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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지칭되는 홈쇼핑 시장. 농수산쇼핑, LG홈쇼핑, 우리홈쇼핑, CJ39쇼핑 등 이 황금알을 쟁탈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한 홈쇼핑업체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에 비해 114% 증가한 6,712억원을 기록 사상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런 홈쇼핑 업체들은 지금 추석을 며칠 앞두고 어느 업체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임직원들이 합심해 명절 대목장사를 성공적으로 해 내기 위해 힘을 다해야 할 판국에 심각한 내홍을 겪는 한 쇼핑업체가 있다.

심각한 내홍에 빠진 농수산쇼핑

▲ 2001년 9월 1일 개국당시 농수산쇼핑의 홈페이지 화면.
ⓒ 농수산쇼핑홈페이지
작년 9월 1일 "농수산물과 농수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농어민소득증대와 농수산업 유통구조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주역이 되겠다"며 개국한 농수산식품 전문 홈쇼핑 채널 농수산쇼핑(구 농수산TV http://www.nsseshop.com)이 바로 그곳이다.

농수산쇼핑은 최근 비식품류 취급비율 대폭 상향, 백갑종 대표이사의 인사전횡·여직원 비하 발언 논란에 이어 간부사원들의 항의성명 파동과 이들 중 6명의 간부 보직해임 조치 등 정상적인 경영과 인사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농수산쇼핑의 한 직원에 따르면 이런 문제의 발단은 백 대표이사가 취임한 뒤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이 직원은 "백갑종 대표이사의 취임 일성이 종합홈쇼핑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백 대표이사의 취임이전 "70∼80%에 이르던 농수산물품 방송 편성비율이 4월부터 감소하기 시작 8월에 30∼40% 대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기자가 입수한 농수산쇼핑 방송 편성비율 도표에 따르면 작년 9월 개국당시 농수산식품은 90%이상이었다. 반면 스포츠/레저, 생활용품, 패선/잡화류는 0%이었다. 그러던 것이 백 대표이사의 취임 뒤인 4월부터는 비율이 확연히 바뀌기 시작한다. 1차 농수산식품류 등은 60% 대로 떨어졌고, 반면 스포츠/레저 등 공산품류가 23% 대로 급증한다. 8월 현재 1차 농수산식품류의 경우 40% 대를 나타난 반면 공산품류의 편성비율은 60%에 달하고 있다.

이익창출 앞세운 백갑종 대표, 공산품류 대폭 취급

농수산쇼핑 설립초기부터 이 회사에 근무해 온 A씨에 따르면 "공산품류 등의 취급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며 "종합홈쇼핑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는 백 대표이사의 경영방침이 가져온 결과이다"고 분석했다.

A씨는 "가령 농수산물 한 품목 대신 의류 제품을 취급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품군 분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상품을 다루기 위해 회사의 시스템 자체가 달라진다는 의미가 있다"며 "백 대표이사가 농수산 식품 전문 홈쇼핑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 백 대표이사는 지난 5월호 '농수산TV' 정보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폭적인 매출증대를 이뤄 농수산TV를 명실상부한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기업의 목표와 목적은 첫째도 이익창출, 둘째도 이익창출이다"고 분명히 했다.

또한 백 대표이사는 올해 매출목표를 당초 3000억원에서 1000억원이나 늘린 4000억원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질문에 대해 "금년 홈쇼핑 시장 규모가 4조∼5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그 케익 가운데 10%는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전직원이 합심단결해서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폭적인 매출증대, 이익창출을 위해 일반 공산품 편성 대폭 강화 등 백 대표이사의 경영방침이 탄탄하게 성장하던 농수산쇼핑에 문제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것이 이 회사의 설립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던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농수산쇼핑의 최대주주인 (주)하림의 대리인격인 백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경영기획실장, 인사팀장 등을 측근인사로 교체하고, 농업전문가인 H 마케팅본부장을 식품사업부장으로 발령 내는 등 경영권 장악을 위한 인사전횡이 발생했다고 이 회사의 한 관계자가 밝혔다.

간부사원들, 경영정상화 촉구 백 대표 퇴진요구

이 때까지만 해도 농수산쇼핑의 문제점은 외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8월 26일 인사전횡, 농수산식품 전문홈쇼핑 취지 퇴색 등 백 대표이사의 체제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다는 간부사원들이 '전 직원에게 드리는 성명서'란 이름으로 백 대표이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외화됐다.

전체 간부 사원 35명중 2/3에 달하는 22명이 참여한 이 성명은 ▲경영권 분쟁 종식 ▲농수산쇼핑 매각설 규명 ▲채널명 시비 종식 ▲백갑종 대표 퇴진 등을 요구했다.

특히 백 대표이사의 퇴진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임기응변, 선입견, 편견 경영으로 무수한 문제 야기 ▲독선적인 인사가 회사 단합과 발전 저해 ▲여직원에 대한 비하발언 ▲직원 뒷조사와 프라이버시 침범 ▲채널명 변경작업 무리하게 추진 회사 이미지 실추, 직원 분열 ▲불투명한 경영행태를 들었다.

특히 채널명 변경에 대해 성명에 참여했던 한 간부사원은 "백 대표이사가 경영방침을 달성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어 농수산TV 채널명을 바꾸려고 시도했다"며 "그러나 농업분야 주주들이 설립취지를 어긋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해 결구 '농수산쇼핑'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9월부터 '농수산TV'의 채널명이 '농수산쇼핑'으로 변경된 것.

그러나 이같이 자신에 대한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간부사원들의 행동에 대해 회사측의 대응도 초강수였다. 회사측은 지난달 28일 인사를 단행해 성명에 참여한 간부 가운데 6명을 보직 해임시키고, 태스크포스팀 형태로 신설된 비즈니스개발팀에 이들을 발령시켰다.

이에 대해 보직 해임된 B씨는 "하루아침에 영관급 장교에서 일등병으로 강등된 격인데 보복인사는 백갑종 대표의 '실력행사'였다"며 "농수산쇼핑의 이번 사건은 옳음과 그름, 민주와 독재, 합리와 불합리의 싸움이다"고 기자에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 농수산쇼핑은 올해 4월부터 생활용품 등 일반 공산품 취급비율을 대폭 높여왔다. 화면은 농수산쇼핑몰의 공산품 취급상품들.
ⓒ 농수산쇼핑eshop
회사측 보직해임 단행, 노동조합 강력 반발

사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성명에 참여한 간부들 가운데 4명이 동료간부들이 보직해임되자, 다시 이에 항의해 9월초 '우리를 고소하라'며 보직을 사임했다. 이들은 "에밀 졸라의 말을 빌어 경영진의 전횡에 항의한다"며 "우리 4인의 보직사퇴로 경영의 정상화와 조직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보직 사표를 수리하고, 이들을 팀원으로 발령 냈다. 또 비어있는 간부 자리를 메우기 위해 인사를 단행했는데 그 결과, 백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간부는 '방송본부장대행겸 위성방송기획팀장겸 정보방송팀장'이라는 무려 24자에 이르는 긴 보직을 갖게 됐다고 회사 관계자가 전했다. 또 다른 한 간부는 '영업본부장겸 E-커머스팀장겸 BDTF팀장'으로 19자가 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농수산쇼핑의 노동조합이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 회사 노동조합(위원장 정창호)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현재 회사의 혼란은 빠른 시일 내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최근 사내외에서 벌어지는 어지러운 사태에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표면상 백갑종 대표의 비상식적인 전횡과 독선에서 빚어진 것이라 판단하고 있지만 이길재 회장, 김수혁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묻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은 ▲백갑종 대표는 간부사원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 ▲백갑종 대표의 회사 정상화를 위한 사태 해결방안 표명 ▲이길재 회장의 입장과 해결책 표명 등을 촉구했다.

노동조합은 "빠른 시일내에 경영진의 성의 있는 답변과 해결방안을 기대한다"며 "대립이나 갈등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잘못된 점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회사측의 공식 입장은 16일 현재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기자는 홍보실을 통해 회사의 입장을 물었다.

홍보전략팀 C 과장은 "간부사원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주로 일방적인 내용들이 강하다"며 "이번 사태는 백갑종 대표이사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간부사원들이 반발하면서 생긴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고 밝혔다.

C과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충분히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간부사원들의 대응이나 회사측의 대응이 외부에 극단적으로 비춰지는 면이 있다"며 "회사가 시급히 정상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보전략팀 관계자들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아직까지 회사측에서 어떠한 공식입장도 밝히지 않았다"며 공식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농수산쇼핑 경영지원본부 김재헌 본부장은 16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간부들의 항의성명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최근 사태가 조용해져서 수습국면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이사회에서 별도의 결정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백 대표이사의 의중에 대해 "백 대표이사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며 "새롭게 말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입장표명 없는 회사측, 농민단체 성명 등 사태 확산중

추석을 4일 앞둔 현재 농수산쇼핑의 심각한 내홍은 아직 어떠한 해결점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백갑종 대표이사의 퇴진을 요구한 전·현직 간부사원들은 회사의 대응에 촉각을 세우면서 별도의 대책을 숙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 역시 16일 임시총회 개최 등 회사의 정상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이날 현재 회사측의 입장은 묵묵부답이다.

반면 농수산쇼핑 사태는 대외적으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가 성명을 내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방송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홈쇼핑 채널의 편성비율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등 국회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또한 소비자단체, 생산자단체에서도 "농수산쇼핑이 설립취지를 잃고 있다"며 비판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으로 전해졌다.

농수산쇼핑은 어떤 회사인가?
백갑종 대표, '전문경영인' VS '엽기적 CEO' 엇갈린 평가

▲ 농수산쇼핑의 백갑종 대표이사
ⓒ한국농어민신문 제공
2001년 9월 1일 첫 개국방송을 한 농수산쇼핑은 농가 수취값 제고와 농산물 유통개선을 통해 농어민 소득증대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방송위원회의 설립인가를 받은 농수산식품 전문 홈쇼핑이다.

2001년 초 설립인가 과정에서 방송위원회는 200여 개 소비자·생산자단체의 강력한 추천과 닭고기 전문생산업체인 (주)하림, 수협중앙회, 농우 바이오 등 농수산 관련 전문 기업과 단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바탕으로 소액주주로 농수산업 전문인들로 참여한 농수산쇼핑의 손을 들어줬다.

설립 당시 농수산쇼핑은 방송위원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통해 농수산식품 편성비율을 8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이런 취지에 걸맞게 개국 당시인 작년 9월 농식품의 취급규모는 90%에 달했다. 특히 농수산쇼핑은 설립취지에 따라 농수산정보 제공을 위해 정보방송팀을 별도로 신설,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농수산쇼핑은 농업전문가로 알려진 전 국회의원 출신 이길재 회장과 농업전문인인 김수혁 사장과 올해 3월말 취임한 백갑종 대표이사의 3두 마차 체제로 운영된다.

이중 논란이 되고 있는 백 대표이사는 최대주주인 (주)하림이 선임한 인사로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나와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거쳐 (주)LG화재 영업관리 본부장, (주)신원 대표이사 사장, (주)쌍방울 대표이사 사장, 법정관리인을 거친 전문경영인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회사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이라는 논란이 생겼지만 (주)하림이 백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은 홈쇼핑 사업확장을 위한 체제정비와 매출증대, 이익창출 등 기업적 가치추구를 우선에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농수산쇼핑의 사내에서 백 대표이사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귀가 막힌 사람, 엽기적 CEO, 제왕적 CEO" 등의 평이 그것이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백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여성 팀장을 비하하는 발언 등 여직원들에게도 평가가 좋지 않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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