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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등 문화단체들은 1일 오전 서울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대중음악의 체질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문화연대 등 문화단체들은 1일 오전 서울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대중음악의 체질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 석희열
문화연대 지금종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화단체들은 라이브공연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며 '가서 놀자'라는 제목의 공동선언문을 통해 거대한 자본과 방송가 인맥으로 움직이는 일부 독점기획사가 만든 가수들이 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또한 대중음악이 여러 장르에 걸쳐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고 방송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라이브공연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이브공연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읽고 있는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왼)과 이날 사회를 맡은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
라이브공연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읽고 있는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왼)과 이날 사회를 맡은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 ⓒ 석희열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한국에는 대중음악을 라이브로 공연할 수 있는 전문공연장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고급문화예술공연장 건립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이 대중문화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라이브공연은 그저 대중들의 오락물로 치부하거나 알량한 문예진흥기금이나 체육진흥기금을 뽑아낼 세원으로만 간주하고 있다"고 정부의 문화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체질개선을 위해 △정부는 라이브공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제도 개혁과 진흥정책을 수립할 것 △음반기획사와 제작사는 공중파방송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 라이브 공연활동의 강화를 통해 새로운 대중음악시장을 창출할 것 △방송사는 10대 중심의 편중된 음악장르와 립싱크를 양산하는 순위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라이브 음악프로그램을 강화할 것 △음악팬들은 실력 있는 라이브 가수들의 공연장에 많이 찾아가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꾸는 추세에 동참해 줄 것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라이브음악 전문 5인조 록그룹 크라잉넛 밴드는 한국 공연문화에 대한 현장보고에서 "독자적으로 단독 콘서트를 하려고 해도 전문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하고 또 전문적인 오퍼레이터나 전문 기자재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공연 중심의 라이브 뮤지션으로서의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이날 록그룹 크라잉넛 밴드는 라이브 공연문화에 대한 실태보고를 통해 전문공연장을 늘려줄 것을 주문했다
이날 록그룹 크라잉넛 밴드는 라이브 공연문화에 대한 실태보고를 통해 전문공연장을 늘려줄 것을 주문했다 ⓒ 석희열
크라잉넛 밴드는 이어 "처음 5년 동안 언더 생활을 했는데 집에서 경제적인 지원과 함께 이해를 해줘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음악을 그만두는 다른 언더 뮤지션에 비해 행운이었다"면서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공연장을 싸게 빌릴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탁현민 대중음악개혁포럼 간사는 한국 라이브 공연문화 실태보고를 통해 까다로운 공연장 대관 절차와 지나친 대관료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수가 터무니없이 적어 심각한 적자운영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한국 라이브 뮤지션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현행 공연법의 손질과 공연진흥과 관련한 획기적인 진흥정책들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측에 강력히 요구했다.

탁현민 간사는 또 "우리나라는 대중음악에 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변이 취약하여 제대로 된 시스템과 시설이 갖춰진 공연장이 전무한 상태"라며 "일본의 경우 새음반이 나오면 마케팅과 공연 위주의 일정을 먼저 잡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방송 출연일정부터 잡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화단체들은 라이브공연 활성화를 가로막는 난제들로 △전문공연장의 부족 △턱없이 많은 공연조세 △공중파방송의 막강한 영향력 △대중음악라이브공연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공연환경의 지역편중과 비주류 음악 공연환경의 열악함 △공연법과 제방조례의 문제점 △10대 중심의 편향된 음악소비자층 △방송사 및 기업 프로모팅을 위한 공짜 이벤트 공연의 남발 등을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11월 문화관광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한일 두 나라의 공연문화의 질을 비교해볼 수 있는 수도권지역의 공연장의 숫자와 크기 그리고 교통의 편리함 등에서 두 나라간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3천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문화회관(3852석)과 경희대 평화의전당(4500석) 두 곳인데 반해 일본의 경우 도쿄돔(5만5000석), 치바 마린스타디움(3만75석), 요코하마 스타디움(3만석), 요코하마 아레나(1만7000석), 일본 무도관(1만3449석) 등 1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만 5곳이며, 9천석 이상의 공연장까지 합치면 무려 7곳이나 된다.

예술의 전당(2340석)과 광운대 문화관(2028석) 등 2천석 이상의 중형 공연장까지 포함해도 우리나라는 모두 4곳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경우 5천석 이상의 대규모 공연장만 8곳, 2천석 이상의 중형 공연장까지 포함하면 10곳으로 우리와는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중음악의 활성화를 위해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가수 정태춘(오른쪽)과 라이브공연 활성화를 위해 현행 공연법의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서정민갑 조직홍보팀장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중음악의 활성화를 위해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가수 정태춘(오른쪽)과 라이브공연 활성화를 위해 현행 공연법의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서정민갑 조직홍보팀장 ⓒ 석희열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서정민갑 조직 홍보팀장은 라이브공연 활성화를 위한 진흥정책 제안에서 "현행의 공연법이 전체적으로 공연의 장려를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 개정 내지 재입법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여기에는 공공 시설에 대한 공연절차의 간소화, 대중음악공연이 일정 비율을 점유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공공 공연장의 무대나 음향 등의 기준강화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조직홍보팀장은 "지난 2년간 대중음악 및 문화정책에 대한 대안을 정부에 여러 번 제시했지만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부가세가 현행보다 낮아져야하며, 공공문화시설일 경우 각종 간접세를 폐지하고 공연 대관료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면서 "일정규모 이하의 소규모 공연의 경우에는 문예진흥기금납부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태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는 "한국 대중음악시장이 황폐화되어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 "대중음악의 활성화를 위한 오늘과 같은 이런 논의들이 좀더 포괄적이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고민을 통해 대안 제시를 위한 종합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 "오늘 이 자리가 낙후한 음악 저작권과 관련한 개혁방안과 전근대적인 음악유통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점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외에도 문화단체들은 라이브공연 활성화를 위해 △대중음악 전문라이브공연장 건립 △전문라이브공연 기획자와 기술인력 양성 △지방공공문화공연장 개방절차 완화 △클럽의 합법화와 공연에 대한 간접지원 등을 통한 비주류음악인 공연에 대한 지원 △'공연진흥위원회'같은 기업의 공연 스폰서를 매개하는 기구를 운용하여 기업참여형 공연 프로모팅의 활성화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문화연대 지금종 사무처장은 향후 일정과 관련 10월 중순경 라이브공연 활성화 및 음반 진흥정책 제안을 위해 문화관광부 장관과 면담을 추진하고 국회 로비활동과 함께 대선캠프 면담추진, 공연활성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각종 포스터와 스티커 제작 및 1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내달에는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한 라이브공연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클럽문화가 부럽다"
크라잉넛, 한국 라이브공연 문화 후진성에 한숨



이날 '라이브 공연 활성화 캠페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펑크락 그룹 '크라잉넛(CRYING NUT)'은 "일본 공연에서 경험했던 소극장 무대의 철저함이 너무나 부러웠다"는 말로 한국 라이브 공연 문화의 후진성을 개탄했다.

크라잉넛은 거대 기획사가 아닌 인디 시스템으로도 대중음악 밴드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흔치 않은 그룹. 단순하고, 강렬한 리듬을 들려주는 '말달리자', '서커스매직 유랑단' 등으로 소수이긴 하지만 열광적 그루피를 거느린 우리에게 친숙한 펑크락 밴드다.

올 봄 <바람이 분다> 공연을 진행하면서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무대에 섬으로써 세칭 386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그 세대들로 하여금 다가올 미래를 전망케 했던 가수 정태춘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정씨는 "문화관련 시민단체의 다양한 정책제시와 대중음악 토론회 등이 활성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가 모두의 우려만큼 어둡지만은 않아 보인다"는 그 특유의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크라잉넛은 "립싱크와 반주 테이프에 의한 노래부르기가 일상화된 방송사의 관행도 한국 라이브공연 문화가 낙후되는 데 한몫 했다"고 지적하며,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소규모의 클럽에 대해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해 클럽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연을 위해 일본에 갔어요. 겨우 100여명이 들어오는 소규모 클럽인데도 음향과 조명 전문가가 있더라고요. 우리처럼 라이브 연주를 하는 팀들에게 더 없이 부러운 문화환경이었죠. '아, 우리나라는 언제 저런 날이 올까'라는 생각에 모두 답답했어요"라는 크라잉넛의 푸념에 방송사와 대중음악정책 입안자들은 귀 기울여야 할 듯하다. / 홍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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