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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년 8월 출고마감 지침'의 일부 내용. 문건 상단에 9월 1일(일) 출고 차량을 세금계산서에는 8월 31일(토)로 표시하라는 문귀가 적혀있다.
'02년 8월 출고마감 지침'의 일부 내용. 문건 상단에 9월 1일(일) 출고 차량을 세금계산서에는 8월 31일(토)로 표시하라는 문귀가 적혀있다.
이 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현대차 승용판촉팀 작성 '02년 8월 출고마감 지침'을 통해 밝혀졌다.

8월 28일 팀장 이00 이사 명의로 전 지역사업실, 지점, 대리점, 출고센터, 회계팀, 시스템운영팀 등에 보내진 '협조전'에는 "9월 이후 특소세 환원과 관련하여 가용재고의 'ZERO화'를 통한 고객 혜택 극대화를 위하여 8월 출고마감 지침을 송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협조전은 "9월 1일 출고 차량을 세금계산서 상에는 8월 31일로 표시할 것은 물론 9월 2일, 3일 공장에서 생산중인 차량에 대해서도 출고증을 발급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조전은 또 '02년 8월 출고마감 지침'의 '강조사항'을 통해 "8월 29일~9월 1일까지 차량 미출고 건에 대한 출고증 발급을 막고, 전산출고 시간대 매매주문서 기능을 정지할 것"을 주문하면서 지역 영업소에 대해 "출고증 발급 문제와 관련해 업무착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할지점, 대리점에 사전교육을 요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ADT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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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특별소비세(특소세) 면세조치가 올 8월 31일 부로 해제됨에 따라, 9월 1일부터 출고되는 차량은 특소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 9월 1일(일요일), 당일 출고된 차량과 2일, 3일 사이에 출고될 차량(라인에 걸려있는 차량 포함)을 세금계산서 상에는 8월 31일자로 조작해 차량구입자들의 특소세 탈세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지난 8월 31일 하루동안 현대차와 기아차가 출고한 세금계산서 서류상 차량대수는 각각 6964대, 5200대에 이른다. 승용차 한 대당 특소세를 60만원으로 칠 경우 탈세규모는 약 70여 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측은 지난 9월 1일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본사 직원들과 각 영업소 소장, 관리소장, 팀장급 직원들을 비롯, 관련 영업부서 사원을 출근시켜 전사적으로 이같은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경신하고 있어 공장을 풀 가동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결과 현대차는 8월 30일 3613대, 8월 31일 6964대를 출고했으나 9월 1일에는 한 대도 출고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9월 2일에는 255대, 9월 3일에는 827대를 출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월말에는 출고 차량수가 평소보다 증가한다고 하더라고 하루에 7000대에 육박하는 차량을 출고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8월 현대차 하루 평균 계약대수는 3005대이며, 9월 평균도 3183대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차량이 완성되면 품질검사를 거친 후 재고처리가 된다. 이어 차량에 대한 출고증이 발급됨과 동시에 제작증과 세금계산서도 자동전산처리를 통해 작성된다"며 "9월 1일 출고되는 차량을 8월 31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전산 프로그램 조작은 물론 회계장부까지 조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출고증 발급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업무인데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각 영업소에 내린 협조전을 통해 특별히 사전교육을 요구한 것은 물론 휴일인 1일에도 거의 전 직원을 출근시켜 모종의 일을 꾸민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만약 9월 1일과 3일 사이에 출고되는 차량을 8월 31일로 바꾸기 위해서 그런 일을 꾸민 것이라면 동종업계의 큰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대해 현대차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9월 1일에는 근무를 한 적도 없고 차량도 출고시키지 않았다"면서 "세금계산서 상에 9월 1일 출고분을 8월 31일로 표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만약 그러한 일이 있었다면 바로 '탈세행위'"라면서 "몇 푼을 아끼자고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그런 일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문제의 '협조전'을 거론하자 "협조전을 발송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대로 실행되지는 않았다"며 협조전 발송 사실은 일단 시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했다.

현대차가 지난 8월 28일 발송한 '02년 8월 출고마감 지침'
현대차가 지난 8월 28일 발송한 '02년 8월 출고마감 지침' ⓒ 공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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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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