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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민주당의 위기입니다. 나아가 개혁의 위기이고 중도개혁세력의 위기입니다.

60% 이상의 국민과 절대 다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냉전수구특권세력의 집권을 반대하고, 중도개혁세력 및 합리적 중도세력의 승리와 국민통합, 정치개혁, 남북화해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열망을 하나의 힘으로 모아야 합니다. 힘을 모으면 이깁니다. 이것이 가장 큰 대의이고 원칙입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정몽준 의원 등과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즉각 표명해야 합니다. 후보단일화의 필요성 자체를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국민통합, 정치개혁, 남북화해정책지속 등 3대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연합을 형성하고 후보를 단일화하여 대선승리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이것이 당과 중도개혁세력의 위기와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합니다."(2002년 10월 15일,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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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8일 노무현 대선후보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 명동 거리유세에 나선 김민석 씨
ⓒ 권우성
김민석 전 의원.

님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 <지금은 민주당의 위기입니다>를 읽고 한마디합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고전적인 명제에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하겠습니까. 그러나 이를 빌미로 정치적 지향점이 전혀 다른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후보단일화를 강요하며, 그것만이 '가장 큰 대의이고 원칙'인 양 언성을 높이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드는군요.

우선 님이 '대의와 원칙'을 거론했으니 그것부터 말해보기로 하죠. 님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후보단일화하는 것이 '대의'요 '원칙'이라고 천명했는데, 도대체 '대의'와 '원칙'의 뜻이나 제대로 알고서 그리 말씀하신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혹시 착각하셨을까봐 상기시켜드리는 것입니다만, '대의'란 사람으로서 당연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큰 의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명분'과도 상통하는 말이어서 이 둘을 붙여 '대의명분'이라 표기하기도 하지요. '원칙'은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럴진대 '대의명분'과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겠습니까? 민주당원으로서 마땅히 국민경선을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노무현 후보를 충심으로 밀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를 중심으로 단합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치가 그러하거늘, 당내 분당파들의 패악질이 극심할 때는 잠잠히 지켜만 보고 있다가, 노 후보의 인기가 하락하고 대신 정몽준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잠깐 높게 나오자 이제 와서 '대의와 원칙' 운운하며 '대선 승리를 위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님이 진실로 '대의'와 '원칙'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분당파들이 시시때때로 부침하는 여론조사를 앞세워 '반노'다 '비노'다 하면서 노 후보를 흔들 때, 바로 이러한 글을 써서 '원칙'에 반하는 저들의 '반칙'을 준열하게 꾸짖으며 정당원으로서 바른 '도리'를 행하도록 일깨웠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정정당당 김민석'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옛말에 '군자는 의(義)로움을 추구하고 소인배는 이(利)로움을 추구한다'고 했습니다. 목전의 승리에만 눈을 맞추어 정치의 색깔이 어떠하든지 그를 불문하고 '아무하고나 무조건 합하자'하는 것은 대의와 명분을 아는 군자의 소위가 아니라 시류에 영합하는 소인배들이나 할 짓이라고 사료됩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후보단일화'론도 그렇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문득 87년 대선 때가 떠오르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흡사하기나 합니까? 김대중 후보와 김영삼 후보는 둘 다 민주화세력을 양분하는 대표일꾼들이란 점에서 '단일화'의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이 둘을 같이 묶을 수 있는 공통분모가 존재하기라도 합니까? 아니, 그 이전에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임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재벌가의 후손과 '후보단일화' 운운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잘 아실테지만, 정몽준 의원의 정치적 칼라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보다도 훨씬 더 오른쪽에 치우친 것으로 판명된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그의 주장들이 민주당에 가깝기보다는 오히려 한나라당과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게다가 정 의원은 한나라당 사람들뿐만 아니라 누구하고도 손잡을 수 있다고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 아닙니까? 사정이 이러한데도 민주당의 적자임을 자부하는 노무현 후보와 정치적 소신마저 불분명한 정몽준 의원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합니까? 그것이 '명분'있는 행동이요 '대의'와 '원칙'에 합한 행위입니까?

김민석 전 의원.

고백하자면, 나도 개혁세력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아마 그 절실함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대의'와 '원칙'을 부정하면서까지 단일화론을 따라 부르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노무현 후보가 덕(德)이 없어 정몽준 의원을 포용하지 못한다고. 그러나 '덕'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보자기처럼 아무나 감싸는 것이 아닙니다. 덕(德)은 덕(悳), 곧 곧을 직(直)과 마음 심(心)이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곧은 마음'을 지님이 없이 어찌 덕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옛말에 "덕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아니하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고 했습니다. 노무현 후보가 '대의'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곧은 마음'을 지니고 나아가면, 반드시 그에 공명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대선 승리의 비결을 거기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국을 강타했던 '노풍'(盧風)이 어디서 왔습니까? 홀로 지역감정에 굴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따라 당당히 낙선의 길을 선택한 노무현의 바보스러움과 올곧음에 대한 신선한 충격과 감동에서부터 기인한 것 아닙니까? 그 감동이 소멸된 게 아닙니다. 잠시 침묵하고 멈칫하고 있을 뿐이지 어떤 이들이 소망하는 것처럼 없어진 게 아닙니다.

노 후보가 지금이라도 예전의 올곧음을 회복하고 국민 편에 서기만 한다면 그 바람은 언제든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거센 폭풍처럼, 해일처럼 일어나서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간교한 정치꾼들을 보란 듯이 삼키고야 말 것입니다.

민주당의 남은 수가 얼마가 됐든 끈끈한 한 덩어리로 뭉쳐 곧은길로 매진하기만 한다면, 기드온의 300군사가 기적을 불러 일으켰듯이, 2002 대선에서도 기적같은 승리를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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