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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훈서적 김주팔(61) 대표는 북한서적 보급을 통한 남북 문화교류에 힘쓰고 있다.
대훈서적 김주팔(61) 대표는 북한서적 보급을 통한 남북 문화교류에 힘쓰고 있다. ⓒ 정세연
"정치·경제적인 통일보다 문화적 통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들의 사는 이야기, 정서, 근본을 알아야 이질화된 것을 동질화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1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서적도매상 종업원으로 시작, 46년 '책쟁이'로 살아온 대훈서적 김주팔 대표(서울·평양 문화교류협회 이사장, 61). 그는 북한 도서 전문서점을 운영하며 북한 문화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1990년 7월, 새마을문고 지회장을 맡고 있던 그는 연길 조선족 자치주의 초청을 받아 한국의 서적을 모아 연길을 방문한다. 그는 처음 연길 조선족 자치주를 방문했을 때 가슴뭉클한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순수 한글을 사용하는 주민들을 보며 민족적 자부심을 느꼈고, 이들을 통해 통일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책을 구해줄 수 있는 책장수가 꿈이었는데, 가까운 북한 책도 구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꼈던 그는 자신을 초청한 '연변문예사'의 서고에서 북한책을 발견, 그때부터 북한 도서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중국 연변을 북한 도서 수입의 중계지로 삼기 위해 연변문예사가 발행하던 한글 잡지 <천지>의 1951~1990년 발행분 66권을 2억원을 들여 복간했다. "처음에는 북한 도서를 가지고 들어오다가 공항에서 압수 당하기 일쑤였고, 99년 당국이 정식 허가를 내주기 전까지는 연변문예사 창고에 보관했었지만 지금은 4천여종의 북한 도서 12~13만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그는 현재 북한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 <리조실록> <조선문학> 등의 도서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 <리조실록> 서고 앞에서
현재 북한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 <리조실록> 서고 앞에서 ⓒ 정세연
@지난 7월에는 7·4남북공동선언 30주년에 맞추어 <통일문학>을 창간했다. <통일문학> 창간호에는 남한 문인들의 글과 함께 북한의 <조선문학> 최근호에 실린 김상조, 리영삼 등의 시와 1950년대 북한에서 망명한 카자흐스탄의 원로작가 정상진(84)씨의 회고록, 중국 조선족 문인의 기고 등이 실렸다. 편집위원인 권영민 서울대 교수가 김소월에 대한 북한 쪽의 논평을 정리한 자료집 <평양에 핀 진달래꽃>이 별책부록으로 함께 나왔다.

북한에 어떠한 연고도 없는 대전 토박이인 그는 "책을 읽음으로써 북한 동포들을 이해하고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북한을 연구하고 통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평소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중구 의회 부의장을 지내면서 '대전시 발상 표상물 보전 운동'에도 앞장섰지만 서로 눈치보며 잇속만 챙기려는 의원들을 보며 회의를 느끼고 다시 서점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후회는 안합니다. 내 일에 충실하고 보람을 느끼면서 한평생 책장수로 살아가고 싶습니다"는 그는 대전의 서점문화가 결코 낙후한 것이 아니지만 대전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일평생 서점에 몸담으면서 '독자가 원하는 책은 다 구해줄 수 있는 달인'이 되고 싶었던 김주팔 대표는 앞으로 꿈이 있다면 서점인으로서 60년 회갑을 맞고, 평양에 한국서점을 내고 싶다는 것이다.

"머지 않아 평양에 과학기술원(카이스트)이 설립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들에게 필요한 자료와 책들을 가지고 평양의 문을 두드릴 겁니다. 한번에 되진 않더라도 자꾸 두드리면 조금씩 열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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