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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연
"미군은 형사재판권을 포기! 부시는 공개 사과! 불평등한 SOFA(한미행정협정) 개정!"

효순이, 미선이가 미군 장갑차에 깔려 세상을 떠난 지 벌써 49재가 열린 31일 오후 6시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

이날 이곳에는 행사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미군장갑차 살인사건 희생자 故 신효순, 심미선의 49재 추모제를 위해 4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행사는 92년 처참하게 살해당한 윤금이, 97년 햄버거 가게에서 미군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조중필, 99년 동두천 이정숙씨 살해사건, 2002년 미군부대 고압선 감전으로 사망한 전동록씨, 그리고 미군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신효선, 심미선 두 여중생 등 미군의 횡포 앞에 쓰러져간 피해자들의 아픔을 형상화한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이어 조희열 무용학원의 '효순이, 미선이의 넋을 기리기 위한 살풀이' 공연과 대전지역 노래패 '느티나무'의 추모곡, 이영배(세일고 교사)씨의 추모시 낭독, 이혜인(참교육 학부모회 대전지부 조직부장)씨의 사건경위 및 투쟁과정 설명이 진행되었다.

ⓒ 정세연
대전여민회 김경희 사무국장은 추모사에서 "49재 추모제에 참석한 우리 대전 시민들은 두 여학생 영전에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한다"며 '공동 진상조사단 구성과 부시의 사죄, 살인부대 미군 폐쇄, SOFA 개정'을 촉구했다.

청소년 문화공동체 '청춘'의 김가영(15)양의 추모편지는 참석자들은 물론 지나는 시민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너희의 죽음으로 지금은 나도, 우리 사회도 반성하고 있어. 더 이상 너희처럼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이제 남은 우리가 끝까지 싸울 거야."

49재가 추모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리한 시민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해 연신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충청총련 민요패 이은정(24)양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을 잊지 말자'는 의미의 추모곡을 불렀다.

김창근(녹색연합, 행위예술가)씨는 삭발을 한 후 자신의 머리카락에 먹물을 묻혀 하얀 천에 글씨를 써내려 갔다. "아악, 차마 이루지 못한 내 누이의 푸른 꿈". 그는 두 소녀의 푸른 꿈망울이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린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49재 추모제가 끝나갈 무렵 '故 심미선, 신효순'의 영정이 무대앞에 놓여졌고 영정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국화는 추모제에 함께한 시민들의 손에 한 송이씩 주어졌다. 시민들은 손에 든 국화를 미선이와 효순이의 영정 앞에 조용히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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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는 한동안 계속되었고, 헌화를 마친 시민들은 이제 촛불을 들고 다짐했다.

"효순아, 미선아, 너희를 이제는 가슴에 묻어야 하지만 너희의 죽음은 결코 잊지 않을게. 너희의 한을 남은 우리가 꼭 풀어 줄께."

한편, 이 날 오후5시, 대전역에서 으능정이 거리까지 심미선, 신효순양의 영정과 상여를 들고 행진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상여를 들고 행진을 할 수 없다며 장례 행렬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대전지역 49재 준비위와 경찰 간에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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