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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27일 오후 2시 5분경 "대북 적대정책 철회하라. 여중생사건 부시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27일 오후 2시 5분경 "대북 적대정책 철회하라. 여중생사건 부시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총련, 미 대사관 기습시위 / 김용남 기자


미 대사관으로 향하던 학생들은 진입 시도 약 5분만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전경들이 결집하면서 사방으로 포위되었다.
미 대사관으로 향하던 학생들은 진입 시도 약 5분만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전경들이 결집하면서 사방으로 포위되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던 서총련 소속 대학생 11명이 전원 연행됐다.

오후 2시 5분경 서울 세종로 정보통신부 건물 앞에 하차한 대학생들은 "대북 적대정책 철회하라. 여중생사건 부시 사과하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미 대사관으로 향했다.

이들은 미군 장갑차에 의해 숨진 고 신효순·심미선양의 영정을 들고 "부시는 사과하라. 살인미국 처벌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학생들은 행진을 시작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전경들에 의해 사방으로 둘러싸였다. 더 이상 미 대사관 쪽으로 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땅바닥에 주저앉아 8박자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에게 미 대사관 항의 방문의 이유를 밝혔다.

미 대사관 진입 시도 15분만에 남학생들이 먼저 경찰들에 의해 연행되었다.
미 대사관 진입 시도 15분만에 남학생들이 먼저 경찰들에 의해 연행되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남학생 6명이 연행된 뒤 여학생들은 바닥에 앉은 채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에게 미 대사관 항의 방문 이유를 밝혔다.
남학생 6명이 연행된 뒤 여학생들은 바닥에 앉은 채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에게 미 대사관 항의 방문 이유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여중생 사건 부시 사과, 주한미군 철수"

남아있던 여학생들도 오후 2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한 여경들에 의해 전원 연행되었다.
남아있던 여학생들도 오후 2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한 여경들에 의해 전원 연행되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미 대사관 진입을 시도한 지 15분이 지나 1차로 6명의 남학생들이 끌려나가고 여대생 5명만 남겨졌다. 한 여대생은 "남북간의 화해분위기를 깨려는 부시정권과 국내에 있는 수구반동세력을 몰아내고 통일의 문을 함께 여는 데 함께 하자는 말을 하려고 왔다"면서 "우리 민족끼리 통일을 이루는 그날까지 계속 싸울 것을 약속한다"고 말하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오후 2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한 여경들에 의해 경찰차에 끌려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한 여대생은 "우리끼리 통일하자는데 왜 우리가 잡혀가야 하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11명의 대학생들이 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던 계획은 경찰에 의해 무산됐다. 하지만 30여분 동안의 소동이 끝난 미 대사관 앞에서는 상명대 총학생회 소속 대학생이 "효순이, 미선이에 이어 17일 박승주씨까지, 사람을 셋이나 죽이고 잘못이 없다는 미국은 사죄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미대사관에 전달하려던 항의서한 전문

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미대사관에 전달하려던 항의서한 전문

부시는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고, 여중생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라!

미국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반세기가 넘도록 소위 '혈맹'인 우리나라의 반미정서가 나날이 도를 더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부시의 이라크 확전에 우려하고, 한국정부의 '이라크전 지원'에 대해 극도로 비판적이며, 여중생 사건에 대한 주한미군의 처신에 분노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우리 민족의 존엄을 훼손했기 때문이며,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의 선린-우호 관계를 원한다. 그러나 이는 양자 사이의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현재 양국의 관계에서는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서한을 통해 양자가 선린-우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I.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한반도 화해 흐름에 발맞추어 나갈 것을 촉구한다.

취임 직후부터 부시는 대북 적대정책을 채택하고, 9.11 테러 이후에는 급기야 북을 '악의 축'이라 규정하였으며, '핵태세 보고서', '선제공격 독트린' 등을 공식화하여 한반도를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부시의 이러한 행태로 인해, 남북 정상이 채택한 6.15 공동선언의 이행이 지체되고, 미국은 '통일의 방해꾼'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었으며,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적대정책은 최근 <대화 재개> <철도 복원> <교류 확산>으로 나아가고 있는 남북 관계와, 국교 정상화로 나아가고 있는 북일 관계로 볼 때 시대착오적이라 하지않을 수 없다.

남들이 다 친하게 지내는데, 자기만 시비를 걸기가 애매해지자, 미국은 특사를 파견하여 북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가지고 있는 대화의 자세를 볼 때, 이는 '대화'를 위한 특사가 아니라 '위협'을 위한 특사라는 의구심을 우리는 지울 수가 없다.

완공시한을 넘길 것이 확실시되고, 이제 겨우 건물을 짓기 시작한 경수로 건설 진척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해주기는커녕 핵사찰을 받으라고 억지를 쓰고, 근거 없이 "핵무기가 있다"고 하며, 여전히 대화 상대를 불량국가니 악의 축이니 하는 자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특사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미국은 우리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에 기여해야 하며,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흐름에 발맞추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의 정신으로 돌아가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한 자세로 특사를 보낼 때, 그것이 미국에게도, 우리 민족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II. 여중생 사건에 대해 부시는 직접 사죄하라

지난 6월 13일, 50t이 넘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두 여중생이 숨졌다. 미군이 사고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보여준 태도와 자세였다.
사고를 내고도 외박까지 나오는 가해자, 거짓말, 사건의 축소 등 헤아릴 수 없는 위선과 거짓이 자행되었고, 이제는 고의살해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한국군 장갑차가 반대로 미국민을 그렇게 했다면, 미국은 어떻게 나왔겠는가를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지금 미국과 주한미군이 SOFA를 이용해 보이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우리 민족의 존엄을 훼손하고 있는가를 단숨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요구하는 방식을 최대한 반영하여 사과를 하는 것이 도덕이고 예의이다. 그리고 사건의 유족들은 의혹이 많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가해 미군을 우리 법정에 세우며, 미군 통수권자인 부시 당신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유족들의 의사는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사과하고, 자기 멋대로 사건을 종결하려 애쓰고 있다. 이는 예의바르지 못한 행동이고, 우리 민족을 다시금 무시하는 행동이다.

현재 미군은 둘을 기소하여 군사재판을 벌이고 있다. 워커 병장은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그렇다면 두 여중생은 장갑차에 스스로 몸을 던져 자살한 것인가? 군 경력 3~4년이 넘어야 될 수 있는 고참 계급인 병장이 그따위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나머지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미군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도 미국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 속에서는 '미군이 사고를 내면 경찰을 부르지 말고(부르면 미군으로 넘겨버리니까),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 팬 후, 경찰이 오기 전에 현장을 떠나라'는 '미군이 사고냈을 때의 대처방법'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우리 민족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이러한 사태를 원하지 않는다면, 여중생 사건에 대해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두 가지가 미국과 우리 민족이 화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우리 민족의 생존을 더 이상 위협하지 말라는 것, 우리 민족에 대해 예의를 지키라는 것, 아주 간단한 것들이다.

늪에 빠진 사람이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그 사람은 그 늪에 더욱 빠져들어가게 된다. 미국이 지금 그 꼴이다. 지금 미국은, 스스로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우리 민족을 비롯한 전 세계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으며, 미국이 지금 같은 태도를 고수하는 한 한반도에서 미군이 쫓겨날 날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우리 민족은 당면하여 두 여중생의 한을 풀고 미국의 부당한 간섭 없는 통일된 조국을 만들기 위해 변함없이 투쟁할 것이며, 우리 서총련은 항상 그 앞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단합과 통일을 촉진하는 해(2002년) 9월 27일
구국의 횃불 15기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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