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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목소리에 언젠가는 조사하겠다는 금감원의 무성의한 태도가 기업 비리를 부추기고 있다.
소비자 목소리에 언젠가는 조사하겠다는 금감원의 무성의한 태도가 기업 비리를 부추기고 있다. ⓒ
실례로 최근 제일화재가 다단계 방식의 영업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대한 언론사와 소비자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보험감독국 측이 ‘업무량이 많다’는 이유로 외면, 빈축을 사고 있다.

제일화재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단계 영업방식을 도입, 모집인들에게 소비자들에게 보험가입을 종용하는 등 마구잡이식 판매행위가 우려되는 행위를 일삼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제일화재측은 보란 듯이 금감원의 제재조치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이 같은 영업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제일화재측은 “금감원이 문제없다고 충고해 줬기 때문에 상관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단계 영업방식을 적용한 이 시스템이 아직까지 직접적인 민원을 발생시키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보험사고 발생우려가 있고 보험업법에 따른 ‘불법’영업 행위로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까닭은 바로 금감원의 무사안일한 업무태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의 이 같은 안일한 업무자세 때문에 소비자들의 민원은 점점 늘어만 가고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는 땅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일화재가 인터넷 사이버지점을 통해 ‘다단계 영업’방식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은 지난 6월 중순이다. 보험사들의 리베이트 관련 기사를 취재중이던 기자는 제보를 받고 제일화재 인터넷 사이트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전해들은 대로 제일화재 인터넷 사이트(제일인슈)에는 초기화면에 ‘제일화재, 국내 최초 네트워크마케팅 시스템 도입’이라는 제하의 대문짝만한 문구가 게재돼 있었고, 또 영업내용까지도 자세하게 소개돼 있었다.

“네트워크 마케팅이 뭐야?”하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쉽게 말하면 ‘다단계 영업(=피라미드)’이다. 제일화재는 흔히 이야기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제일화재는 이 시스템을 도입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모집인(P) 본인이 1차적으로 상품을 판매 해오면 10%의 수당을 지급하고 또 이 모집인이 증원(=모집인이 또 다른 신입 모집인을 입사시키는 것)해 온 증원자(P1)에게 3%의 수당을 지급해 주고 또 그 증원자의 증원자(P2)에게 1%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3단계 네트워크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신규 모집인(P1, P2)들을 끌어들이고 끌어들인 P1, P2에게 또다시 수당지급을 빌미로 신규모집인들을 데려오게끔 하면서 상품도 판매하는 피라미드 방식을 통한 일석삼조의 판매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판매 방식이 국내 최초라는 점을 자랑처럼 메인화면에서 소개하고 있었다.

문제는 보험업법상 모집인이 다단계 영업을 할 수 없는 것은 불법인데 반해 다단계 방식의 영업으로 보험판매 또한 불법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 관련 전문가들과 업계는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다단계 영업에서 단지 상품을 화장품에서 ‘종신보험·어린이건강보험’ 등으로 대체시킨 것과 같다”며 다단계 방식의 판매 영업도 엄연한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보험상품을 다단계 영업방식으로 방문판매를 하면, 상품가입을 지나치게 유도하는 등 보험상품에 대한 정확한 소개나 설명은 뒷전이 되고, 실적과 수당위주의 강제적인 영업행위를 할 소지가 많아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피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보험감독국에서도 이에 대해 “보험상품을 판매영업 과정에서 보험상품을 직접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모집인들에게까지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리베이트에 해당된다”며 “판매 방식이 다단계라고 하지만 이러한 영업도 보험업법상 불법이다”고 답변했다.

또 경유계약에 의한 부당리베이트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일화재 사이버 대리점과 제일화재측은 금감원 보험감독국이 사업허가를 승인해 줬으며 다단계 방식을 도용했을 뿐 다단계 영업을 한 것을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사이트를 취재과정에서 삭제조치 했다가 관심을 피해 원래의 광고문구를 그대로 게재해 지금까지 사용해 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국내 최초 제일화재 네트워크 시스템 영업’에 대한 광고문구는 취재하는 과정에서 2시간만에 삭제·변경됐었다.

제일화재 “금감원 사업 승인해 줬으니 문제없다”

제일화재가 일부 언론사의 지적과 금감원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다단계 영업방식으로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7월 후반경이다.

이에 대해 보험단체들은 “제일화재와 사이트를 운영하는 대리점 모두가 금융감독원내 보험감독국의 안일한 조사 및 관리태도를 믿고 이 같은 영업행태를 계속하고 있는게 아니냐”고 금감원의 업무태만을 지적하고 나섰다.

금감원이 사이버대리점 사업에 대한 사업승인을 내줬다는 시기는 벌써 지난해말. 이 대리점이 본격적으로 사이트를 개설하고 영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사이버지점을 운영하던 대전의 총괄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금감원이 이 같은 다단계 방식의 영업에 대해 문제없이 사업 승인을 내줬다고. 제일화재 본사의 사이버지점 사업진행 담당자도 금감원이 사업승인을 내준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측은 “당시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확인사안이 아니며 사업비 등과 관련된 회계적인 부분만 검토하고 승인을 내줬다”고 답변함으로써, ‘불법’영업방식에 대한 사업승인을 해줬다는 오해를 풀었다.

또 당시 사이버지점 운영자인 대전의 총괄담당자는 “다단계 형식의 영업방식을 따왔을 뿐 다단계는 아니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금감원이 승인을 내줄 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제일화재 본사 인터넷 사업 진행담당자도 이에 대해 “사업비 내에서 직원들 관리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으로 수당을 주는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줄 돈을 조금 방식을 달리해 지급한 것이라는 얘기.

제일화재측 설명에 따르면, 사업비 내에 규정화되어 있는 조직관련육성수당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은 다단계 영업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에서 사업 승인을 어떻게 내 주었냐고 묻자, 제일화재측은 “세세하게 인가를 받는 게 아니다” “사업비 규모 등 그 내역만 알려주면 인가가 된다”며 어설픈 답변만 늘어놨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제일화재의 이 같은 영업태도에 대해 “수당지급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결국 사람을 끌어들여 피라미드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며 “불법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국내 굴지의 보험사로서의 자긍심 없는 영업행위”라고 비난했다.



당시 사이트에 대해 지적 하자 제일화재측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니 바로 시정조치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제일화재측은 잠시후 “금감원에서 승인을 해준 것이며 다단계 영업시스템 또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 담당자는 “명확하게 설명하면 다단계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며 시스템을 잘못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일화재측은 사이트의 이러한 영업방식이 불법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전화통화 2시간만에 바로 사이트의 네트워크 마케팅 문구가 들어있던 내용을 모두 삭제했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제일화재측은 다시 이러한 문구가 사이트에 게재돼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불법이라고 보험감독국이 조치를 내리지 않은 한 이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며 “금감원 보험감독국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답변을 회사로 보내왔다”고 전했다.

문제의 사이트에 대한 제일화재의 입장변화도 주목됐다. 제일화재가 당시 문제가 됐던 사이트가 지방대리점 사이트였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일화재측은 앞서 이 사이트가 지금은 시범운영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제일화재 대표 사이트’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답변했었다. 하지만 현재 제일화재의 대표사이트는 ‘인슈몰’이라는 사이트로 새롭게 개설돼 있다. 이와 함께 제일화재는 지방 대리점 사이트까지 본사가 관리할 수 없으며 본사의 영업지침대로 사이트를 꾸미는 것은 지방대리점 관리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보험감독국, 다단계 영업방식 불법·사이트 폐쇄 조치·검찰처벌 가능
소비자 피해상담 ‘담너머 불구경’...상담후 조사는 ‘하늘에 별따기’


앞서 금감원 보험감독국은 분명 ‘불법 영업’으로 사이트가 폐쇄될 수도 있으며 조사결과에 따라 처벌조항에 맞는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조치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보험감독국측에서는 ‘조사할 것’ 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수 차례의 전화 교환 끝에 보험감독국의 조직영업 감독국의 감독관과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담당자는 “본 부서는 보험사의 조직체계 및 영업 등을 감독하고 보험업법을 규정하는 일만 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조사를 나가는 부서는 따로 있다”고 안내했다.

서로 업무를 미루기만 하고 있는 분위기. 앞서 6월 금감원 보험감독국 조직영업 감독국의 이병호 팀장은 위 사실에 대해 불법이라고 알려줬다. 그는 또 “보험사는 조사를 통해 다단계 영업방식을 사용한 것이 확인되면 검찰에 통보해 처벌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엄한 답변도 해줬다.

하지만 한달후 다시 연락을 취한 보험감독국측에서는 당시의 답변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왜 아직도 이 사이트가 폐쇄되고 있지 않으며 조사결과 어떤 조치가 내려졌는가”를 묻자 보험감독국측은 아직 조사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놀라운 것은 제일화재의 다단계 영업 시스템에 대한 민원을 이전부터 소비자에게 받은적도 있었다는 점이다.
보험감독국 모집질서대책반 박영철 검사역은 “예전에도 제일화재의 불법영업 방식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서 알고 있는 내용이다”며 “하지만 현재 업무량이 너무 많고 진행중인 조사건이 여러 개 있어 조사할 시간이 없다”고 답변했다.

박 검사역은 또 “물론 보험사가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며 “하지만 조사가 들어가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보험업법도 다시 한번 더 검토를 하는 등 시간이 걸린다”고 대답했다.

조사후 실질적으로 조치가 취해지는 날은 언제냐고 묻자 “알 수 없다”며 “지금 벌여놓은 일들도 처리가 곤란한 상태”라며 애매한 답변을 했다. 현재 모집질서대책반에 이같은 민원 접수가 너무 많아 오래전부터 조사진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에 따라 조사할 여력이 없으니 무조건 기다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박 검사역은 “기사도 알아서 써달라”는 무성의한 답변만으로 전화를 마쳤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불법은 불법인데 금감원에서 확실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조사가 이뤄져서 어떠한 제재조치가 내려져야 기업들의 이러한 상황이 시정조치 되거나 변화된다”며 “금감원의 만사태평인 태도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는 점점 늘어나며 보험사들의 허세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라고 성토했다.

또한 “비단 제일화재를 비롯한 어떠한 보험사가 불법영업을 한들 하나밖에 없는 보험감독국에서 조차 ‘담 넘어 불 구경 하듯’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금감원의 업무태만 때문에 지금도 보험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민원(=진정서)을 넣고 금감원의 답변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민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더라도 대부분 보험사와 소비자간의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보험분쟁이 발생했을 때 명시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민원 상담 받기는 하늘에 별따기”라고 주장하는 한 소비자는 금감원으로 전화도 해보고 메일도 써봤지만 기다려 보라는 말만 들었다며 “금감원에 대한 기초적인 인력 재정비 작업도 금감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의식작업과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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