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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자이꺼우 풍경구의 관광도.
지우자이꺼우 풍경구의 관광도. ⓒ 광동여행출판사
버스에서 내려 하룻밤 묵을 숙소를 찾는 필자에게 예상치 않는 어려움이 생겼다. 저녁 7시가 가까워지는데도 적당한 방 값의 숙소를 찾지 못한 것이다. 1시간동안 지아자이꺼우 입구 주변에서 열 군데가 넘는 호텔과 초대소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터무니없는 숙박료를 요구하며 묵고 싶으면 아니면 말라는 식이었다.

세계 모든 나라의 유명 관광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나 흥정할 여지마저 주지 않는 업소 복무원의 태도에 기가 막혔다. 일부 업소는 필자가 외국인임을 알아채고 묵을 수 없다며 다른 곳을 찾아보라는 '축객령'을 내리기도 했다. 내·외국인을 구분해 숙박할 수 있는 업소를 엄격히 나눈 중국의 현실 때문이었다.(2002년 현재 시설이 떨어지는 일부 업소을 제외하고 대다수 호텔이 외국인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외국인이 묵을 수 있고 방값이 비교적 싼' 호텔을 찾아 헤매기 1시간 반쯤 되었을까. 지우자이꺼우 입구에서 1㎞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지우안(九安)호텔에 간신히 짐을 풀을 수 있었다. 1실 2침대의 방을 80위안에 묵을 수 있었던 것. 이 역시 밀고 당기는 방값 흥정을 치르긴 했지만, 당일 묵기로 했던 단체관광객이 오지 않아서인지 무리한 숙박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이른바 '산커'(散客)로 불리는 자유여행자는 지우자이꺼우와 같은 오지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다. 대다수 사람들은 여행사를 통해 단체관광을 하기 때문에 현지 숙박시설은 이런 투어를 추진하는 여행사와 관련이 깊다. 따라서 간혹 찾아오는 배낭여행객은 숙박업소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산커는 그리 돈벌이가 되지 않기에 바가지를 씌우거나 단체여행객을 받기 위해 내쫓는 것이었다. 전후 사정이 씁쓸했지만 오지에서의 특수한 실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입장료에 포함된 숙소 방 값

6월 25일 아침 7시, 하늘을 뒤덮은 구름에서는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쏟아질 듯 했다. 가뜩이나 늦가을같이 쌀쌀한데 날씨마저 좋지 않아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러다 비라도 쏟아지면 큰일인데…"

반바지와 티셔츠만을 입고 온 것을 자책하며 지우자이꺼우 국가급 자연보호구 입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해발 2040m에 자리잡은 입장료 판매소 주변에는 적지 않은 관광객들로 들끓었다. 대부분 여행사 투어를 이용해서인지 출입구에는 각종 관광버스들이 늘어서 있었다. 입장료 판매소에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구분되어 값이 달랐다. 헌데 공시되어 있는 외국인표 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무려 220위안이나 되었던 것. 아무리 명승관광지의 입장료가 턱없이 비싼 중국이었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한다 싶었다.

물론 필자는 중국에서 유학하는 외국인이라 학생증을 휴대하여 내국인 표를 살 수 있지만, 내국인표 또한 160위안으로 결코 싸지 않았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료이다 싶어 판매소 관리자를 찾아 문의하였다.

"지우자이꺼우가 아름다운 자연풍경구인 것 사실이지만,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이렇게 비싼 곳은 중국에서 처음 봤습니다."

퉁명스런 어조로 물으니 관리자는 입장료에 경내 숙소의 방 값이 포함되어 있다고 답했다. '방 값이라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필자에게 관리자는 다음과 같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었다.

"지우자이꺼우는 전체 면적이 600평방미터에 달합니다. 계곡(溝) 안에는 본래 아홉(九)개에 달하는 티베트인 마을(寨)이 있어 '지우자이꺼우'(九寨溝)라 불리죠. 관광객은 비싼 입장료를 내는 대신 계곡안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숙소에서 무료로 묵을 수 있답니다."(지금 지우자이꺼우 내에서의 숙박은 금지되었다)


고찰다운 면모를 지닌 티베트사원 자루스

햇살에 빛나는 금색 갈대와 그 사이를 흐르는 파란색의 호수물. 지우자이꺼우에서도 루웨이하이(蘆葦海)만이 연출할 수 있는 신비로움이다.
햇살에 빛나는 금색 갈대와 그 사이를 흐르는 파란색의 호수물. 지우자이꺼우에서도 루웨이하이(蘆葦海)만이 연출할 수 있는 신비로움이다. ⓒ 모종혁
언뜻 여행객을 배려하는 것 같았지만 당일치기로 관광하려는 사람에겐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 하루동안 모든 명승지를 다 둘러보고 떠날 생각이라는 필자의 말에 관리자는 크게 웃으면서, "입구부터 가장 높은 명승지인 창하이(長海)까지만 해도 40㎞가 넘게 걸립니다. 관광버스를 이용해 계곡을 훑어보는 데도 이틀은 족히 걸리는데 혼자 무슨 수로 하루만에 구경을 다 합니까"라고 말했다.

반나절만에 둘러본 황롱의 예를 들자 그는, "황롱은 볼거리가 비교적 집중이 돼 있지만 이곳은 넓고 여러 지역에 분산된 형태"라고 답했다.

경내에서 하룻밤 묵은 뒤 여유를 두고 구경할 것을 권하는 관리자의 논리적인 답변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입장료를 구입했다. 금쪽같은 입장권을 사서 입구를 통과하니, 몇몇 사람들이 다가와 자신의 차를 타고 관광객 숙소가 집중되어 있는 슈정자이(樹正寨)까지 갈 것을 권해왔다.

슈정자이까지 험한 산길을 들먹이며 위협하고 다른 한편으론 가는 도중 널려져 있는 풍경들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겠다고 달콤하게 제의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포장된 도로를 따라 산길을 올라갔다. 입구에서 20여분쯤 올라간 지점에서 샛길을 따라 들어가니 라마교 사원 자루스가 눈에 들어왔다.

자루스는 16세기에 창건된 거루파 사찰로 규모가 촨주스보다 다소 작았다. 1860년과 1892년 두 차례 중건된 이후 오늘날까지 옛 원형을 유지하는 자루스는 아담하지만 티베트사원 양식이 물씬 풍기는 고찰의 면모를 풍기고 있었다. 대웅전, 장경각, 차방, 영빈각 등 여섯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자루스에서 매년 음력 3월 15일에는 지우자이꺼우 일대 티베트인들이 모두 참가하는 대규모 연회가 열리기도 한다.

갈대가 물위를 뒤덮은 루웨이하이

잠시동안 자루스의 은은한 분위기를 만끽한 후 지우자이꺼우의 첫 절경인 펀징탄(盆景灘)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갔다. 자루스에서 1시간 조금 넘게 올라간 지점에 급하게 흐르는 물살 속에서도 백양 두견 송백 유수 등의 나무가 꼿꼿이 서서 뒤덮여 있는 펀징탄의 소박한 모습이 나타냈다.

높은 해발의 지형 탓인지 6월인데도 갖가지 나무에는 아직도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고 있었다. 거대한 화분 위의 나무숲을 연상케 하는 그 광경은 펀징탄이라는 명칭이 무색치 않았다.

펀징탄을 지나 15분도 채 안되었을까, 지우자이꺼우에 들어와 처음 보는 호수인 루웨이하이(蘆葦海)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름처럼 금빛의 갈대(蘆葦)가 호수 위를 뒤덮었는데 사이로 한 줄기 길인 듯한 물이 흐르는 광경은 길게 내뻗은 뱀을 연상케 하였다.

교미를 끝낸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발판대(?)가 절묘하게 갖추어진 쑤앙롱하이(雙龍海).
교미를 끝낸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발판대(?)가 절묘하게 갖추어진 쑤앙롱하이(雙龍海). ⓒ 모종혁

병풍처럼 좌우로 가로막은 산을 뒤덮은 푸른 수목과 그 계곡 사이를 차지한 금빛의 갈대 숲, 다시 그 가운데를 쪼개어 흐르는 새파란 빛깔의 물. 진정으로 자연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절경이었다.

2㎞가 넘게 펼쳐진 얕은 수심의 루웨이하이가 끝날 즈음 물의 깊이가 점점 깊어지면서 전혀 다른 모습의 호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깊은 곳은 3∼4m가 족히 될 듯하고 호수 중간에는 칼슘성분의 암초석이 굳어져 두 마리의 용이 쏟아난 듯한 쑤앙롱하이(雙龍海)가 모습을 드러냈다. 둘레가 1㎞ 될 듯한 쑤앙롱하이의 윗 부분에는 아래위가 그리 높지 않은 폭포가 보였다.

'하늘에서 잠시 호수에 내려와 재미를 본 용이 폭포를 발판삼아 다시 승천하려나.'

너무나도 절묘한 배치에 입가의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물 속에 암초석이 굳어져 돌출된 모습도 경이로웠지만, 밑으로 떨어지는 세찬 물살 속에서도 나무가 자라나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었다. 지우자이꺼우가 왜 그리 오랫동안 중국인들로부터 '동화(童話)세계', '인간선경'라 칭송되었는지, 1991년 유네스코로부터 무슨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이해가 갔다.


공개된 천외천, 모니꺼우·션시엔츠

작년 초부터 중국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부대개발 정책에 따라 서부지역 곳곳에서 사회간접시설 건설이 한창이다. 서부의 중심지 쓰촨은 21세기형 무공해산업으로 각광받는 여행산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쓰촨 오지로 통하는 교통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관광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년초 발행된 여행마니아클럽 '시엔씽저'(先行者)의 회보 '씽저'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황롱·지우자아꺼우 일대의 숨은 비경 두 곳을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씽저'와 '쓰촨화보' 과월호에 보도된 관련기사를 중심으로, 새로 공개된 천외천(天外天) 모니꺼우와 션시엔츠에 대하여 소개한다.

1) 모니꺼우(牟尼溝)
쓰촨 서북부의 교통요지인 송판(松潘)에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뚫린 다섯 갈래의 길이 있다. 첫째는 마오시엔(茂縣)과 청뚜로 통하는 남쪽 공로, 둘째는 지우자이꺼우와 원촨(汶川)으로 가는 북쪽 국도, 셋째는 루얼까이 대초원과 간쑤(甘肅)성으로 통하는 서쪽 도로, 넷째가 황롱으로 향하는 동쪽 산길, 다섯째가 바로 알려지지 않은 비경인 모니꺼우를 구경할 수 있는 동북쪽 협로 등이 그것이다. 송판현으로부터 36km 떨어진 모니꺼우는 전체 면적이 460m²이다. 해발은 가장 높은 곳이 4,070m이고 가장 낮은 곳은 2,800m로 자연조건이 황롱과 유사하다. 다양한 빛깔을 띠는 석회질의 작은 원형호수가 특징인 황롱에 비해 모니꺼우는 자가폭포와 얼따오하이(二道海)를 양대축으로 구성하고 있다.
높이 104m 폭 35m인 자가폭포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석회암폭포로 계곡 입구에서 꼭대기까지 2.3km에 달한다. 폭포 주변을 에워싼 원시산림을 가르듯이 난 형태는 다른 관광지와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긴 세월을 통해 굳어진 석회질이 계단식으로 이어진 모습은 오직 자가만이 보여주는 절경이다. 폭포 정상에서 시속 23m의 속도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물은 와롱탄(臥龍灘) 녹리우탄(綠柳灘) 지우리우츠(九流池) 위어푸(玉液瀑) 등 1.5km에 달하는 여정을 거쳐 자가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하류의 전망대에 이른다. 크고 작은 두 개의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얼따오하이는 사방을 둘러싼 원시림과 거울처럼 투명한 호수 기온이 연평균 25도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산에 위치한 지리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얼따오하이의 호숫물은 겨울철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기온이며 풍부한 석회질로 피부병을 치료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까지 황롱으로 통하는 산길은 전면 보수에 들어갔다. 황롱으로의 진입이 금지되자 모든 여행사는 모니꺼우를 관광상품의 한 코스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도로보수를 끝낸 같은 해 여름부터 황롱은 다시 대외개방이 되었고 이에 따라 모니꺼우는 잠시동안의 영화를 끝내고 세인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 가고 있다. 현재 모니꺼우를 관광하기 위해서는 송판에서 5인 이상의 관광단을 구성하거나 개인적으로 차를 세내어 찾는 방법뿐이다.

2) 션시엔츠(神仙池)
지난 1982년 중국정부로부터 국가급 중요자연풍경구로, 91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우자이꺼우와 황롱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비해 근래 들어 대외개방에 박차를 가하는 션시엔츠는 오직 중국 여행마니아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오지 중의 오지이다. 지우자이꺼우 입구에서 갈라진 비포장도로를 거쳐 127km에 떨어져 있는 지점에 위치한 션시엔츠는 흡사 황롱과 지우자이꺼우를 합쳐놓은 듯한 비경을 지니고 있다. 진인탄(金銀灘) 쑤앙롱츠(雙龍池) 칭롱하이(靑龍海) 리엔타이차이츠(蓮臺彩池) 차이츠위푸(彩池玉瀑) 등의 볼거리가 20km에 걸쳐 널려 있는 션시엔츠는 평균 해발이 2,900m로 뒤쪽 자리잡은 산에서 삭풍이 거세게 내려치기도 한다.
션시엔츠의 첫 절경인 진인탄은 수량이 풍부한 여름철에는 전주탄(珍珠灘)의 모습을, 메마른 봄과 가을철에는 진샤푸띠(金沙輔地)의 형태를, 겨울철에는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장관을 연출한다. 황금빛의 고운 모래가 석회질처럼 굳어져 형성된 진인탄을 지나 쑤앙롱츠에 이르면 쑤앙롱하이(雙龍海)를 옮겨놓은 듯 하다. 차이가 있다면 쑤앙롱하이가 석회암이 만든 용의 모습이고, 쑤앙롱츠는 길게 이어진 수백년들이 나무가 용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역시 호수에 잠긴 나무가 용의 형상을 한 칭롱하이에 이어 등장하는 리엔타이차이츠에는 다양한 분수 모양의 연못들이 자태를 뽐낸다. 황롱의 졍옌차이츠(爭艶彩池)와 유사한 리엔타이차이츠의 절경은 내리쬐는 햇빛에 신비로운 물빛을 띠며 션시엔츠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낸다.
해발 3,000m에 위치한 차이츠위푸는 폭포 전경이 전주탄폭포를 옮겨놓은 듯 하다. 비록 너비 60m 낙차 35m로 전체 규모는 소담스럽지만 폭포 주변을 둘러싼 원시산림의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고 폭포수를 흩날리는 광경은 차이츠위푸만의 자랑거리다. 오지인 지우자이꺼우에서도 한참 떨어진 션시엔츠는 아직까지 왕래할 수 있는 상설 교통편이 없다. 모든 여행사의 관광상품에도 빠져있다. 허나 작년 상반기부터 지우자이꺼우현에서 션시엔츠 입구까지 부정기 버스편이 개설되어, 오지탐험을 즐기는 여행매니아가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다. 입장료가 60위안인 션시엔츠 입구 주변에는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조금씩 들어서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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