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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에 급급했던 기름 유출 사건. 유출된 벙커C유가  저장 탱크밑에서도 사라지지않고 있다.
은폐에 급급했던 기름 유출 사건. 유출된 벙커C유가 저장 탱크밑에서도 사라지지않고 있다. ⓒ 이상율
백과 사전에는 은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마스킹(masking)이라는 말이 있다. “목적성분의 검출, 또는 정량을 방해하는 공존성분을 계(系) 외로 제거하는 일없이 적당한 화학적 처리를 하여 그 방해를 없애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어느 것 하나 변하게 하지 않고 감쪽같이 묻어버리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은폐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심지어는 은폐대책위라는 것까지 있다. 정치를 정치답게 하지 못하도록 지금까지 발목을 잡고있는 병풍(兵風)이 그렇고 이외에도 세풍(稅風), 북풍(北風) 그리고 군(軍) 영내의 의문사,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의문사 등도 이 범주에 든다.

국가 산단을 함께하고 있는 여수에서는 공해(公害) 은폐가 심심찮다.
기름을 유출시키고도 시치미를 떼는가 하면 유해한 가스를 배출하고도 딴전을 부리고 오염을 가중시키는 폐수, 폐기물을 버리고도 아니라고 부정하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13일 엘지-칼텍스에서 여수화력발전소로 유입되는 지하 송유관에서 벙커C유가 지상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관련사인 엘지-칼텍스와 여수화력 발전소는 사고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있다가 최근 여수환경운동연합의 현장조사로 그 실체가 밝혀지자 이를 부인하는 등 은폐하거나 축소하는데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유출된 기름의 유독성분이 물리화학적 특성상 토양에 흡착되면 인근 생태계의 각종 생물들에게 여러 가지 형태의 악영향을 지속적으로 주어 죽음의 땅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기름의 주요 독성물질인 PAHS는 토양으로 침투되었다가 서서히 용출되어 지하수 등에 잔존할 수 있다. 생물체가 이에 노출되면 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상 생물체내에 쉽게 축적되어 주변 환경의 오염농도 보다 더 높은 생물 농축이 일어 날 수 있다.

PAHS에 의한 만성독성은 생식능력 저하, 성장 또는 면역체의 감소, 내분비 기능 저하, 기형, 종양의 발생, 심박동수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중대한 사고를 저지른 해당 공장들이 사고가 발생하면 관리 감독 기관과 지역사회에 알려 사법적, 행정적, 처분을 받아야 하고 빠른 시일 내에 오염물질 방제와 주변환경을 복원하고 사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는데만 급급했다.

특히 최근에 밝힌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고농도의 기름오염토양이 1350톤에 이르고있는 것으로 밝혀져 사고 당시의 기름 유출량이 대량임을 유추해석 할 수 있게 했다.

환경연의 현장 조사 과정에서 8월 중순까지도 사고사실을 부인하거나 모르쇄로 일관 해오다 사태가 악화되자 뒤늦게 수습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1995년 시프린스호의 원유 유출 사건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은 비록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을 잃은데 대한 실망과 분노를 갖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민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현장 확인 수업이 되도록 하여 공해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관심을 갖게 했다.

이번 환경연의 조사과정에서도 시민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간 환경연은 시프린스호 기름유출, 남해화학의 침출수 사건 등에서 보여준 기민한 대처 능력을 보임으로써 시민들의 신뢰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제보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날 같으면 땅속에 묻힌 기름이라 무심히 넘길 일이었지만 정확한 정보를 유선으로 알렸고 이후 조사과정에서도 신뢰성있는 정보가 제공되었다.

이를 계기로 여수산단의 각 공장들은 공해 사고가 발생하면 은폐, 마스킹 (masking) 하려고만 들던 해 묽은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사고의 규모가 사운을 좌우 할 정도의 심대한 것이거나 소규모의 것이라 하더라도 은폐하지 말고 사고 발생 사실을 지역사회에 공개하여 공동으로 수습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땅속에만 묻어있는 각종 관로 시설을 지상설치로 전환하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 이로써 시민들이 갖는 공해 공장이라는 피해의식과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지역사회의 동반자로, 친화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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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기자임. 80년 해직후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밥벌이 하는 평범한 사람. 쓸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것에 대하여 뛸뜻이 기뻐하는 그런 사람. 하지만 항상 새로워질려고 노력하는 편임. 21세기는 세대를 초월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

이 기자의 최신기사세계의 아름다운 섬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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