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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민웅 목사님께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목사님의 글을 읽고 다시 <서프라이즈>의 설교원고를 찾아 다시 읽었습니다. 내용이 길고 난해한 부분이 있어 몇 번을 다시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목사님의 글을 제가 오독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목사님 말씀대로 “후보단일화의 이야기는 설교 어디에도 없”었으며, 에스겔서 본문의 인용은 “분단과 냉전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남과 북, 우리 민족 전체의 역량을 어떻게 하나 되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고민한 성서적 성찰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목사님의 글에서 아우(김민석 전 의원)의 행동에 대한 언급과, “그 선택의 진심”에 대한 해명이 있긴 했지만 그 글 전체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정주영이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정몽준 후보가 최소한 냉전세력은 아니라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와의 후보단일화가 정당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 글을 다 읽고 나서 처음 느낀 것이 목사님 역시 김민석 전 의원의 행동에 심정적 지지를 하고 있으며, 후보 단일화가 냉전세력의 집권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의 전체적인 내용을 채 다 파악하기도 전에 에스겔서 인용 부분에 나오는 두개의 막대기가 남과 북이 아니라 노무현과 정몽준이라는 성급한 오해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며, 잘못된 이해를 근거로 목사님께 반박의 글을 올린 것 또한 중대한 실수였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제 글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목사님의 진의가 왜곡 전달 되어 목사님께 누가 된 부분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역량을 우리 안에서 스스로 손상하는 일은” 결코 바라지 않으며, 앞으로도 “우리의 논쟁 방식에 대한 성찰적 반성을” 통해 두 번 다시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목사님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을 통해 목사님께서는 김민석 전 의원의 행동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분단과 냉전질서의 극복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고심하던 끝에 도달한 결론”이라고 하셨으며, “노풍을 진원지로 하는 세력” 역시 어쩌면 “노무현-정몽준 지지 세력의 ‘대정치’를 결단해야 할 시점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냉전수구세력의 집권이 끔찍하고, 그들이 등에 업으려 하는 미국이 이 나라의 현실을 다시금 장악하는 것이 저 또한 끔찍합니다. 냉전수구세력의 집권을 막고 향후 5년을 남북 화해의 시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는 것에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몽준 후보와 힘을 모으는 것이 과연 ‘대정치’인가 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사업가였던 아버지가 사업의 일환으로 북한과 벌인 여러가지 일 만으로 그 아들이 냉전수구세력이 아니라는 보증이 될 수 있습니까? 정몽준 후보가 이제껏 국민들에게 이미지만 내세웠지 그 실체를 보여 준 것이 워낙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단지 막연하게 그를 냉전수구세력의 반열에서 열외시켜 준 것이 아닐까요?

탈냉전 세력의 일원으로 그를 감싸 안을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최근 그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은 냉전수구세력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정몽준 후보 앞에 드리워진 정주영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다시 보아도 정몽준 후보가 과연 탈냉전 세력 맞습니까?

저의 이 질문이 목사님을 깎아내리거나, 혹은 우리 역량을 손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피아구분을 정확히 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되짚어 보자는 의도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몽준 후보가 과연 탈냉전 세력인지 냉전수구 세력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있어야 “적을 잘못 조준”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내부에서의 총질을 막기 위한 작전회의를 하자는 겁니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냉전수구세력의 집권을 반대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 단일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정몽준 후보 역시 탈냉전 세력임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주 모순’이 아니라 ‘부차적 모순’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할 그 무엇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아직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노풍을 진원지로 하는 세력’에 포함된 사람들이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 손을 잡는 것이 이회창 후보와 손을 잡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시 목사님께 질문을 드리고 그 답을 구하는 것입니다.

목사님의 고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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