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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정몽준 의원.
지난 9월 25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정몽준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몽준 의원은 지난 12일, "(신당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까지는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발기인대회는 16일에 갖지만, 정식 창당은 11월에 들어가서야 가능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대선을 불과 한달 여 앞두고서야 정몽준 신당은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는 셈이다. 대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정당치고는 지나치게 늦은 일정이다. 이같이 창당 일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결국 신당에 참여할 세 규합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내놓을 얼굴 없는 정몽준 신당

현재까지 정몽준 신당 작업에 참여한 인사는 안동선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원외인사들이다. 정치권 출신 가운데서는 강신옥·이철·박범진같은 전직 의원들이 창당 작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기존 정당의 공천에서 탈락했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존 정당에서는 자리잡기 어려운 인사들의 새로운 서식처로 신당이 자리하는 모습이다.

정치의 변화를 내걸고 신당을 추진중인 정 의원측으로서는 매우 불만족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정 의원 자신 이외에는 대외적으로 내놓을만한 간판급 정치인이 없는 실정이다.

물론 지금 정몽준 신당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은 있지만, 정작 반가운 사람은 없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탐나는 사람은 대답이 없고 쭉쟁이들만 오겠다고 하니…." 지금 정몽준 진영의 속내를 솔직히 표현하자면 이런 얘기가 될 것이다. 이미지가 괜찮아 신당의 얼굴로 삼을 수 있는 인물들은 정몽준 신당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오히려 함께 하면 부담이 될 인사들은 신당을 같이하자고 하는 그런 형국이다.

현재 집단적으로 신당 참여 의사를 밝힌 곳으로는 민주당내에 구성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과 정몽준 의원, 박근혜 대표, 이한동 전 총리, 자민련 등이 참여하는 신당주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정작 정 의원측에서는 이 제안을 거부하여 대표자 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마디로 후단협이 주도하는 신당에 '일원'으로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후단협측은 신당창당주비위 제안을 하면서 자신들의 지분을 50%로 하는 것이 적절하냐, 60%로 하는 것이 적절하냐에 대해 내부 논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의원 숫자에 있어서 자신들이 가장 우위이니, 절반 이상의 지분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정작 정 의원 측에서는 그같은 얘기에 대해 코웃음을 치는 분위기였다. 신당을 후단협이 주도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고, 신당의 구심은 어디까지나 정몽준 의원이라는 것이었다. 후단협측의 지분 얘기는 한마디로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 격이었다.

후단협에 대한 정 의원측의 냉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정 의원이 발언이 나왔고, 후단협을 가리켜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사람"이라는 말로 이어졌다. 후단협에 대해 지분보장은 고사하고 함께 신당을 할 의사 자체도 없음을 시사한 태도였다.

정 의원의 입장에서는 후단협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시선을 감안할 때, 현역 의원의 숫자를 늘인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신당 이미지에 별 도움이 되는 안되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정 의원을 향한 후단협의 짝사랑은, 이렇게 후단협을 찬밥 신세로 만들고 1막을 내렸다.

지금 정 의원이 원하는 신당은 세력과 세력간의 대등한 통합같은 것이 아니다. 지금 추진하는 신당은 정 의원을 구심으로 하는 신당이 되어야 하며, 다른 세력들은 여기에 사실상 흡수통합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얘기이다. 정 의원이 세확보의 현실적 필요성에 절감하면서도 이같이 흡수통합에 집착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신당 참여 가능 인사들에 구정치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세력간 통합의 문제로 논의가 가버릴 경우, 신당이 구정치세력의 결집체로 인식될 위험에 대한 부담이다. 또한 세력간의 통합이 초래할 지분씨름과 다툼을 하다보면 신당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 의원의 입장에서는 신당이라는 것이 어차피 정몽준 지지율을 먹고 살게 되어있는 것인데, 불필요한 문제들을 가지고 소모적인 씨름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 의원측에서는 대선까지 일사불란하게 갈 수 있는 효율성 우선의 신당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의원이 탐내는 사람은?

그 대신 정몽준 의원이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따로 있다. 현재 삼고초려(三顧草廬)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다. 박 대표는 정체 상태에 놓여 있는 정 의원의 지지율을 다시 상승세로 돌려놓을 수 있는 카드로 일컬어진다.

신당 참여 대상자로 거론되는 다른 인사들과는 달리 비교적 신선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성향상 정 의원과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몽준-박근혜 연합이 이루어진다면 다시 지지율 1위 자리로 올라서는 파괴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 의원측에서는 정몽준 후보-박근혜 당 대표 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정작 박 대표측에서는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제3신당 논의과정에서 박 대표가 국민경선을 주장한데 반해, 정 의원은 자신으로의 후보 추대를 희망했고, 결국 박 대표는 정 의원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 동안 박 대표는 정 의원 행보의 모호성 등을 들며, 그와의 연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현재로서는 정 의원이 당대표직 카드를 제시하더라도, 뚜렷한 명분없이 박 대표가 그와의 연대에 나설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박 대표 다음으로 정 의원이 탐내고 있는 정치인들은 정치권내의 개혁 성향 의원들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개혁파 의원들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이런 저런 접촉을 갖는 등, 정 의원의 관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정 의원은 이들이 국민에 대해 갖고 있는 깨끗하고 신선한 이미지에 관심을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당 작업을 앞두고서도 정 의원은 이들 개혁파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을 내심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민주당내의 극심한 내분 속에서도 민주당 개혁파 의원들이 노무현 후보 지지를 고수하는 등, 이들의 정몽준 신당 참여 가능성은 명분상 희박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래도 정 의원은 양당의 개혁파 의원들 가운데 몇몇 사람의 개별적 합류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정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을 언급하여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그 이후 막상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비록 답보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이 이제는 종식된 마당에 특별히 이탈이라는 모험을 감행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지지율에 대한 불안감

결국 정몽준 의원의 신당창당은 고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겠다는 사람은 있지만 정작 쓸만한 사람은 없고, 쓸만한 사람은 모두가 고개를 젓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대선을 불과 두달여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 1위를 다투고 있는 유력 후보의 창당 작업이 이렇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도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한 마디로 정 의원의 남은 두 달에 대한 불안감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지지율 1위 싸움을 벌이고는 있지만, 남은 두 달 동안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그러니까 거품 지지율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팽배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 의원의 지지율이 과연 선거일 때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혹 모래 위에 쌓은 성(城)같은 것이 되지는 않을지, 아직도 분간이 안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정 의원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 의원측은 지금 지지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때 1위로 올랐던 정 의원의 지지율이 근래 들어 다소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락의 폭이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 의원의 지지율이 꼭지를 찍고 이제 내림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처해있는 상황에서는 돌발적인 악재 하나로도 지지율의 급락 현상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풍(盧風)으로 한때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그의 YS 방문을 계기로 급락했던 것이 그 사례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 의원측에서는 10월말까지 현재의 지지율을 지켜낼 수 있느냐 여부에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그 이전에 지지율 하락 현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신당창당 작업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대선판도 자체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입장에서 신당이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나느냐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 후보 개인의 지지율이 우선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후보 뒤에 있는 세력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투표행태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신망받을 인사들이 주변에 없다거나, 집권하더라도 국정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의 소수파로 인식될 경우, 아무래도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정 의원의 입장에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번듯한 신당을 보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양으로나 질로나 모두 함량 미달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정몽준 신당의 출발 자체가, '정몽준 당선'이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정치적 방향성 없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생겨나는 자업자득의 결과일 수 있다.

정 의원이 후단협을 가리켜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정 의원 자신이 그 이외의 명분을 제시하거나 보여준 것 없이 신당 창당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결국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사람' 들이나 관심을 갖는 정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몽준 신당은 과연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공중분해되지 않고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정몽준 신당에게 17대 총선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과거 정주영씨의 국민당 창당과 대선출마, 그에 이은 국민당 소멸 과정을 기억하는 사람들로서는 이같은 질문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한 정몽준 신당의 앞길은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자신이 만들려고 하는 신당은 왜 필요한 것인지, 어떤 신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정 의원이 신당 창당에 나서기 이전에 정작 분명히 했어야 할 의제들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이야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정몽준 신당이 대통령 후보의 부침과 운명을 같이 하는 또 하나의 사당(私黨)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기우를 떨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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