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장실 앞을 점거하고 있는 CBS노조원들. 삼삼오오 모여 심각하게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장실 앞을 점거하고 있는 CBS노조원들. 삼삼오오 모여 심각하게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CBS가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논란을 겪고 있다. CBS재단이사회(이사장 표용은)가 권호경 전 사장을 연임시키기 위해 9월 30일 이사회를 소집하자 노조원들이 업무를 중지하고 이사회 저지에 나선 것이다. 결국 노조원들의 사장실 점거로 이사회는 무산되었지만 재단이사회는 서면투표를 통해서라도 사장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에 대해 "권호경 사장의 연임은 인정할 수 없으며 이후 총파업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권 사장이 선임되면 3번째 연임이 된다. 266일의 장기 파업으로 치달았던 'CBS'사태가 되풀이될 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노조 "총파업 불사해 사장 연임 막겠다"
이사회 "노조가 심했다. 특단 조치 필요"


이날 오후 3시 이사회가 소집된 목동 CBS 사옥 사장실 앞에 CBS 노조원 150여명이 모였다. 이사 15명이 이사회 개최를 위해 사장실을 찾았지만 노조원들이 앞을 막아선 것. 노조 집행부는 이미 5일째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었고 노조원들도 이날 새벽 3시부터 사장실 앞을 지켰다.

이사회 임원진이 1층 로비 커피숍에서 회의를 마친 뒤 사옥을 나서고 있다.
이사회 임원진이 1층 로비 커피숍에서 회의를 마친 뒤 사옥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상황을 예견하고 있던 이사들은 15분 뒤 조용히 1층 로비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사들과 노조원 사이에는 아무런 몸싸움이 없었다. 이사들은 15분간 자체 논의를 마친 뒤 담담한 표정으로 사옥을 떠났다. 기자들이 현 상황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물었지만 이사들은 일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노조는 "우선 이사회 소집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후 이사회가 서면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을 걱정했다. 노조에 따르면 일부 이사는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노조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이사장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일단 이사회는 이후 서면투표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정관에 따르면 "긴급하거나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서면투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1차 서면투표를 거쳐야 한다.

물론 노조 측 주장대로 사장 선임은 '경미'한 사안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긴급'하지도 않다. CBS 사장석은 이미 9개월째 공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가 서면투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노조는 반 권호경 성향의 이사들을 설득해 최종 서면투표를 저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사장 선임 둘러싼 2개월 공방...표 이사장, '종신이사 노욕' 의혹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이 날 업무 정지와 이사회 저지는 이미 예견된 싸움이었다. 그동안 이사회와 노조는 CBS 개혁안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을 계속해왔다.

지난 2개월 동안 노조는 '이사회 권위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의 개혁안을 제안했다. 실제 노조는 사장 추천위원회의 직원대표 수를 3인에서 2인으로 줄였으며 이사회 내부에 두려고 했던 경영자문위원회를 사장 산하에 두기로 결정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지만 노조와 이사회는 사장선임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사회 임원진을 개편한 뒤 개혁안에 따라 사장을 선임하자"고 주장했지만 이사회 측은 사장 선임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사회와의 대화가 접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 9월 5일 이사회 산하 쇄신위원회(이하 쇄신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쇄신위는 노조와의 충분한 대화 없이 사장 선임 절차 강행을 결정했고 표 이사장은 쇄신위 건의를 받는 형식으로 30일 이사회 소집을 통고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10월 5일로 임기가 끝나는 표용은 이사장이 권 사장을 다시 사장으로 앉힌 뒤 자신은 종신이사로 남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표 이사장은 수차례에 걸쳐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임기 중에는 후임 사장 선임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와 목회자 178명, 'CBS정상화를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 등도 지난 9월 27일 성명을 발표해 표용은 이사장 및 권호경 전 사장 퇴진, 서면투표 중지, 개혁방안 마련, 6.26 합의 이행 등을 요구했다.

"권 전 사장 연임 무조건 막겠다"

사장실 앞에 모여있는 노조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후 향방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으며 일부 노조원들은 피곤한 듯 무릎을 세우고 앉아 엎드려 있기도 했다.

오전 11시부터 사장실 앞을 지키고 있는 노조원 최승진(보도국 기자)씨는 "착잡한 심정과 사측에 대한 분노, 앞으로 싸움에 대한 결의가 뒤섞인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노사간의 약속을 회사 측이 파기했다"며 "사장의 3연임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업무중지는 무기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날 CBS는 비노조원과 부장급 임원들의 비상근무로 방송업무를 진행했다. / 권박효원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