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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 서울산업대학교 학생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개인신상이 담긴 이면지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특정지어 학생회 간부명단이라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23일부터 28일까지 학생들과 접촉을 가졌고, 결국 문제의 이면지를 확인하고 촬영하였다.

▲ 개인신상이 적힌 이면지
ⓒ 황영하
첨부된 사진은 문제가 된 간부명단의 일부분이며, 소속학과 및 학번,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는 기자가 가린 것이다.

문제의 이면지는 서울산업대학교 정문 수위실에 비치된 규찰대 일지의 일부분으로 모두 32페이지에 걸쳐 99년부터 2001년까지 활동했던 학생회 간부들의 직책, 학과, 학번, 성명, 주민등록번호, 부서가 기재되어있고, 총학생회장이나 총학생회 간부들에게는 이름 옆에 별도의 표시가 되어있다. 문제의 문서는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된 것과 엑셀로 데이터베이스화 한 것 두가지로 나뉘어 있다.

서울산업대학교에서는 90년대 초반부터 야간에 학내규찰을 해왔으며, 소관부처는 학생처이다. 즉, 이면지로 처리된 문서의 출처는 학생처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규찰대 활동을 했던 한 학생에 따르면 이면지의 내용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각종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 '휴양지 예약안내', '월드컵 참가국별 승률 및 배당' 등이 이에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서울산업대학교는 13000명의 학생이 다니는, 규모면에서는 수도권에서도 손꼽히는 학교이며, 이들 학생의 개인신상 및 상벌에 관한 책임부서가 학생처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신상이 기록된 문서가 버젓이 이면지로 외부에 누출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학생들의 신상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반증이다.

또 한가지 의혹은, 일부러 학생회 간부명단을 외부에 누출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서울산업대학교의 경우 수년째 한총련 관련 수배자가 누적되었고, 이들중 대부분이 관할경찰서인 노원경찰서 보안과 형사들에 의해 감시받거나 검거되어 왔다. 이들의 신원파악을 위해서는 경찰의 개인신상조회만으로도 충분하겠으나, 담당하고 있는 부서나 학과, 학번에 대한 사항은 학교측의 협조 없이는 누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학교측의 고의적인 신상정보유출이 있어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 자치기구와 부속기관의 차이인가. 자치기구인 교지편집위원회의 경우 주민등록번호까지 기재되어 있지만, 학교 부속기관인 신문사 기자들은 주민등록번호가 누락되어 있다. (자치기구 간부중 주민등록번호가 누락된 경우는 단 두건에 불과하다.)
ⓒ 황영하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은 간부명단에 기재된 주민등록번호가 특정 부서원들의 경우에는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는 총학생회장이나 총학생회 집행부는 특정 학과, 학부출신 학생들의 이름 옆에 별도의 표기가 되어있는 것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규찰일지는 항상 교문 수위실에 비치되어 있으며, 수위실에는 노원경찰서 보안과, 정보과 형사들이 수시로 출입하며 학생들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인 17일에는 '장안동 대공분실 보안과 형사' 를 자칭하는 경찰들이 학내에 들어와 수배중인 부총학생회장 김경진(조예.99)씨와 홍기웅(토목.99)씨를 추석때 집에 보내주겠다며 들어와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교육부 지침을 통해 각 대학별 한총련 대의원 해당자 성향분류문서가 매해마다 작성되고 교육부 및 경찰청 등 관련부처로 보고된 사실은 있으나, 이처럼 간부명단이 통째로 노출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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