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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의원 후원의 밤 행사장에 노무현 후보가 찾아와 악수하고 있다.
김근태 의원 후원의 밤 행사장에 노무현 후보가 찾아와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민석 전 의원이 17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신당으로의 합류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중립지대'에 있었던 개혁성향 의원들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김근태 고문의 정몽준 신당으로의 합류설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과연 김근태 고문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 답을 16일밤의 김근태 후원회 현장에서 찾아보았다.

노무현의 격정적인 25분 연설 "김근태 고문님! 도와주십쇼!"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김근태 의원 후원의 밤에 참석해 '끝까지 후보직을 수행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김근태 의원 후원의 밤에 참석해 '끝까지 후보직을 수행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의 연설은 격정적이었고 김근태의 연설은 차분했다.

노무현은 "서운하다"고 "이길 수 있다"고 "도와달라"고 말했고, 김근태는 "1대 2로 싸우면 승리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함께 모여서 경선을 하면,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후보단일화 주장을 분명히 했다.

10월 16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김근태 의원의 후원회장이었다.

당초 노 후보는 다른 일정 관계로 김 의원의 후원회에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갑작스레 참석했다. 정몽준 의원은 이미 짧게 다녀간 후였다. 정 의원은 김 의원과 악수만 한채 축사는 하지 않고 일찍 후원회장을 빠져나갔다.

노 후보는 후원회장에 도착하자마자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올랐다. 노 후보는 김 고문과 자신의 공통점이 "개혁"이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노 후보는 90년 3당 합당, 92년 정주영 후보가 창당했던 국민당의 실패, 97년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을 창당하며 조순·이기택 등을 영입했다가 이후 갈라선 사실을 자세해 언급하며 "정치 환멸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열의 정치, 야합의 정치, 배신의 정치가 88년 이후 한국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병폐"라며 "이것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릭!> [김근태 후원회] 노무현 후보 연설 전문

노 후보의 연설은 격정적으로, 그리고 길게 지속됐다. 그는 "이렇게 흔들지 않았더라도 노무현이 이렇게 가라앉았겠는가"라며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고 후보단일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김근태 의원을 향해 "도와주십쇼!"라는 말로 25분간의 길고 격정적인 연설을 마쳤다.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제 상대 후보들과 하루라도 한번이라도 더 많은 토론을 해야하고 상대방이 불응하면 더 많이 TV에 출연해야 합니다. 당내 경선, 또 무슨 경선을 놓고, 무슨 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집니다.

거기에 또 네가티브가 나올 것입니다. 만신창이가 될 것입니다. 한쪽은 사상검증을 하려 할 것이고, 한쪽은 회사 돈을 빼돌려 정치자금으로 써버린 부정과 부패, 비리에 대해서 검증하려 할 것이고, 그 후보가 살아남겠습니까. 저는 (그런) 검증을 거부합니다. 경선을 거부하고 단호히 우리 당원들이 제게 맡겨진 소임을 다 해 나가겠습니다.

도와주십쇼! 김근태 고문님, 도와주십쇼! 그리고 김근태 고문님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모든 국민여러분, 저를 지켜주십쇼! 김근태 고문님과 함께 이 나라에 새로운 정치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이 나라를 개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설을 마치고 바로 후원회장을 빠져나가는 노 후보에게 기자들이 다가갔다. 밖으로 나온 노 후보는 이런저런 질문에 대해 딱 한마디를 던졌다. "내일 1면 탑을 알려드릴까요? 노무현이 이깁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근태의 공개적 주장 "단일화는 역사의 도전에 대한 응전"

김근태 의원은 노 후보의 연설에 답했다. 하지만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제 홈그라운드 비슷하니까 좀 마음놓고 말하겠다"면서 "1대 2로 하면 승리하기 어렵고 단일화를 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여론조사의 통일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클릭!> [김근태 후원회] 김근태 의원 연설 전문

김 의원은 "지금 상황이 성격은 87년도와 다르지만 양상이 비슷하다"면서 "국민은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을 "미국의 강경파와 더불어 춤을 출 가능성이 있는 이런 냉전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평화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경선을 하면,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보 단일화를 위해 노무현-정몽준 경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저는 사실은 명백하게 이런 견해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또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장을 해왔습니다. 제가 민주당 경선에 나갔던 사람이고 또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노무현 후보와 가깝습니다. 또 이야기해야될 금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는 노무현 후보를 비롯해서, 오늘의 시대정신이 통하고 한반도에 평화의 뿌리를 내려서 우리 민족에 공동으로 번영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많은 난관이 있어도 선택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평화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경선을 하면,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 고문은 "단일화에 성공을 해서 승리한다면, 우리는 역사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 한 것이고, 만약 실패할 때, 우리 앞에는 역사의 응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근태가 제안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나 우리 모두 누구도 이런 질문 앞에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자 한다"는 말로 17분간의 연설을 끝냈다.

대선을 약 60여일 남겨둔 16일 밤, 민주당의 대표적인 개혁세력인 노무현과 김근태는 그렇게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김근태 의원 후원의 밤 행사장에 정몽준 후보가 찾아와 악수하고 있다.
김근태 의원 후원의 밤 행사장에 정몽준 후보가 찾아와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근태 의원과 부인 인씨가 후원의 밤에서 희망돼지모임 회원들에게 희망돼지 저금통을 전달받고 기뻐하고 있다.
김근태 의원과 부인 인씨가 후원의 밤에서 희망돼지모임 회원들에게 희망돼지 저금통을 전달받고 기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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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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