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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전역에서 진행된 미군만행 규탄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최측에서 마련한 여중생 사망사건 선전판에는 지나는 시민들이 발길을 멈춘채 많은 관심을 보였다.
7일 대전역에서 진행된 미군만행 규탄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최측에서 마련한 여중생 사망사건 선전판에는 지나는 시민들이 발길을 멈춘채 많은 관심을 보였다. ⓒ 정세연


여중생 미선이와 효순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주한미군의 만행이 그 진상조차 규명되지 않고 잊혀져 가고 있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심미선·신효순 살인사건 대전충남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7일 오후 3시, 대전역 광장에서 살인미군을 규탄하는 2차 집회를 갖고 '살인미군 처벌, 형사재판권 이양, 불평등한 SOFA개정, 주한미군철수'를 위해 대전시민이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 정세연
대전지역 청년학생과 용두동철거민, 비비드광학노조, 대전양심수후원회 등 1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집회현장 한켠에서는 서명운동과 선전전이 계속됐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을 비롯한 주한미군의 범죄내용을 담은 선전물 앞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판암동에 거주한다는 한 아주머니는 "미국이든, 미 대사관이든 쳐들어가야지. 젊은 사람들이 좀 더 확실하게 밀고 나가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범민련 전민특위 대전지역 본부장 안은찬씨는 "앞으로 이 땅에 살아갈 우리의 자손을 위해서라도 한반도가 외세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시간이 가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시 대통령은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춘호 민주노총 대전지역 본부장은 "사고 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당국으로부터 책임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고 사건의 진상조차 조사되지 않고 있는 것이 이땅의 현실"이라며 "자국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미국의 이해 관계를 설명하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살인미군 처벌, 형사재판권 이양, 불평등한 SOFA개정,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하며 도청앞 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살인미군 처벌, 형사재판권 이양, 불평등한 SOFA개정,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하며 도청앞 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 정세연
또한 "지난 월드컵 때, 미국 대 폴란드의 대전경기가 있던 날 충남대 앞에서 반미피켓시위를 벌이던 중 관광 온 미국 젊은이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여학생을 밀치고 피켓을 빼앗아 내동댕이치는 사건이 있었다"면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 발생한 사고임에도 현장경찰은 미국인만을 보호하고 우리의 행동을 저지하려 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고 주말 오후 뜨거운 햇볕 아래 투쟁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반민특위 장석정 고문위원의 추모시가 낭독됐다. 장 선생은 "용두동 철거민들이 노숙시위를 벌이고, 두 여중생을 죽인 범죄자를 법정에 세워 그 죄를 묻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주인행세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다같이 힘을 모아 미국의 속국인 현실을 벗어나자"고 주장했다.

집회에 이어 도청까지 가두행진이 진행됐다. 오후 7시부터는 대전역 광장에서 '남북통일축구대회'가 상영된다.

한편 대책위는 10월까지 100만인 서명을 목표로 매주 목, 토, 일요일 오후4시 30분부터 으능정이거리, 대전역, 동부터미널에서 거점서명운동을 벌인다. 오는 14일에는 경희대 노천극장에서 '미선이와 효순이의 아리랑'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신해철, 청소년단체 희망, 노동자 문예패 등이 출연하는 문화제에 함께 하려면 12일까지 대전충남대책위(628-5013)로 연락하면 된다.

뻐꾸기 소리, 소쩍새 소리(효순이 미선이의 넋을 위하여)
장석정 선생의 추모시

"살인자는 죽인다!" 이것은 예로부터 법을 다스려온 나라들에서 다루어진 법도이다

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법도가 있어 예로부터 백성이 편히 잘사는 나라
그래선가, 우리는 목청껏 불러댔었지
아!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 아!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
피 터지게 불러댔었지, 거리마다에서 광장마다 붉은 물결이 아니 붉은 악마라던가?

그런데 바로 그 때 그 순간,
투우장의 함성 막바지를 높이 드높이 울려 퍼질 때
한적한 시골길 길을 가던 아니 어린 두 송이 꽃봉우리가 사뿐히 즈려밟혔다
궤도차 바퀴에 깔려 짹 소리 지를 겨를도 없이

아! 뭣놈의 세상, 이 땅이 대체 누구 것인가?
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여
아!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 그런데 알고보니 그 말도 거짓
이 땅은 남의 땅 빼앗긴 나라, 이 땅은 오랑캐 땅 양키의 나라

오랑캐에게 법이야 있을까 보냐, 빼앗긴 나라에 법도야 있을까 보냐
무법! 살인자 도리어 거들먹거리며 오리발을 내밀면서 한다는 수작
살인자는 죽인다고? 웃기지마, 이 땅에 법이 있느냐 너희가 이 땅에 법이 있느냐
살인이야 애당초 우리네 단골 메뉴, 글라스 높이 들고 피를 마시는구나
저마다 째지는 입가에서 피가 튄다

째지는 기분에 귀인들 들릴소냐 눈깔인들 보일 것이냐
저기 못 다 핀 꽃 두 송이, 뻐구기 되어 소쩍새 되어
하늘나라 넘나들며 구슬피 구슬피 울어 예는 소리
뻐꾹, 뻐꾹, 아니야 속국, 속국, 속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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