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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목포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목포문화방송 공개홀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 앞서 목포의 한 카페에서 1시간 30분 가량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오종렬 의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오종렬 의장은 2가지를 화두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하나는 지금의 미 패권주의 정책의 부당성에 대해, 다른 하나는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 의장은 미 패권주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 반면, 대선과 관련해선 아직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고민이 많은 듯 했다. 하지만 오 의장은 범진보진영 후보와 범민주진영 후보의 다른 점을 강조했다.

그는 범진보진영의 단일한 힘을 모아야 대선을 넘어 차기 총선등 이후 진보진영의 갈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범진보진영 후보는 자연인 노무현이면 가능하겠지만, 현 민주당 간판의 노무현 후보는 아니라는 점을, 범민주진영 후보는 반한나라당 후보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선후보 전술에 대한 모호함은 여전히 남았다. 권영길 후보 절대 지지도 아니면서, 노무현 후보 절대 반대도 아닌 그런 아리송함이 존재했다.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 미 부시대통령의 패권정책에 대한 반발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을 전후로 반미정서가 확산되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반미정서를 우려하기도 한다.
"나는 반미 정서가 하등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미국의 패권정책이 문제가 되고, 이런 미국의 정책 과정에서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건도 발생했다.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아직도 형사재판권을 한국에 이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이 미국에 대한 반미감정이 생기는 건 당연하고 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사실 IMF 이후부터 미국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구제금융의 대가로 미 자본이 경제를 집어삼킨 후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쳤고, 노동자는 그 구조조정에 몰매를 맞았다. 농민은 농업개방으로 농업자체가 궤멸 상태에 빠졌다. 시민 대중을 이루는 노동자와 농민들이 미국의 압력을 생존권을 통해 실감하게 되면서 반미정서는 확산되고, 그것에 불을 지핀 것이 끊이지 않는 주한미군 범죄였으며, 그중 하나로 효순이 미선이 사망사건이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제 단체에 분단이나 5·18과 관련 반미자주 연대운동을 요청했을 땐 어정쩡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흔쾌히 동조해 준다. 이제 미국이 한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의 본질을 대중들은 알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 패권주의 본질 기억해야"

-조지 부시 집권 이후 아프카니스탄 침공, 최근 이라크 선제공격등에 따른 초강수가 유럽과 아랍국가등 세계여론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북미 관계도 냉각상태에 빠졌다가 북일 정상회담이후 미 특사의 방북 추진으로 다소 원만해진 느낌인데.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미국은 북한을 남한처럼 자신의 패권적 지배구도 속에 편입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무력위협, 무력침공부터 회유와 포용까지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 어떤 방법이든 미국지배권으로 편입시키려하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정책도 우리 민족의 주체역량이 강화된다면 변경시킬 수 있다. 부시는 올해 초 북을 악의 축에 포함시켰다. 여전히 이는 유효한데 그 심각성을 우리사회는 간과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는 그들의 군사전략적 속내을 봐야 한다. 아랍세계에 대한 공격도 군사경제적 전략요충지를 완전 장악하는데 의미가 있다. 이라크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결국 이라크 공격도 석유와 가스등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속내가 숨어있다. 어쨌든 이라크 이후 한반도의 전쟁분위기를 걱정하는 시점에서 한반도의 냉기류가 다소 해소되는 미국 특사의 방북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신의주특구, 통일운동 호조건 마련"

-최근에 신의주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북한이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오 의장께서는 조선노동당 창당 50돌 행사와 올해 8.15 서울행사등에서 남측 민간단체 대표로 북측과 꾸준한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다. 올 8.15 행사에서 북측에서 이런 귀띔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전국연합에서는 신의주 특구 지정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북측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이런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단지 이미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이나 나진선봉지구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다. 사실 나도 신의주가 이처럼 갑자기 자본주의 요소를 받아들이는 경제특구가 될 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신의주가 경제특구가 되면 통일운동에 호조건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신의주가 경제특구가 되면 남과 북, 세계가 만나는 창구가 될 것이다. 교류협력도 나아질 것이다. 한편에선 신의주가 개방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이 이뤄지면 자본주의 부정적인 문화가 침투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그들의 주체역량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번 신의주 특구는 북이 세계경제의 기류에 동승하고 50년이상 봉쇄당했던 차단막을 뚫고 세계무대에 서려는 노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진보진영 단일화 실패 안타까움"

-그동안 전국연합은 민주노동당 등 제 진보진영과 범추를 구성하고 대선에서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추진해 왔는데, 결과적으로 무산돼 버렸다. 민주노동당은 대선 후보로 권영길 후보를 이미 내세웠다.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작년부터 민주노동당이 전국연합등과 보조를 맞추면서 재창당 작업을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한 바 있다. 그동안 민노당은 후보경선도 개방형 국민경선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노동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외면했다. 그리고 자체 대선후보도 선출했다. 이제 범진보진영의 단일화도 물건너간 것 같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후보 단일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국연합의 대선 후보 전술은 범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 작업을 통한 범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대중속에서 극대화시키는데 있다. 다소 원론적이고 애매하게 들릴 수도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범진보진영과 범민주진영은 다르다는 점이다. 범진보진영은 민중의 생존권 문제까지를 포괄한다. 하지만 범민주진영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데 있다. 따라서, 범민주후보를 범진보진영 후보라 하기엔 어렵다. 전국연합은 6·15 공동선언 이행과 식량주권 사수 및 국가기간산업 사수, 노동기본권 쟁취등의 안이 담긴 민중통일진영의 안을 마련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에 이 안이 채택되도록 호소할 것이다. 하지만, 민중생존권 문제에 대해 지금의 민주당의 구조로 받아들일 지는 부정적이다."

"노무현, 진보진영에 서야 할 사람"

-대선 방침이 어렵고, 다소 모호하다는 느낌이 든다. 단순하게 물어 보겠다.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무현 후보는 그 사람으로 봐선 진보진영에 서야 할 사람인데 보수 진영에 서있는 점이 우선 안타깝다. 민주당이 민중생존권과 관련한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앞서 말했는데, 나는 노무현 세력과 일부 신진 개혁세력이 진보진영으로 탈출하지 않고, 노선을 명확히 하지 않는 이상, 6.15 공동선언 이행에는 확고하겠지만, 민중문제에 대해선 그렇지 못할 거라고 본다. 전국연합은 노동자와 영원한 동지 관계이고, 이를 가장 우선시하는 조직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민주노총이, 주력부대인 민주노동당이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 아닌 것 같다."

"진보진영의 힘 모으기 최상과제"

-끝으로 진보진영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우리 동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선거국면이 되면 여기에 휘말려 서로의 행보나 이해관계속에서 서로 상처를 입게 된다. 대선에서 누가 누구를 지지해 당선된다고 해서 진보진영이 원하는 쌀개방이 저지되고, 구조조정이 막아지는 게 아니다. 한명의 후보가 민중들의 생활을 저절로 나아지게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민중운동 진영과 통일운동 진영의 힘을 원칙 있게 묶는 것이다. 아래에서부터 이런 힘을 모을 때만이 우리가 바라는 자주민주통일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우리도 이제 우리 스스로를 거대한 정치세력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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