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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형 대령.
조주형 대령.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국방부 차기전투기(F-X) 사업과 관련, 외압설을 주장했던 조주형(50·공사 23기) 대령이 항소심 재판정에 섰다. 지난 3월 구속돼 7월에 징역 1년6개월 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지 약 3개월만이다.

항소심은 26일 오후3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대법정에서 고등2부(재판장 박주범 대령)의 심리로 약 2시간 동안 열렸다.

조 대령은 변호사와 검사의 질의에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어조로 답했고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강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군사기밀 누설, 공무상 비밀누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와 관련해서 "나는 사업자로서 중립을 지켰다"며 "사업관리자가 당연히 요구해야할 사항들을 용돈의 대가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항소심에서 변호인단과 검찰 측이 심문한 주요 내용은 △언론과의 인터뷰시 군사기밀 누설 여부 △뇌물수수와 관련된 의혹 등이었다.

먼저 변호인단이 "F-X사업 평가단 군사 상급비밀 결제시 알게 된 내용을 종합해 이영우씨(라팔 제조업체인 '닷소'사의 로비스트)에게 '라팔이 우수하다'고 말한 적 있나"라고 묻자 조 대령은 "국방부에서 종합적인 우열평가를 내리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내지도 않은 종합평가 내용을 어떻게 말하나"라고 답했다.

"언론 인터뷰의 동기는 무엇인가"란 질의에는 "인터뷰할 때 일반적인 상황만을 이야기했지 군사기밀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또한 "국방부의 압력설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도 이영우씨에게 F-X 사업과 관련 우열판단에 대해 얘기한 적 있는지, 가격차이에 대한 군사기밀을 누설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심문했다.

전투기 시험 평가에 대해 조 대령은 "시험평가는 기종간 우열평가는 배제했으며 시험평가를 해서 약 8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만 작성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또한 2001년 5월 김모씨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단과 검찰 측의 심문이 모두 끝나고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말하자 조 대령은 직접 써온 '최후의 진술문'을 읽어 눈길을 끌었다.

조 대령은 이 진술을 통해 미국에 농락당하는 우리나라의 (군사)현실에 대한 비통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조 대령은 일단 "우리나라가 강대국들의 패권주의 벽을 넘어 진정한 독립국가로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나의 소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조 대령의 소신있는 최후진술
매 공판 때마다 직접 장문의 진술서 써와

조주형 대령은 매 공판 때마다 직접 쓴 '모두진술', '최후진술' 등을 통해 소신을 솔직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진술문의 형식은 재판장에 대한 발언이지만 내용은 정부와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로 볼 수 있다.

지난 5월 22일 제2차 공판에서도 A4 약 4쪽 분량의 '모두 진술서'를 읽어 눈길을 끌었다.

조 대령은 이 진술문에서 "나는 지난 3월 초 가격도 비싸고 조건도 나쁜 F-15K를 선택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까지 동원하는 국방부의 잘못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F-15K를 선택하는 것은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행위라고 판단했기에 군인의 본분과 국민된 도리를 다하려 국방부의 불공정한 처서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F-X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나라와 공군만을 생각하며 노력해왔다"며 "내가 나라와 공군을 위해 바친 노력을 쓰레기처럼 취급하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다.

26일 항소심 공판에서도 조 대령은 직접 진술서를 준비해왔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재판장의 말에 조 대령이 주섬주섬 준비해온 진술서를 꺼내자 판사는 웃으며 "이번에도 진술서가 긴가"라고 물었다. 재판장의 이런 반응에 조 대령도 미소를 지으며 "아니다. 이번엔 그렇게 길지 않다"며 "2분 정도 밖에 안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 최유진 기자
이어 F-X 사업과 관련한 미국의 개입에 대해서도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처음) 기종을 선택할 때만 해도 잘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F-15K의 절충교역문제를 보고 '또 (미국에게) 당했구나'하는 비탄과 함께 미국의 오만과 시기행각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진술문 말미에 "이미 끝난 KFP사업의 절충교역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 돈주고 사면서 권리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농락 당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어 "내가 잘못한 점은 군인으로서 허락 없이 언론기관의 인터뷰에 응한 것뿐"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번 항소심공판에는 시민단체와 참군인조주형대령과함께하는사람들, 천주교 교인 등 100여명이 참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참여연대는 F-X 사업과 관련 '반박백서'를 만들 방침이다. 공판을 참관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국방부가 F-X사업과 관련 백서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민단체들이 모여 반박백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며 "현재 자료수집 중에 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조주형 대령의 '최후진술' 전문.

최후 진술


백범 김구 선생께서 당신의 소원은 단 하나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의 완전한 자주독립이라고 하신 말씀을 상기하면서 그것은 그 분 만의 소원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소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마음, 한 뜻을 이루지 못하여 반세기가 넘도록 갈라진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세상을 열망하는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저에게도 하느님께서 소원을 물으신다면 "제 소원은 우리 나라가 자국 이익만을 내세워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강대국들의 벽을 넘어, 자주적으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이룬 다음, 진정한 독립국가로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우리 민족이 크게 융성 하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지난 6월 월드컵 경기를 통해 우리는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음을 체험하였으며, 이제 우리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남북이 휴전선을 열고 철도와 도로 연결작업을 착수함으로써 길이 이어져 하나가 되듯 민족의 마음도 하나로 이어져 통일의 그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노정에서 우리는 먼저 군 작전통제권을 찾아야 하고 휴전협정을 대체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중요한 선결과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F-X사업의 기종결정 이후 추가 협상에서 처음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던 F-15K의 가격 인하와, 7월말에 있었던 해군의 신예 구축함 사업의 기종결정 과정에서 미국 체계를 선택할 때 F-X사업의 반사이익이 있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저는 우리 나라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조금은 개선된 것으로 이해했었습니다. 그리고  과정이야 어찌 되었던 F-X사업에서 F-15K가 유리한 조건으로 떳떳하게 결정된 것이라면 화려하게 포장하여 선전한 것처럼 아무 탈없이 진행될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었으며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드러난 바와 같이 F-15K의 절충교역 문제를 보고 또 당했구나하는 비탄과 함께 미국의 오만과 사기행각에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그들이 휘두르는 거짓 장단에 절름발이 춤을 추었던 우리는 꼭두각시에 불과했구나하는 깊은 허탈감에 빠집니다.

  이미 끝난 KFP사업의 절충교역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 돈주고 사면서 권리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농락 당하여 또 다시 허방에 빠진 느낌입니다. 좋은 해결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기에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으며, 이런 것들을  우려하고 편법처리의 부당성을 지적했던 결과로 저는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얼마 전 병역 비리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과정에서 국회에 출석한 젊은 군법무관들이 양심에 따라 바른 말 하는 것을 보고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매우 흐뭇했습니다. 저의 사건에 있어서도 재판장님이나 판사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언론보도 내용의 대화에 중립을 지킨 것이 군사기밀 누설이 될 수 없으며, 말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아무런 기준도 없이 스쳐지나간 불확실한 숫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기억도 없지만 사업관리자는 누구나 당연히 요구해야할 사항들을 용돈의 대가로 치부하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판단일 것입니다. 저의 잘못이 있다면 군인으로서 허락 없이 언론 기관의 인터뷰에 응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지혜로운 판단을 기대합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도와주시는 변호인단과 끝까지 함께 해주신 신부님, 수녀님, 교우님들 그리고 친구, 가족과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우리 모두의 소원인 평화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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