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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작은 반도국', '동방의 작은 은자의 나라'... 우리나라 앞에 붙어다니는 단골 수식어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라고 줄곧 들으며 자라왔다. 지도보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나는 이런 사실에 너무 한(?)이 맺혀 세계지도를 보면서 안타까워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역사를 배우면서부터는 과거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를 보면서 더욱 아쉬워했다. 언제 다시 그 시절이 오려나 하고. 그래서 간척사업이라는 것도 무조건 좋은 것인줄 알았다.

대부분 우리 국민들도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라는 데에는 동의하는 것같다. 그리고 자라나는 학생들도 이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왜냐하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니까.

온나라가 월드컵 열풍에 휩싸이던 올해 6월에는 수업시간마다 월드컵 이야기를 잠깐이라도 하지 않으면 수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때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네덜란드 이야기가 우연히 나왔는데, 그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의 절반도 채 안되는 나라라고 했더니 많은 학생들이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우리나라의 반도 안되는 작은 나라라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면 과연 우리나라는 그렇게 작은 나라일까? 우선 남북한을 각각 다른 나라라고 가정하고 살펴보자. 내가 알아본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구상에 현재 195개의 나라가 있는데, 우리 대한민국의 면적은 9만9117제곱킬로미터로 세계에서 107번째이다. 단지 크다와 작다의 이분법적으로 생각한다면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중간 규모에 해당된다. 그렇게 작지만은 않은 것이다. 남북한을 합치면 사정은 달라진다. 남북한을 합친 면적은 약 22만 제곱킬로미터로 세계에서 81번째. 중위권에서도 상위층에 속한다.

이런 통계수치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자꾸 작은 나라라고만 생각할까? 우선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인구밀도는 인구를 면적으로 나누어 1제곱킬로미터당 인구수가 얼마나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우리나라는 이 부문에서 세계 3위이다. 결과적으로, 무의식중에 우리는 좁고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게 된다.

두번째로는 남북이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자체도 작다고 생각하는데, 그나마 두 토막이 나버렸으니 대한민국은 더욱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우리보다 크니까.

세번째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주변국가로 인한 상대적인 약소국 콤플렉스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나라들을 보자.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그리고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나라거나 우리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나라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등. 모두 우리보다 큰 나라들이다. 이러다 보니 우리는 우리 국토의 면적을 자꾸 이들과 비교하게 된다.

마지막 이유는 식민지 교육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식민사관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 강점하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열등하고 작은 나라라고 비하하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지니게 되었다. 교육에서의 이런 식민지 잔재는 아직도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상태이다. 사실 내가 우리국토의 넓이를 가지고 이런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국토가 작다고 계속 교육을 받다보면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라는 것이 무의식중에 우리의 사고 깊숙히 심어지게 되고 이는 전반적으로 우리의 자신감과 의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지난 월드컵 때 우리가 잇달아 유럽의 강팀을 격파하고도 일부 해외 언론의 판정 시비에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이와 크게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판의 오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주최국의 잇점도 작용하며, 다른 나라들이 월드컵을 개최했을 때에는 이보다 더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 축구의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인데도.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는 강대국이고 큰 나라라고 우월감을 갖거나 현실을 무시하는 생각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과거 자신들이 하늘의 자손이라고 생각했던 고구려나 발해, 황제국임을 주장했던 고려와 같은 자부심까지는 아닐지라도 근거없이 우리는 작은 나라라는 생각을 자꾸 반복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주입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학 2학년 때 우리에게 지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답사방법과 여러 지식을 가르쳐주셨던 은사님께서 '우리나라는 다녀보면 참 넓은 나라이다'라는 가르침을 주셨을 때 사실 그 말씀의 의미를 잘 몰랐다. 하지만 내가 직접 다녀보니 우리나라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서해안이나 남해안을 다녀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해안선이 복잡하여 해안선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여행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그리고 음식만드는 방법부터 농기구, 항아리 등의 일상 생활도구까지 지방마다 다를 정도로 다양한 문화가 우리 국토에는 숨쉬고 있다.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우리나라가 작다고만 생각하면 이는 우리 문화의 풍부함과 다양함을 간과하고 오히려 우리 문화의 단조로움과 획일성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 국토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제대로 인식하고 갖출 때, 우리는 우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나아가 이것이 우리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우리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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