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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생리 중이야”
이 말 한마디 하기가 왜 이렇게 쑥스러울까.
아님, “나, 질염이래”, “나, 요도염이래”라는 말이 왜 그렇게 수치스럽게 느껴질까.

성 개방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성에 대한 관심이 왕성해지는 시기인 20대 초반 대학생들은 과연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성’하면 성관계만을 떠올리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은 여전히 금기다.

다음은 한국성문화연구소의 전국 10개 대학, 남녀 17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혼전 성경험이 괜찮은가’에 대한 질문에는 남학생 78.5%, 여학생 46.2% 가 괜찮다는 답변했다. ‘혼전 성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남학생이 절반인 54.5% 였고 조사대상 중 5분의 1을 차지하는 18.4% 의 여대생이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결혼할 가능성이 낮아도 성교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46%, ‘사랑의 감정이 없어도 경우에 따라 성교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19.4%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 또 경우에 따라 ‘미혼 남녀가 장기간 여행하는 것은 용납될 수 있다’고 73.4%가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통계치가 말해주는 성의 개방성과 실제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성의 개방이란 괴리가 큰 듯하다. 혼전 성관계에 대한 개방성 만큼, 성에 대한 일상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혼남녀가 비뇨기과나 산부인과에 출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Y대 정모씨(여)는 “미혼의 젊은이들이 왜 비뇨기과나 산부인과를 일반 병원에 드나드는 것처럼 다닐 수 없냐고요? 젊은 여자가 산부인과에 가면 무조건, 낙태하러 왔구나 생각하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구성애씨가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성을 위하여’라는 기치를 달고 ‘성은 생명이다’는 윤리의식을 퍼뜨리고 있지만, 반대극부로 성기는 생식기이며, 곧 몸이라는 인식은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몸에 이상이 생겨도 성기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큰 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H대 김모씨의 경우, 배가 아파 내과를 찾았다가 자궁에 이상 증상을 보여 정밀검사를 받고서야, 자신이 ‘자궁내막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내일여성센터 김영란 소장은 “산부인과 가기를 꺼려하는 여성들을 위해 초경이 시작되면 산부인과에 가도록 해서 산부인과가 여성을 위한 병원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줄 수 있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보건대학 성문화상담소의 이현주 교수는 “남성의 성은 본능이고 사회적으로 허용이 되어 왔지만 여성에게는 순결을 지켜야만 하는 것, 엄마로서의 성만이 강조되어왔다”라고 지적하며 특히, 여성의 성이 더욱 금기시되어 왔다고 말했다.

결국 성에 대한 일상적 접근을 막는 것은 성기와 생식기가 동의어인 것처럼, 성이 일상이라는 사실에 대한 왜곡된 시각 때문이다. 또하나, 남성의 성과 여성의 성을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도 진정한 성 개방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170호(10월 29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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