씨들이 없는 학교는 우리 학교 같지 않을 것 같다’, ‘정문 앞 노점은 단순한 먹을 곳이 아니라 정을 나누는 곳’, ‘아저씨들의 친절함과 따뜻함은 배보다 더 든든하게 느껴진다’는 등 학생들의 진한 정이 느껴지는 내용들이었다.

닭꼬치 아저씨는 학생들로부터 온 메일 내용을 묶어 지난 21일(월) 몇몇의 학생과 함께 총무처에 찾아갔다.

처음엔 “정문 바로 앞에 노점상이 있으면 학교 이미지 상 매우 좋지 않다”면서 철거를 요구하던 학교측에서도 학생들의 반대의견이 담긴 메일 내용을 보자 ‘경비실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어, 아저씨들은 계속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호소력 짙은 메일이 쏟아질 정도로 학생들과 아저씨들의 관계가 돈독해 진 것에는 사실, 이렇다할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험 때면 A+ 받으라는 말 한마디, 장사 막바지에 들린 학생들에게 무료로 돌아가는 우유 몇 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슬그머니 얹어주는 떡 하나. 이렇게 사소한 배려 하나하나가 쌓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정문이 완공되면 또 다시 ‘철거’ 통보를 받게 될지 모를 일이기는 하지만, 이번의 경험으로 아저씨들의 마음만은 든든해졌다.

닭꼬치 아저씨는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학생들과의 유대감이나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느꼈다. 앞으로 이윤에 얽매이지 않는 행복한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학생들과의 정을 더 많이 쌓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1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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