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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신문들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지방지의 존립기반이 극도로 취약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방지 경영난의 이유가 중앙지들이 자본우위를 앞세워 지방시장을 약탈적 수법으로 침탈해 지방지 시장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중앙지는 지방지와 경쟁하지 않는다. 어느 중앙지가 지방지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가? 제대로 된 지국도 없고, 그에 따라 제대로 된 보급망도 갖춰져 있지 못하며, 지방자치단체에서 내 준 기자실에 상주하는, 자기 사무실 하나 운영할 경제적 능력도 갖추지 못한 대다수 지방지이다.

지방지의 발행부수라든지, 구독부수 등이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관공서와 유관기관에서 보는 부수와 지역유지, 지역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울며겨자먹기로 보는 부수를 제외하곤, 실제로 필요에 의해 지방지를 구독하는 시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신문을 구독한다면 첫번째 중앙지를 구독한다. 그리고 나서 지방지 구독을 고려할 것이다. 이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지방지는 중앙지에 보충적인 성격을 가질 뿐, 독자적이고, 완결적으로 신문으로써 얻고자 하는 정보를 모두 제공해주지는 못한다.

경기도 내에 10여개의 지방지가 있는데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다. 대부분 행정보도를 중심에 두고 있어, 이쪽 신문의 기사와 저쪽 신문의 기사가 문구하나 틀리지 않게 보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앙언론이 공짜신문에 비싼 경품까지 끼워 무차별 살포하는 것이 잘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지방지의 독자를 빼앗아가지는 않는다. 왜냐면 독자들은 중앙지를 볼 것인가, 지방지를 볼 것인가를 선택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일차로 중앙지를 본다. 둘째로 지방지 구독을 고려한다. 그것도 주변의 강압적 권유 내지는 인간적 관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중앙지는 중앙지들끼리 물고 뜯고 싸우는 것이다. 지방지는 지방지끼리 광고와 관공서 구독부수를 놓고 싸운다.

지방지 중앙지 때문에 망하는 것 아니다.

98년 IMF의 폭풍을 맞으면서도 지방지는 살아남았다. 당시 일반기업체들도 무너지는 상황에서 대다수 지방지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기도 내 10여개 지방지가 줄어들었느냐 하면 오히려 늘었다. 기이한 현상이다.

중앙지는 시장의 상품으로서 독자영업을 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지방지는 독자확보를 위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다. 지방지 스스로 상품으로서 판매에 신경쓰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지의 독자는 누구일가? 지방지의 독자는 일반시민들이 아니다. 그러니까 경품을 줄 이유도 없고, 공짜신문으로 구독을 늘리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방지의 주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광고주들이다.

지방지가 망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정상적인 급료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신문발행에 있어 가장 많이 비용이 드는 부분은 인쇄비와 인건비이이다. 인쇄비 부분은 어쩔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인건비는 막대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일간지에 취직해서 받는 초임이 얼마인지 아는가? 그리고, 경력 10년차의 지방지 주재기자가 받는 월급이 얼마인지 아는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리고 기자들에게 직접 광고까지 시키니, 기자는 취재와 기사작성뿐 아니라 광고 영업까지 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방지가 망한다면 그것은 시장(독자, 광고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중앙지 때문은 아니다.

지방지 시장 위축되고 있다. 과거에는 중앙지와 지방지에 대기업광고가 나눠먹기식으로 되었는데, 갈수록 중앙지에 치중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광고주인 대기업이 광고효과를 위해 중앙지 위주로 광고를 배정하고, 효과가 적거나 없다고 판단하는 지방지에 광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신문이라고 무조건 광고 주는 시대는 지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문시장 또한 독자와 광고주의 요구를 외면하면서 살아남을 수 없다. 지방지가 지금까지 유지해왔다는 점이 더 신기할 뿐이다. 지방지는 지금까지 시장논리의 적용을 받지 않는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지방자치단체와 지역경제인들과의 유기적 결합)으로 유지돼왔다.

중앙지의 전국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이 된다고, 나머지 시장을 놓고 지방지들이 혈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다. 중앙지시장과 지방지 시장은 엄연히 다르다. 마치 신문시장과 잡지 시장이 다른 것처럼, 중앙지는 중앙지의 시장을 형성하고 지방지는 지방지의 시장을 형성한다.

지방지들은 투쟁하라?
지방지들이 언론운동 차원에서 연대하여 독점-거대자본의 약탈적 횡포에 맞서 투쟁하라는 주장은 황당하다. 중앙지와 지방지가 하나의 시장을 놓고 싸우는 형세로 파악하기 때문에 투쟁해서 제몫을 찾으라는 얘기다. 거기다가 지난해 3개 지방사가 폐간신청을 하고, 1개사가 폐업신청을 했다며 이를 중앙지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그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묻고 싶다.

중앙지의 과다한 경쟁은 문제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피해자는 과점3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앙일간지들이지 지방지들은 아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집단도산하는 것은 나머지 중앙지들이지 지방지는 아닌 것이다. 중앙지의 영업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지방지 생존의 필요와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지방지는 나름대로의 독자적 생존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부실을 중앙지에 책임을 돌리는 행위는 온당치 못하다. 특히 언론개혁과 정치개혁 차원에서 지방지들이 대통령선거보도에 임하며,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확고한 정치철학을 가진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도록 지방지가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은 그렇지 않아도 선거때만 되면 노골적으로 자사의 이익에 맞는 특정후보 편들기에 나서는 지방지들에게 하나마나한 주문이다. 문제는 중앙지의 지역지 죽이기가 아니라, 지방지 생존의 위한 자체정화와 구조조정이다.

두 가지 큰 테마가 있다. 중앙지의 독과점과 거대언론의 횡포, 그리고 지방지의 횡포와 왜곡된 시장구조. 이 두가지는 별도로 다뤄져야 할 테마라는 생각이다. 거대언론의 횡포를 강조하느라 지방지의 문제가 가려지거나 왜곡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중앙지가 문제가 많은 만큼 지방에서 지방지의 폐해 또한 적지 않다.
자칫 이 두가지 문제를 인과관계 내지는 짬뽕 시켜서 쓸 경우에 죽도 밥도 안되는 기사가 나올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여기서 말하는 지방지는 지방일간지를 말합니다. 지역주간신문은 보통 지역신문이라고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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