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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일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경일에 견줄 수 없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한글날은 우리 문화의 최대 자랑거리이자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는 문화유산인 한글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우리에게 민족의 자존심을 심어준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한글을 창제·반포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날이기 때문에 더욱 당연지사이다. 그나마 일부 단체에서 전개하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환원시키자는 주장에 필자 역시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바이다.

1990년 행정자치부에서 법정 공휴일 축소 때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이후로 '한글날'은 단순한 기념일 정도로 축소되어 점차 한글에 대한 중요성이 퇴색되어가는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서부터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달로 인터넷을 통한 일상생활이 형성되어 인터넷을 떠난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절대적인 의사소통의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 또는 가정이나 직장에서조차 대인관계에서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전자우편이나 문자메시지라는 기계적 언어로 바뀌고 있다.

이전의 오프라인에서 편지 쓰기와 같이, 글로써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나 주장을 표현할 때에는 즉흥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함부로 내뱉지 않으므로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온라인상의 채팅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기능만 감당할 뿐, 글쓰기를 통한 인간의 진실된 감정이 배제되고 일방적인 말하기를 대신하는 말 쓰기에 불과할 정도이다. 흔히 인터넷에서 사용되고 있는 사이버 용어라는 것이 단순한 의사전달 기능은 활성화시킬지는 몰라도 우리 민족 유산인 한글 사용에 대한 본래의 의미를 왜곡시키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문법을 파괴시키는 것은 다반사이고, 말을 줄여서 사용하는 축약 형태의 표현과 소리나는 대로 표현하는 온라인상의 언어 등 국어생활 자체를 부정하는 표현방식들이 난무하고 있다.

더구나 학생들 사이에 표준어처럼 사용하는 왜곡된 국어표현은 심지어 과제물이나 시험과정에서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어느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조차 헷갈려하는 웃지 못할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용어 사용은 빠른 의사전달과 통신요금 절약, 줄어든 타이핑수로 생동감 있는 직접적인 표현이라는 이유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넋두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국어교육과 한글사랑에 대한 스스로의 실천의지에 따라 국어경시를 국어중시 풍조로 변화시킬 수 있다.

문법에 맞는 말과 글을 사용할 줄 아는 논리적 표현력을 개발시켜주는 것은 창의력을 높여주지만, 이러한 사이버상의 단순한 의사표현방식은 논리적 사고를 발전시켜야 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작용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인터넷을 통해 단순한 의사전달 기능만 추구하며 글이나 읽고 '말'이나 쓰는 피상적인 정보전달 수단으로 우리의 훌륭한 한글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넣어버린 채, 세계화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왜곡된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국어사랑의 시작이 가능할 것이다. 외래어나 영어제일주의에 빠져 문화의 속국시대를 자청할 것이 아니다.

진정한 한국인이라면 영어만 잘해서 세계화시대에 부응할 수 없기에 확실한 국어지식과 국어사랑을 바탕으로 인터넷 세대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여 학생들의 삐뚤어진 국어사랑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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