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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연
여전히 용두동 철거주민들은 매일 오전 9시, 오후 4시 집회를 갖고, 해가 저물면 비닐과 이불을 겹겹이 덮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쌀쌀한 가을밤바람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 그래도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제대로 재워야 하기에 근처에 월세단칸방을 얻어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거나 그나마도 여의치 않으면 학교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게 하는 수밖에 없다.

철거주민 임시대표 이옥희(44)씨는 "가슴 설레면서 시장과 주택공사 관계자를 만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자리에서는 '검토하겠다, 수용하겠다'했으면서 현재 진행 중인 것은 우리의 8가지 요구사항 중 가수용 단지 건설뿐"이라면서 "가수용 시설로 들어가기 전까지 묵을 임시거처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며 당시 약속들을 명확하게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대전지역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금요민원실에 참석하기로 했으면서 왜 참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내용도 없이 이용당하기 싫었다. 우리가 나갔다면 시장과 주공의 들러리밖에 되지 않았겠냐"고 답했다.

공대위 김동중(민주노동당)씨는 "주공은 가수용 시설을 사업지구 외곽의 사유지에 만들어준다고 하지만 우리들이 원하는 곳은 사업지구 내이다"며 "실제 사업지구 내 가수용 단지 건설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업지구에는 주택부지와 상가부지, 공원부지, 종교부지 등이 있는데 우리는 종교부지에 원한다. 종교부지야 교회 건설만 늦추면 되는데 그것은 우리측에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정세연
이어 "주공측은 임시수용시설에 들어가려면 집회포기각서를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그 하나 요구사항을 진행중이면서 집회를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용두동 사태를 이쯤에서 대충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대위 김창일씨는 "주공 관계자는 우리가 아닌 주민하고만 대화하겠다고 하면서 김규복 목사와는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주공은 공대위측과 이야기할 때와 각각 주민과 이야기할 때 모두 이야기가 다르다"며 "염 시장은 13일 시민사회단체 간부간담회에서 '주민 요구사항을 들어준다고 하는데 주민들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며 어이없어 했다.

대한주택공사 도시정비과 정우식(33)씨는 "10일 임시이주용 시설 입주 수요조사를 시작했다"면서 "가능한 부분에서 우리도 충분히 주민의견을 수용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는 감사를 받는 입장이고 모든 사기업의 지표가 되는 공기업이다. 따라서 법과 원칙을 어겨가며 주민에게 보상해줄 수는 없다. 용두동 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을 놓고 봐서라도 그렇다"며 "이런 부분을 주민들이 이해해주고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주민들이 가수용 시설을 원하고 있는데 이는 오래 전부터 논의해온 부분이다. 이제껏 의견이 좁혀지지 않다가 금요민원실 이후 구체화돼서 현장 부근 사유지를 매입해 가수용 단지를 만들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2005년이 되면 가수용 시설에서도 나가야 하는데 그렇다면 장기적 대책을 세우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한주택공사 도시정비과 정우식(33)씨
대한주택공사 도시정비과 정우식(33)씨 ⓒ 정세연
또한 "가구 등 훼손된 집기에 대한 보상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금 보상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원칙상 현금보상은 있을 수 없다. 대신 대치수단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철거민들은 "가구나 생활집기들이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당장 필요한 건 그것들인데 다른 게 무슨 소용이냐"고 반발했다.

주공측은, 금요민원실에서 주공이 수용하기로 했던 '주민들이 살던 주택평수와 같은 평수의 아파트를 토지보상가에 분양, 추가평수에 대해서는 건설원가로 공급'에서 건설원가가 어느 정도 되냐고 하자 "평당 최소 200만원은 될 것이고 분양가는 2005년이 돼야 책정된다"고 답했다.

주공은 또한 "우리가 공대위의 개입을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대위와 주민이 협의해서 안을 내고 그에 대해서는 주민과 주공이 직접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당사자는 바로 주민이다"며 "대전시 역시 어떻게 보면 제3자이다. 이미 용두1지구 사업을 승인해줬기 때문에 이제와서 시장이 어떤 결정권을 가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구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아무리 피해주민이라지만 기준이 있고 객관적으로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규정범위 내에서 최대한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금요민원실 이후 9일부터 임시거처를 물색하던 중 은행동사무소에 50여평 남는 공간이 있어 깨끗이 치우고 주민들에게 사용할 것을 권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용두동 사업지구 내 천막을 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시거처 위치를 두고 주민과 중구청의 의견 조정이 되지 않고 있다. 한편 용두동 철거민들은 추석 연휴 첫날인 20일 오전 11시, 용두동 사업지구에서 합동 차례를 지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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