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조아세'에 대한 소송에 뒤이어 비판 기사를 게재한 조선일보 '독자와의 대화' (26일 발행)
불량제품에 대한 대규모 소비자운동의 신호탄인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이익 집단의 도발인가?

<조선일보>가 최근 들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조선> 불매운동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안티조선 진영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안티조선 진영의 활동에 맞대응을 자제해온 <조선>의 그 동안 행보와 사뭇 다른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온라인상의 격렬한 안티운동에 직면해온 <조선> 본사가 안티조선 진영의 오프라인 활동을 문제삼아 소송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안티조선 진영 역시 맞고소를 벼르고 있어 향후 법정에서의 뜨거운 논전이 예상된다.

안티조선 운동단체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모임'(이하 조아세, www.joase.com)의 임현구(45. ID 포청천) 대표와 김학영(31. ID 나우) 온라인팀장에게 남대문경찰서 조사계로부터 출두요구서가 날아온 것은 지난 23일.

<조선>으로부터 ▲업무방해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가 들어왔으니 조사를 받아야한다는 것이 출두요구서의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일단 출두 예정일을 30일로 연기하고, 25일 운영위원 모임을 통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조선>은 다음날 발행된 <조선> 사외보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드러냈다.

<조선> 사외보 3면에 실린 '조아세의 불법사례들'이라는 기사는 "일부 안티조선 단체들이 합작한 '조아세'라는 전위조직이 <조선>을 터무니없이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아파트단지 등에 배달된 <조선>을 훔쳐가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이들은 인터넷에 <조선>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띄우고 회원들끼리 연락하면서도 가명으로 활동한다. 이 정도면 그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들을 비난했다.

기사는 이어 "이들은 일제하에서 가장 많은 압수와 정간을 당한 <조선>을 '온통 친일만 한 신문'으로 매도했다. '<조선>이 1등신문으로 군림하게 된 것은 5공 시절의 특혜 때문이었다'는 이들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기사는 또한 "조아세는 10월까지 무려 100만 부의 유인물을 뿌렸는데, 이 엄청난 자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조아세 "탈세신문은 우리 시스템 이해 못한다"

▲ 조아세가 10월2일 발행한 '안티조선' 신문. 방상훈 <조선> 사장에 대한 1심재판 결과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조아세 측은 이에 대해 "50만부의 신문을 포함해 타 단체에서 살포한 것까지 합해 유인물은 총 100만부에 이른다. 비용은 전액 후원금을 거둬들여 마련했고, 조아세 충북지부는 성금이 모자라 중앙에서 30만원을 지원해주기도 했다"며 "탈세 거래를 밥먹듯이 한 <조선>의 눈으로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조아세의 운영시스템이 전혀 이해가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쨌든 <조선> 기사는 "이들의 불법행위는 마땅히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는데, 기사 내용대로라면 조아세 회원들에 대한 소송은 '응분의 대가로 가는 첫 단추'인 셈이다.

지난 6월 결성된 조아세는 등록 회원이 약 1500여명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300∼400명 내외라고 조직 규모를 밝히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70여 개의 안티조선 단체와 조아세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은, 조아세는 온라인상의 다른 단체들처럼 온라인상의 비평이나 성명서 발표에 그치지 않고 전단 살포 등으로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점이다.

"<조선>없는 세상? 건전한 비판으로 볼 수 없다"

<조선>으로부터 피소를 당한 임현구 대표는 "<조선> 본사가 직접 안티조선 간부들을 상대로 소송을 건 적이 없다. <조선>이 조아세를 흔들어보려고 나에게도 소송을 걸었는데, 이번 건은 <조선>의 실수"라며 "이번 기회를 안티조선을 내외에 널릴 알릴 호기로 삼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30대 48% "안티조선운동 공감한다"

뉴스위크지는 한국의 30대 정치의식에 대한 2002년 8월14일자 기사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적 움직임인 안티조선운동에 30대는 48%(매우 공감 12%, 어느정도 공감 36%)가 "공감한다"고 대답했다."공감하지 안는다"는 응답은 그보다 12.8% 포인트 낮은 35.2%였다.

전 연령대 조사에서도 "공감한다"는 응답이 41.8%로 "공감하지 않는다"(37.8%) 보다 높았다. 안티조선운동이 의외로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세대별로는 20대 중 절반이상(51.1%)이 공감의사를 표해 30대보다 높았고 40대는 "공감하지 않는다"가 41.8%로 "공감한다"는 응답(36.5%) 보다 높았다.

50대 이상에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안티조선운동은 주로 20대와30대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셈이다.특히 30대 초반 남성이 안티조선운동에 대체로 적극적인 편이었다. / 뉴스위크 한국판
임씨는 "지난 8월 뉴스위크 한국판 여론조사에서 안티조선 운동에 공감하냐는 질문에 '공감한다'는 응답(41.8%)이 '공감하지 않는다'(37.8%)보다 높게 나왔다"며 "우리가 <조선>보다 더 영향력이 있어서 국민들이 <조선>을 싫어하는 것인가? 이래도 <조선>이 지난 80년간 친일, 숭미 사대주의로 치우쳐 왜곡, 편파보도를 일삼았다는 우리의 주장이 근거가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임씨는 "우리의 주장이 과연 틀린 것인지 공개토론회를 하자"고 <조선>에 제의를 하기도. 조아세는 "여타 안티조선 단체들과 함께 내달 17일경 서울 종묘공원에서 <조선>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조아세 소송'에 대해 <조선> 사장실의 관계자는 "사외보에 나온 내용 그대로다. 재판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면을 통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임의 명칭(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봐라. 이것은 건전한 비판을 하려는 사람들의 자세가 아니다"고 조아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사외보에 실린 '조아세 기사'를 작성한 <조선> 독자서비스센터 측은 "오랫동안 사장실과 서비스센터가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를 했는데, 추석때 발행한 오프라인 신문을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비스센터 측은 <오마이뉴스>에 이번 소송에 임하는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하단 박스기사 참조)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 지난 3월 대구와 옥천에서 <조선> 지국장들에 의해 지역의 안티조선 활동가들이 고소를 당한 사례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의 이상호씨는 지난 3.1절에 안티조선 유인물 1만6000여장을 아파트촌 일대에 배포했다가 <조선> 지국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같은 달 <조선> 옥천지국도 "주민들을 현혹, <조선> 300부가 구독 중지됐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오한흥 당시 옥천신문 편집국장을 고소했다. 그러나 이 두 사건은 모두 <조선>측의 패배로 끝났다.

▲ 추석 전날(9월19일) 서울역 광장에서 조아세 회원이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그러나 이번의 경우 지국이 아닌 <조선> 본사가 직접 나선 경우여서 '조아세 소송'은 또 다른 양상을 예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특정회사에 대한 안티사이트가 공익성과 진실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서울지법의 판결을 놓고 <조선>과 조아세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이번 소송사건과 관련, "내가 어느 쪽이 승산이 있다고 단정지어 얘기하면 사람들은 이것을 <조선>에 대한 나의 호불호로 해석할 것"이라며 즉답적 논평을 사양했다.

'오프라인 조선일보 불매운동'으로부터 촉발된 '조아세 소송'은 '언론 상대 소비자운동의 타당성'이라는 새로운 쟁점을 안고 <조선> 대 <안티조선> 양 진영의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또 한 차례 '안티조선 논쟁'이 휘몰아칠 조짐이다.

"조아세 활동은 KBS 시청료거부운동과 다르다"
독자서비스센터가 바라보는 '안티조선과 언론자유'

지난 4월8일 문을 연 독자서비스센터(02-724-6770∼1)는 조선일보의 독자의견란을 담당하면서 기사의 오탈자부터 내용까지 독자들의 의견을 접수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안티조선에 대한 독자들의 걸러지지 않은 찬반양론이 모아지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오마이뉴스>는 28일 독자서비스센터의 한 관계자를 만나 약 1시간 동안 '안티조선과 언론자유'라는 주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이날 대화 내용을 정리한 내용으로 최대한 대화의 어감을 살리고자 했다.

- <조선>이 조아세 회원들에게 소송을 건 배경은?
"조아세는 언론의 자유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고 중상 모략하는 신문을 발행해 언론의 고유한 권리인 편집권과 발행권을 침해하려고 한다. 맘대로 지껄이는 것이 언론의 자유는 아니다.

조아세의 행동은 이익집단이 자기 맘대로 기사 안 써준다고 언론에 대해 훼방을 놓는 것과 똑같다. 신문 불매운동이 어떻게 소비자운동이냐? 언론에 대해 그런 식으로 접근한 사례가 있었나?"

- 5공 말기의 KBS 시청 거부 운동도 소비자운동 차원에서 시작됐다.
"조아세의 활동은 KBS 시청료 거부 때와는 다르다."

- 신문과 방송은 다르다고 하는데, 우리사회에서 <조선>이 웬만한 방송만큼 위력을 가진 매체가 아닌가?
"그렇다고 언론에 대한 견제를 정부에 맡길 수 있는가? 언론에 대한 견제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다.

한 언론사의 편집권에 대해 외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가? <조선> 편집국과 <오마이뉴스> 편집국이 엄연히 다른데 "너희는 왜 자꾸 이런 기사를 올리느냐"고 시비를 거는 게 타당한가?

이것 자체가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다. <조선>이 맘에 들지 않으면 맘에 드는 다른 신문사 기사만 보면 되지 않느냐?"

- 안티조선이 온라인에서 오랫동안 활발하게 활동해왔는데 이번에 법적 대응으로까지 나가게 된 것이 오프라인 신문을 만들어서 불매운동에 나섰기 때문인가?
"그렇다. 예전 권위주의 시대에는 말 함부로 하다가 잡혀가기도 했지만, 지금이야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소모임을 꾸린 후 그 안에서 무슨 소리를 못하겠는가?

사적인 의견 표현은 자유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 어떤 신문사는 문닫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지 말라고 하면 이건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사회에서 공산주의 사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공산당을 결성해서 운동을 시작하면 얘기가 다르다. 실정법 위반이 된다."

- (안티조선을 방치한 것에 대한) 독자들의 항의가 많았던 것같다.
"많이 들어왔다. <조선>은 왜 가만히 있냐는 항의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안티조선 스티커를 뜯어와서는 '이런 게 돌아다니는 걸 알기나 하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얘기하도록 놔두면 <조선> 독자들은 모두 친일파에 나치 히틀러 같은 사람들이냐는 항의도 있었다."

- 그렇다면 소송까지 가게된 것이 독자들의 자존심을 세운다는 의미도 있나?
"안티조선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상관없다. 업무 방해가 되는 이유도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독자가 <오마이뉴스>를 없애겠다고 떠들다가 찌라시를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한다면 어떡하겠는가?"

- 우리는 도리어 홍보 기회로 생각하고 그냥 놔둘 것 같은데?
(함께 웃음)"하하,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는데..."

- 8월에 발표된 뉴스위크 여론조사 결과를 아는가? 20, 30대 젊은 층들은 '안티조선 운동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부정적인 답변보다 많았다. 반대로, 40대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공감한다'는 답변보다 더 많이 나왔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젊은층들의 <조선>에 대한 거부감이 적잖은데, 이들이 나이 들어 보수화될 수 있지만, 계속 안티조선 기조를 유지할 경우 <조선>의 사세 확장에 방해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그런 피드백은 어느 정도 당연한 게 아니겠는가? 신문사로서는 독자들이 줄어들 경우 독자들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들을 하게 된다. 안티조선이라는 경향 자체가 <조선>에 영향을 주고있다고 봐야한다.

신문이라는 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데, 사회가 변한 만큼 신문도 변화한다. <조선>도 안 변한 것 같지만, 10년 전이랑 비교하면 상당히 변했다."

- 북한 핵 문제를 보면 예전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북핵 문제야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 아닌가?"

- <조선>이 안티조선 진영과 공개 토론회를 가지면 어떤가?
"그런 것이 운동 차원에서 (안티조선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해결 방식인데, 그게 어디 토론 대상이 되나?"

- 독자들 스스로가 안티조선에 대해 판단할 수는 없을까?
"내가 아는 독자들 중에도 안티조선 논리에 경도된 사람이 있고, <조선> 논리에 경도된 사람이 있다. 그러나 공통점은 둘 다 <조선> 독자라는 거다. (웃음) 안티조선에 경도된 사람이 왜 신문을 그렇게 만드냐고 항의는 해도 주위에 <조선>을 보지 말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 손병관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