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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에 있었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 강원 경선.
지난 3월 24일에 있었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 강원 경선.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신당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원길 의원도 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당에서의 후보선출방식에 대해 "철저한 국민경선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고 밝히고 나섰다.

한편 개혁파 모임인 민주개혁연대 역시 신당에서의 후보선출은 "지난 3-4월 국민경선보다 국민참여가 확대된 방식으로 치러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경선을 둘러싼 입장 차이

일단은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선출론이 기선을 제압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것은 국민경선론이 갖는 명분적 우위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봄에 치러진 국민경선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큰 의미부여를 받았고, 실제로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의 인기를 크게 올려놓았다. 그 기억이 아직 생생한 시점에서 기왕에 도입된 국민경선제를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신당에서의 국민경선 실시 여부가 그렇게 쉽게 결론이 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내 반노세력은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선출에 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당을 하더라도 국민경선이 실시될 경우 그에 맞는 자신들의 후보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있고, 그 결과 결국 노무현 후보의 재선출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과거식으로 당내 대의원들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당내 경선을 하게 되면 신당창당 협상과정에서 각 세력간의 지분이 나누어질 것이고, 그 이후 반(反)노-비(非)노 세력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해볼 만한 승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이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당의 후보선출방식 문제는 신당논의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 쟁점으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논의 결과에 따라 신당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신당논의가 결렬될 수도 있는 양갈래 길이 예상된다.

왜 '국민경선'인가

민주당 내 반노진영에서는 촉박한 일정 등 여건 문제를 들어 신당에서의 국민경선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만약 신당논의 과정에서 국민경선이 포기된다면 어떤 결과가 생겨나게 될까.

우선 신당은 새로운 정당이 아닌 과거로 돌아가는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 봄 각 정당이 정당민주화 차원에서 도입하였고, 실제로 정치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 국민경선제를 단지 여건상의 문제를 이유로 포기할 경우 신당의 정치개혁 의지는 근본적으로 의심받게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계를 넘어서겠다고 만드는 신당이 환골탈태는 고사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정당으로 비쳐진다면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두번째로, 신당의 협상과정은 세력간의 지분을 둘러싼 철저한 흥정과 담합의 과정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게 된다.

후보선출이 당내 대의원경선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신당창당 협상과정에서 각 세력간의 지분다툼은 가히 사활을 건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각 세력은 지구당과 대의원 숫자를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이며, 그 결과 신당의 추진과정은 철저한 밀실흥정과 거래로 점철될 것이다.

계파와 세력간의 지분나눠먹기 흥정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지탄해오던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이같은 구태로 시작되는 신당이 국민들로부터 어떠한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선출은 신당창당에서 일종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쟁점은 국민경선이냐 당내경선이냐가 아니라, 국민경선을 하되 국민참여 비율을 몇 퍼센트로 하느냐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국민참여 50% 비율은 신당창당의 경우에 있어서는 여러 문제들을 낳을 소지가 있다. 기득권을 둘러싼 후보간 형평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하고, 결과의 불가측성을 높여야 동등한 조건 위에서의 경쟁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신당창당과정에서 50%의 선거인단을 차지하기 위한 지분싸움의 구태를 막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가능만하다면, 아예 선거인단 전부를 국민참여로 구성하는 획기적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경선에 뛰어들 사람은 있을까

그런데 지금 반노세력의 대안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국민경선이 실시될 경우 경쟁력을 가진 인물을 찾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들어 대안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어온 이한동 전총리의 경우 대중적 지지도는 지극히 취약한 상태이다. 그가 국민경선에 나선다 해도 과거색이 짙은 그에게 많은 표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미래연합의 박근혜 대표 경우도 근래 들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국민경선 참여를 고려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반노세력 일각에서는 아예 이인제 의원의 재도전론이 나오기도 한다. 이제는 반노-비노세력이 힘을 합해 대응하면 지난 번과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경우 외견상 3-4월 국민경선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냉소를 받을 가능성이 커, 현실성은 약한 구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정몽준 의원이다. 정 의원의 경우도 국민경선의 경쟁력에는 여러 취약점을 갖고 있다.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조건에 대한 미검증, 어눌한 말솜씨와 연설 등으로, 수많은 선거인단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국민경선이라는 방식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현재로서는 정 의원은 신당에서의 국민경선보다는 무소속후보로서의 자기 길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처럼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그가 신당에서의 국민경선을 통한 승부라는 큰 욕심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차피 무소속 출마로 12월 대선에서 당선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운만큼,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정점에 오른 시점에서 신당의 국민경선을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상대하는 단일후보로 올라선다는 욕심을 낼법도 하다.

정 의원의 국민경선 참여 여부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사실 다른 인물들이야 국민경선에 참여하든 안하든 큰 변수가 되기 어렵지만, 현재의 대선판세에서 정 의원의 참여여부는 국민경선의 의미 자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당의 국민경선에 정 의원이 참여할 경우, 그것은 사실상 반이회창-비이회창 진영의 단일후보를 가리는 승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 의원의 참여가능성이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이 의도하는 신당에서의 국민경선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경선, 과연 이루어질까

신당에서의 국민경선은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나 한화갑 대표측은 차제에 신당에서의 국민경선을 통해 상황을 정면돌파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단지 당내 반노세력의 후보교체론을 평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민경선 바람을 다시 일으켜 대선판세를 변화시키는 전기로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내 반노세력이 자신들의 승산이 희박한 국민경선에 동의할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국민경선의 대세를 거스르기가 어렵고 자신들이 내세울 후보가 여의치 않을 때, 이들은 신당에 관한 합의를 거부하고 탈당을 통해 자신들만의 신당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이른바 제3후보군의 주자들이 신당에서의 국민경선에 대해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국민경선의 실시여부를 안개속에 갇혀있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경선이라는 쟁점은 새로운 바람을 가능케 할 카드가 될 수도, 민주당의 분당을 가져올 결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 "반드시 국민경선을 하도록 하겠다"는 김원길 신당추진위원장의 공언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신당창당 논의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소신파 조순형의 '신당반대론'

▲ 조순형 의원
민주당의 조순형 상임고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소신파' 의원이다. 그런 그가 신당창당에 반대하는 소신을 밝혀 다시 한번 눈길을 끌었다.

조 고문은 지난 9일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어떠한 방식의 신당 창당 논의도 정당정치와 책임정치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신당 논의가 김대중 정권의 권력은 계승하고 책임은 회피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는 정당정치의 기본인 책임정치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의에서 그런 얘기를 했더니 응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는 조 고문의 말처럼, 신당창당론이 대세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내 상황에서 그의 주장은 공허하고 외로운 목소리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조 고문의 말에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사실 조 고문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은 내용들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그 당을 없애고 새로운 당을 만든다면, 도대체 우리의 정당정치는 언제나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지난 5년간의 국정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당이 질 것이며,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변신했다고 해서, 과거에 대한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듯이, 지금의 민주당이 신당으로 간판을 바꾼다고 해서 지난 5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때마다 수없이 정당을 부수고 새로 만드는, 편법과 변칙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점에서 볼 때 민주당내의 신당논의는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또 한번의 변칙플레이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조 고문의 항변은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안고 있다.

조 고문은 최근 필자와의 방송인터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는 대선에서 필패일텐데, 그것을 감수하자는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에, 자신도 "사실 그 문제에 대해 스스로에게 몇번을 되묻고 있다"는 곤혹스러움을 토로하였다.

그리고 기왕에 신당이 추진된다면 과거지향적인 세력이 아니라, 새로운 세력이 주도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신당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일말의 현실적 기대를 내비쳤다.

지금 민주당이 처해있는 현실이 조 고문의 교과서적 문제제기를 껴안을 여유를 갖지는 못할 것같다. 그렇다해도, 조 고문의 지적이 우리 정당들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의식을 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 유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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