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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9시 대전역 광장, 노숙자 캠프 참가자는 노숙인을 위한 급식을 준비중이다.
14일 오후9시 대전역 광장, 노숙자 캠프 참가자는 노숙인을 위한 급식을 준비중이다. ⓒ 정세연
14일 오후 9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대전역 광장 한켠에서는 부산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었다. 30여명의 학생들이 어둠 속에서 밥과 라면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뒤쪽으로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YWCA '소유와 나눔' 노숙자 캠프. 전국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34명, 외국인 3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늘(14일)은 봉사활동과 노숙인 인권보호 서명운동을 마치고 대전역 앞 노숙인들과 저녁식사 후 쪽방 체험으로 일정을 마감한다.

이번 캠프는 YWCA 80주년 기념 국제평화캠프로 서울, 대전, 광주, 전주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인간존중, 소유와 나눔, 화해와 공존' 등의 주제로 진행된 것이다.

노숙자 캠프는 조별 역할극과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공동체 활동을 시작으로 둘째날은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인권교육 후 대전역 대합실과 지하상가, 홍명상가 지하주차장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잠을 청했다. 셋째날은 만년동 초원 아파트와 목동 금호 한사랑 아파트에서 사랑의 쌀 모으기, 노숙인 후원금 모금, 의류 모으기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14일 아파트 봉사활동을 마친 어린 학생들은 "비도 오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가슴아팠다"면서 "하지만 몇몇 어른들은 따뜻한 물과 과일을 내다주시고 쌀과 옷도 듬뿍 갖다 주시며 격려해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캠프에 참가한 박지성(20)군. 그는 노숙자 캠프는 통해 노숙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고 한다.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캠프에 참가한 박지성(20)군. 그는 노숙자 캠프는 통해 노숙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고 한다. ⓒ 정세연
또한 "씻지도 못하고 불편한 생활이었지만 노숙을 하는 많은 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시는지 알 수 있었고 신문지 한 장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며 의젓해진 모습이었다.

YWCA 청소년·대학팀 박설희 간사(24)는 "2박3일 동안 체험을 하면서 학생들의 말수가 점점 적어지는 걸 느꼈다"며 "힘든 일정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만이 아닌 남을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대 건축공학과 박지성(20)군은 "YWCA활동을 고1때부터 해왔고 매년 전국대회에 참가했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또 참가했다"면서 "오전에는 강의 듣고 오후에는 실습하고 체험하면서 피곤하지만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껏 봐왔지만 피하고만 싶던 노숙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뀔 수 있어서 좋았다"며 지친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한편 캠프 참가자들은 3일간의 봉사와 체험을 마치고 15일 저녁 홍익대 조치원 국제연수원으로 이동, 전국의 캠프 참가자들과 3일간의 체험기를 나누고 '평화의 마당' 축제로 이번 행사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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