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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 국무총리 서리가 지난 15일 오전 민주당 여의도 당사를 방문, 한화갑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장상 국무총리 서리가 지난 15일 오전 민주당 여의도 당사를 방문, 한화갑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장상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회는 7월 29∼30일 이틀간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후 다음날인 31일 인준여부에 대한 투표에 들어간다.

장상 총리 내정자는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찬사와 함께 아들의 국적문제, 학력 허위기재 논란, 아파트 불법 증축과 부동산 투기 의혹논란, 친일파 '김활란 상' 제정 논란 등 각종 도덕성 시비에 중심에 서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미리보는 인사청문회'에 이어 여성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 측의 기고를 받았다.<편집자 주>



"최초의 여성총리, 정권말기 희생양 안돼야"
- 은방희 여성단체협의회 대표

은방희 대표
은방희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새로이 시작되고 있는 21세기는 정보화를 화두로 하는 지식기반사회로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감수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21세기에 강조되고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은 자연 환경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조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사회 환경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이를 위한 전제조건의 하나가 바로 평등의 실현을 위한 열린 자세이다.

오랜 동안 사적인 영역에만 묶여 있던 여성들이 공적인 영역에 진출하여 제 목소리를 내고 이를 통해 남성과 동등하게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마인드는 남성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잔존하여 여성인력 활용은 저조한 상황이고 특히 정치나 의사결정직에의 여성의 참여는 수치상으로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특별히 정치분야는 아직까지도 남성 고유의 영역으로 남아 있어 여성들의 참여가 극히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여성이 국정을 책임지는 국무총리에 임명된 것은 남녀평등의 실현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앞으로 자라나는 미래세대에 훌륭한 역할모델을 제시하는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성계는 장상 총리의 임명을 매우 환영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상 총리를 옹호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거나 오히려 여성의 발전과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보자. 작금의 논란이 올바른 시각에서 총리의 자질을 평가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볼 때 여성 총리가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가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옹호하지 않아도 되는 공정한 평가가 가능한 환경이나 조건을 가졌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군 통수능력 운운은 남녀차별 발상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는 시비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대통령 유고시의 군 통수 능력'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장상 총리가 군사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국무총리의 자격에 군사 전문가이어야 한다는 항목이 있는가? 왜 지금까지 다른 어떤 총리의 임명에도 제기되지 않던 군 통수 능력이 문제로 제기되었나.

그야말로 사내아이들의 전쟁놀이나 총싸움이 남성들의 군 통수 능력을 위한 훈련이었다는 우스운 주장이 아닌 바에야 여성이라서 군 통수 능력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남녀 차별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눈을 크게 뜨고 보라. 바로 얼마 전까지 세계 제일의 군사 강대국 미국의 국무부를 책임지던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두 번째, 총리서리의 위헌논란이다. 총리서리 제도는 제1공화국 시절부터 있어왔던 관행으로 가깝게는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총리로 임명되었던 세 사람 중 두 명이 총리서리를 거쳐 총리직에 임명되었다. 물론 잘못된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왜 하필 지금인가? 과연 이같은 발목잡기를 총리서리 제도 자체의 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세 번째, 아들의 미국국적 문제이다. 이 부분은 우리 사회가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점으로 그동안 정치인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기피와 이를 위한 외국국적이 논란이 되어 왔고, 여러 인사들이 이 점이 문제가 되어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하였다. 냉전의 종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에게 있어 '병역의 의무'는 국민으로서 가장 중요한 의무의 하나이며, 특히 지도층이 모범이 되어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함은 당연하다.

장상 총리 아들 국적문제의 경우, 미국은 국적에 있어 속지주의를 취하고 국적의 선택을 당사자가 18세가 된 후에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어서 포기할 수 없으며 우리나라는 이중국적을 금지하고 있었으므로 당시의 한국 국적 포기는 병역기피로 비난할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는 바로 얼마 전까지 세계 4강의 월드컵 신화를 만들어낸 히딩크 감독에게 전 국민이 열광했다. 그에게 명예 시민증을 수여했고, 그를 귀화시키자는 말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그가 외국인 감독이었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면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4강이라는 결과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같은 글로벌시대에 가족의 외국국적 보유를 백안시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다. 오히려 정치권의 현실을 생각하면 한번쯤 외국에서 훌륭한 정치인을 수입해 정치권을 쇄신해 보면 어떨까 하는 유쾌한 공상까지도 하게 된다.

그 외에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 우리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의 와중에 빈부격차가 커졌고 이로 인해 가진 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그렇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된 부가 아닐 진데 모든 땅 가진 자들이 부동산 투기꾼은 아닐 것이다.

학력 허위기재 논란도 그렇다. 이력서 상으로도 영문표기가 분명히 Doctor of Philosophy 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로 밝히고 있고 이 학교는 신학분야에서는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도 유수의 명문인데 마치 프린스턴(Princeton) 대학의 이름을 팔아 학력을 속인 파렴치한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이래서야 어느 여성 지도자가 평생 공들여 쌓아온 이력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을 내고 가족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히는 것을 감수하고 공직에 나가 자신의 식견과 경험을 국가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

총리 자질의 핵심기준은 국정 수행능력

이처럼 장황하게 이야기한 것은 결코 장상 총리를 비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물론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 대한 도덕성이나 자질의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며 장상 총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초 여성 총리라는 이유로 모든 문제를 덮어줄 수는 없다.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를 가지고 검증되어야 한다. 장상 총리도 명확한 답변이 있어야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시인과 사과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론몰이 식으로 흠집을 내어 정권말기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총리의 자질을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의 국정 수행능력이다. 장상 총리는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 교육자이면서 경영마인드를 가진 최고경영자로서의 능력과 좌중을 주도하는 장악력을 가진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보야 하는 하나는 이런저런 시비가 아니라 바로 총리로서의 국정 수행능력인 것이다.

여성과 남성은 적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은 동반자이며, 여성들의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요구되는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의 반영을 통한 조화로운 사회의 건설을 위한 필수조건인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을 축하하며, 공정한 시각에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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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과거'와 여성정책 분명한 입장 밝혀야…"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남윤인순 사무총장
남윤인순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첫 '여성총리' 탄생에 대해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더니 아들 국적문제, 김활란상 제정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총리서리의 도덕성과 역사관에 대한 시비가 정치 쟁점화 되었다. 고위직 공직자의 자질 검증과 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민할 지점이며 비단 장상 총리서리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문제가 있음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임승차할 수 없을 것이며 여성계도 무조건 지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반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총리에 대한 자격검증을 할 때 부정적이고 성차별적인 시각에서 폄하한다면 이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과거 여성각료에 대한 언론의 비우호적 태도로 중도 하차하는 경우도 있었다. 약간의 실수를 과장해서 집중 보도하면서 여성은 정치적 능력이 없다는 이미지를 계속 전파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김무성 의원이 대통령 유고 운운하면서 "국방을 모르는 여성이 총리자격이 없다"는 성차별적인 망언을 했을 때도 일부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보다는 사실보도 기사를 내보내 '암묵적인 동조'를 하였다.

또 정치권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아들 국적 문제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문제의 본질을 제쳐둔 채 정쟁화해서도 안될 것이다. 아들 국적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정치적 계산을 하면서 장상 총리서리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이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이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냉정하게 장상 총리서리에 대한 자격검증을 해야 할 때이다.

여성총리 탄생의 역사적 의미

사실 처음 장상 총리서리 임명이 알려졌을 때 여성계는 환영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속으로 의혹을 갖기도 했다. 여성의 권한척도가 세계 64개국 중 61위이고, 각급 의회에서 차지하는 여성 의원 비율이 광역의회 9.3%, 기초의회 2.2%, 국회의원 5.9%인 수준이고,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이 3.7%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총리만 여성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여론무마용 정치적 깜짝쇼'가 아닌지, 또 온갖 부패는 남자들이 다 저질러 놓고 청소하는 일에 여성을 앞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찜찜함도 있었다.

그러나 DJ 정권이 여성에게 정치적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환영과 기대로 여성계는 입장을 정리했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뒤떨어진 우리나라에서 최고 여성지도자가 나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므로 여성총리의 탄생은 그 자체로 파격이고 상징적인 사건인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여성 지도자들이 국가를 이끌고 있고, 이는 21세기가 여성의 세기라는 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또 우리 사회처럼 성차별적인 역할 모델이 분명한 나라에서 여성이 총리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고정된 성역할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역할모델이 된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프랑스 최초의 여성총리인 에디트 크레송이 남성 각료와 부딪히고 언론에 시달리다 1년이 안돼 물러났지만 그의 퇴임 이후 남녀동수 정당명부제가 결실을 맺어 여성의원들이 대거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성총리는 이처럼 의식과 제도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총리서리가 밝혀야 할 것과 사회지도의 덕목

장상 총리서리는 어느 날 갑자기 총리 임명을 받았다. 역대 총리 중에서 각료활동을 하다가 총리가 되는 경우보다 대학총장, 또는 정치인이 총리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준비되지 않은 총리라는 시각은 버려야 한다. 장상 총리서리는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을 담아왔고 대학의 총장을 지낸 사람이다. 장상 총리서리의 경영능력, 조정력, 정치적 중립성은 대통령 아들 비리로 얼룩진 부패정국 수습, 중립적인 선거내각 구성 등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특히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여성총리 임명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리더십이 남성성으로 표준화되어 있었다면 이제 여성성에 기반한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다. 민주성, 배려의 윤리, 다양성의 조화 등 여성 리더십의 덕목이 새로운 리더십의 기준으로 세워져야 한다. 장상 총리서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의 역사관과 국정운영 철학을 분명히 밝히고 최근 논란이 벌어진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은 사회지도층이 갖추어야 할 도덕적 기준이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너무 파헤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의 사생활은 공인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의 영역에 포함된다. 장상 총리서리 아들의 국적문제는 당연히 총리서리가 되기 전까지는 사회특권층 자녀들이 누리는 사생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총리가 되려면 아들의 국적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아마도 국민들은 장상 총리서리가 사회특권층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답변을 한다면 실망할 것이고, 미국 국적을 택한 경과에 대한 해명을 듣고 국적문제가 어떠한 탈법과 부정행위와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국민들도 너그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사회지도층이 온갖 특권을 다 누리면서 그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는 모습에 실망하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또 '김활란 상' 제정과 관련해서 김활란씨의 정신대 참여 독려 등 친일 행적을 이유로 상 제정을 반대한 여성계와 이대 총학생회의 여론을 수용해서 강행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국민에게 밝혀주길 기대한다. 아마도 장상 총리서리의 역사관을 드러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 총리 시절에 주장했던 교육정책 등을 포함해 여성정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주고 부패청산과 중립선거내각 구성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주길 기대한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차분하게 검증해야

미국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직자의 재산 형성과정, 과거행적, 소신, 정책, 도덕성 등 철저한 검증절차가 이루어진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세계 시민으로 성장한 우리 국민들이 의식은 많이 성숙해졌다. 사회 지도자가 가져할 덕목과 자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판단과 기준을 갖고 있다. 국민들은 사회지도층이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부패를 저지르고 보통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것을 피해가고 그러한 사실에 대해 은폐하려고 할 때 사회 지도층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질문을 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국민들은 정치를 외면할 것이다. 그동안 각종 청문회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근거를 갖고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폭로전과 여론몰이로 얼룩져 왔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국민에 기대에 부응하는 차분한 청문회가 되길 기대한다.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문제에 대해서 장상 총리서리가 명쾌하게 답변해주고 해명한다면 역사적인 여성총리 임명의 의미를 살려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지도자에게 역사의식과 도덕성은 필수"
조세열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 사무총장

▲ 조세열 사무총장
장상 총리 내정자 지명은 첫 여성 총리 탄생이 가지는 긍정적 의미를 감안하더라도, 간과할 수 없는 결정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여성계의 전폭적인 지지와 일부 정치권의 환영이 있었음에도 세간에 분분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인선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반증일 것이다.

현재 언론에 의해 백화점식으로 거론되는 각종의 의혹들은 매우 낯익은 이 사회의 병폐들이라는 점에서 교육계와 여성계의 중망을 받고 있다는 총리 내정자의 면모와 도대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지도층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올바른 역사인식과 도덕성은 책임 있는 고위공직자 선출에 있어 일차적 잣대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회 전체의 기강과 가치관의 측면에서 따져보아야 할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장상 총리 내정자는 많은 결함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째, 그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친일 죄상이 뚜렷한 김활란에 대한 기념사업을 적극 추진한 그릇된 역사 인식의 소유자다. 김활란의 반민족행위를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거니와, 이를 적극 비호하면서 한국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여성지도자라는 찬양에 이르면 더 이상 이성적인 논박을 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게 한다. 출신 모교나 스승을 위해 맹목적 충성을 할 수 있을지언정 국정의 대체를 가늠하고 미래를 설계해나갈 지도자로서는 함량 미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둘째, 도덕불감증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니건만 이제 도덕성 부재는 지도층의 일상이 되고 만 느낌이다. 아들의 국적 선택과 병역문제, 부동산과 학력 시비에 대한 논란은 준법과 불법이라는 단순 도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로서 복무할 수 있는 충분한 도덕적 자격이 있다고 납득할 수 있는 국민 정서상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솔직한 자기비판은 차치하고 임기응변으로 넘어가려는 안이한 현실인식이야말로 책임있는 위치에 서지 말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장상 총리내정자의 역사인식에 대한 강변과 구설수에 대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가 책임은 회피하고 특권은 향유하는 이 사회 지도층의 폐습을 골고루 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현정권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많은 부분 인사의 난맥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개혁을 줄기차게 외쳐온 정권이 제대로 된 개혁 내각을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은, 이 정권의 한계일까 개혁세력의 한계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도층에게 있어서 역사의식과 도덕성은 능력과 업적에 앞서 엄중하게 검증되어야 할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 하겠다. 거기에 개혁성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막중한 자리는 미리 사양할 줄 아는 겸양과 지혜가 있어야 당사자와 가족은 물론 나라와 국민 모두에게 다행한 일이 될 듯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 <오마이뉴스2002> 제12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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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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