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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낮 12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소환장을 발부 받은 한총련 학생들이 경찰청으로 자진 출두하려 했으나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19일 낮 12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소환장을 발부 받은 한총련 학생들이 경찰청으로 자진 출두하려 했으나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한국대학생총학생연합(이하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을 철회하고 합법화를 주장하는 민주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소환장을 발부받은 한총련 10기 대의원 학생들이 경찰청으로 자진 출두하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가 19일 '10기 한총련 의장 석방,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합법화를 위한 민주사회단체 지도자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가 19일 '10기 한총련 의장 석방,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합법화를 위한 민주사회단체 지도자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유창재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9일 오전 10시 15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2층 느티나무 카페에서 '10기 한총련 의장 석방,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합법화를 위한 민주사회단체 지도자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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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대의원, 소환에 ' 공개출두 ' 맞서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한총련 10기 대의원 20여명이 자신의 소속을 밝히는 피켓을 목에 걸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각층 인사 뒷편에 서서 함께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자칭 '국민의 정부'라는 정부가 이미 죽은 법이자 악법인 국가보안법의 잣대로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에 대한 논란을 벌이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라며 "한총련이 합법한 방법으로 의장, 대의원을 구성했는데도 연행·수배하고 이적성을 제시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한총련 10기 대의원 이재희군

▲ 한총련 10기 대의원 이재희군.
ⓒ오마이뉴스 유창재
"대선 후보인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판사와 변호사 출신으로 법을 잘 아는 분들이니까 묻고 싶습니다. 지금의 국가보안법 기반이 얼마나 법적으로 정당한지를."

한총련 10기 대의원 이재희(28·항공대·서부총련 의장)군은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법조인 출신이기에 국가보안법의 부당함을 잘 알 것이며, 이에 즉각 철폐의 결정을 내리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군은 "정부가 한총련이 북한의 지시를 따르는 것도 아니고, 단지 북한의 이론과 비슷한 주의를 가졌다해서 이적단체로 보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며 "우리가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민족적 통일에 토대를 두고 활동을 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대선 후보들과 정부 관계자에게 "정부가 학생들이 뽑은 대표자들이 법적 근거에 따라 합법적으로 활동하는데도 불구하고 600여명의 수배자를 만들어낸 것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로 가고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 유창재 기자
천 의원은 또 "정부도 이제는 온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고 한총련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도록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는 문화·종교·여성·정당·민중 등 각계각층 인사 총 1066명이 참여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이 땅의 젊은 대학생들이 푸른 양심과 자유롭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스스로 건설하고 운영하는 학생자치 기구인 한총련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민주적 기본권을 향한 거친 탄압"이라며 "이 모든 탄압이 6·15 남북공동선언에 상처를 내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안타깝고 불행한 행동이라는 것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밝혔다.

특히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선출된 한총련을 계속해서 이적단체로 규정할 근거가 없어진 상황에도 계속 이적단체구성으로 처벌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며 "학생들의 자치기구는 보호돼야 하고, 해마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수배자로, 구속자로 살게 되는 어두운 현실은 마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밖에서는 한총련 학생 80여명이 비를 맞으면서도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철회, 통일을 방해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6·15 공동선언 이행' 등 구호를 거리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한총련 학생 80여명은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총련 이적 규정 철회' '국가보안법 폐지' '6·15 공동선언 이행' 등을 촉구했다.
한총련 학생 80여명은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총련 이적 규정 철회' '국가보안법 폐지' '6·15 공동선언 이행' 등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선수 변호사는 "한총련이 이적단체에 가입됐다는 주장에 대해 상식적으로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한총련을 내용적으로 검토해 따져보지 않고, 또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하는 것은 최소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인정될 수 없다"고 단정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한총련 학생들에게 보낸 소환장은 일종의 탈퇴 요구서로 '반성하는 경우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한총련 학생들의 행동이 범죄일 수 없고 그 자체가 범죄가 아닌 것을 인정한 것이며, 우리 사회 전체(대학)를 불법화하고 범죄의 온상으로 찍고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점들을 근거로 대책위는 학생들 내면에 있는 양심을 포기하게 만들고 외부적으로 사상과 양심을 처벌하려는 정부의 인권 침해 행위와 위헌적 법적용을 명백히 밝힐 것이며, '한총련 이적규정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국제사면위원회 엠네스티(본부 영국 런던)에서 오는 8월 중에 한총련 인권문제를 주제로 국제적인 캠페인을 기획중이라고 전하고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알렸다.

빗속의 외침 "소환장 발부했으면 잡아가지 왜 안잡아가"

경찰은 서대문역 출입구를 통해 경찰청으로 향하려는 한총련 학생들을 원천 봉쇄했다.
경찰은 서대문역 출입구를 통해 경찰청으로 향하려는 한총련 학생들을 원천 봉쇄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1000인 선언 기자회견 이후 오후 12시 대책위 관계자와 소환장을 발부받은 한총련 10기 대의원 이재희(28·항공대)군을 포함한 학생들 100여명은 경찰청장 집단 공개면담을 촉구하고 경찰청으로 향했다.

거세게 몰아치는 비를 맞으며 앞장선 한총련 대의원들 뒤로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쓴 학생들이 따랐다. 하지만 사전에 연락을 받은 경찰은 경찰청으로 향하는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출입구를 봉쇄하고 학생들의 방문을 막았다.

한총련 학생들이 "소환장을 발부해가며 잡아들일 적은 언제고 집적 찾아왔는데 막아서는 것은 무슨 이유냐"하며 거세게 항의하자, 경찰 측은 "점심시간에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불법집회를 중단하고 학교로 돌아가세요"라며 막아섰다.

"철폐 국가보안법, 한총련은 정당하다, 이적규정 철회하라"며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이 출입구를 막고 서 있는 경찰을 거세게 밀어붙였지만, 위쪽에서 막아선 경찰을 뚫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마이크폰으로 "고생하셨어요, 계속해서 밀어대면 여러분의 동료가 다칩니다"며 학생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자 했다. 이에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며 소환장을 보이고 "우리들을 잡아가라"며 대치했다.

대책위 강위원 집행국장은 "학생들이 신청하는 면담신청서를 받지 않기에 어른들이 합법적인 명의로 공개 면담을 접수했는데, 이렇게 지하철역에서 막아서는 것은 경찰이 대화를 회피하는 것"이라며 "한총련 학생들 150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한 경찰이 자진 출두하는 학생을 막는 것은 평화적, 공개적, 합법적인 한총련에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경찰청으로 향하고자 학생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 사이의 대치 상황은 1시간 이상 계속됐지만, 결국 학생들은 경찰청 방문을 하지 못하고 오후 1시 30분께 자진 해산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태를 통해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의 부당성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학생들이 민주주의와 국민의 생존, 민족자주를 위해 분투할 수 있도록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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