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6일 낮 12시 조계종 신도들은 LG건설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16일 낮 12시 조계종 신도들은 LG건설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마이너 제공

조계종 신도들이 '변장스님'을 동원해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을 방해하려 한 LG그룹에 단단히 화가 났다.

조계종 신도 300여명은 16일 오전 11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LG규탄 대회를 열고 "LG는 폭력배와의 결탁을 중지하고 정도경영 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규탄대회를 마친 신도들은 서울역 앞에 있는 LG건설을 항의방문해 LG 카드 절단식과 LG로고에 물풍선을 날리는 행사를 가졌다.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 등 조계종 사찰 소속 신도 300여명은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모여 "승복으로 위장한 폭력배를 동원한데 대해서는 불교계의 종교적 권위를 송두리째 짓밟는 만행이라는 점에서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총무원 사회부장 양선스님은 "지난 11일에 불교정신의 상징인 승복을 착용한 폭력배 160여명이 LG건설 직원과 굴삭기 2대를 앞세우고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터널 반대를 위해 설치한 '북한산 살리기 정진도량'을 폭력으로 침탈하려고 시도한 것에 대해 개탄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조계종 차원에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회룡사 신도회장 김은숙씨는 "지난 11일 북한산에서 관통도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스님들에게 김치를 갖다주려고 농성장을 찾아갔는데, 스님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스님들이 이만큼 모였으니 앞으로 잘 될 것 같다'는 오해(?)를 한 적이 있다"면서 "나중에 그 '변장스님'들이 폭력배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신도들의 손에는 "총무원장스님 고소하더니 이번에는 승려위장 폭력배를 고용하는가?" "몸에는 문신, 입에는 담배, 승려복장 폭력배들, 삼보(부처, 가르침, 승단)를 모독하는 LG만행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긴 피켓이 들려 있었다.

조계사 대웅전 옆에는 "LG는 폭력배와의 결탁을 즉각 중지하라"는 플래카드와 지난 7월 11일 승려위장 폭력배 동원 사태에 관한 조계종의 입장이 적힌 가로 세로 3m크기의 천이 걸려있었다.

규탄대회를 마친 신도 300여명은 버스 5대를 빌려 타고 서울역 앞에 있는 LG 건설에 항의방문을 하려고 했지만 경찰들이 LG 건설 정문을 지키고 있어 무산됐다.

오후 12시 10분 경에 도착한 신도들은 LG 건설 앞에서 LG건설 사장이 나와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LG측이 신도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LG그룹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LG카드를 절단하는 행사를 가졌다. 또 LG 그룹의 반도덕성과 반환경성을 규탄하는 의미에서 물풍선 30여개를 정문 앞에 붙어있는 LG로고를 향해 던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1신:7월15일 오전 11시40분>절 떠난 승려들의 250여일 장기농성

11일 100여명의 가짜 승려들이 농성장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다.
11일 100여명의 가짜 승려들이 농성장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다. ⓒ 불교환경연대

지난 11일 오전 북한산 원각사 입구에서는 이상한 풍경이 목격됐다. 삭발하고 승복을 입은 180여명의 건장한 사람들이 버스에서 동시에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원각사 입구에서 10여 미터 높이의 망루를 설치하고 250여일째 북한산 관통도로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는 스님들과 환경단체 인사들은 순간 긴장했다.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이 더 이상 지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LG건설측에서 고용한 용역깡패일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관련
기사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 저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날 농성단들이 우려됐던 상황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농성단이 이 사실을 각 언론사에 '긴급타전'했고, 각 언론사에서 부리나케 카메라를 메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다음날인 12일 농성단측에서는 <오마이뉴스>에 다음과 같은 '긴급취재' 요청을 해왔다.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북한산 원각사 입구에 11일 아침 LG 건설에서 고용한 용역깡패 100여 명이 농성장을 해체하기 위해 진입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농성장을 지키기 위해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참여가 어려운 밤과 새벽에 깡패들의 폭력철거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승려복 차림에 머리깎은 건장한 사람들은 '용역깡패'?

11일 오후 경찰과 기자들이 나타나자 사라지는 승려들.
11일 오후 경찰과 기자들이 나타나자 사라지는 승려들. ⓒ 권우성
14일 새벽에 용역깡패가 농성장을 강제철거하기 위해 침탈한다면 그 현장을 <오마이뉴스>가 보도해 달라는 요청이다.

기자는 14일 새벽에 벌어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3일 저녁 6시에 양주군에 있는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 농성장으로 향했다. 7월 13일은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을 벌이기 위해 수경 스님을 비롯해 북한산 주변의 사찰 승려들이 '절'밖으로 나온 지 250여일째 되는 날이고, 기자가 지난 4월12일 북한산 농성장을 첫 방문한 날로부터 3개월하고 하루가 지난 날이었다.

약 3개월 동안 농성장 주변은 많이 변해 있었고, 스님들이 기거하는 농성장은 강제철거를 대비하기 위해 '요새화'돼 있었다.

농성장 주변 69번 국도 도로변에는 공사현장과 도로를 분리하기 위해 철재펜스가 쳐 있었고, 펜스 안에는 아스팔트 포장만을 남겨 둔 도로가 이미 나 있었다. 그동안 공사가 꽤 진척됐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을 맡은 LG건설에 맞서 외롭게 싸우고 있었던 최갑례 할머니(69세)의 집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농성장 길목에는 의정부지원이 농성장을 상대로 발부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표지판이 우뚝 서 있었다. 오후 늦게 방문한 탓인지 농성장으로 진입하는 등산로에 바리케이트를 쳐놓고 등산객들의 신분증 조회를 했던 LG건설 직원들은 만날 수 없었다. LG 건설 직원의 신분증 조회는 피할 수 있었지만 농성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농성스님'에게 신원조회를 받아야 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오마이뉴스>에서 취재나왔습니다."
"미리 연락은 하셨습니까? 명함 좀 보여주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스님들은 농성장을 '요새화'했다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 저지를 위한 농성장.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 저지를 위한 농성장. ⓒ 권우성
농성장과 LG공사 현장 사이에 흐르고 있는 냇가 위에 임시로 설치된 '철마교'를 건너기 위해 철문 하나를 지나야 했고, 농성장 입구에 도달하기 위해 또 하나의 철문을 통과해야 했다. 삼엄한 경비였다. 언제 용역깡패들이 쳐들어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힘없는 스님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경비였다. '농성스님'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기자가 농성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9시경. 이미 농성장에는 만약의 '사태'로부터 농성장과 스님을 보호하기 위해 녹색연합 환경활동가와 녹색친구들, 대학생 등 17명이 도착해 '비상대기중'이었다. 이들은 숙소배정을 마치고 불침번 조를 짜고 있었다. 기자는 농성장의 '좌장'격인 수경 스님을 만나기 위해 철마선원(임시로 만든 선원) 옆에 마련된 스님의 거처로 이동했다.

"600여명의 용역깡패들이 기습적으로 쳐들어오면 힘없는 우리가 어쩌겠소. 망루 설치하고 농성장 앞에 성벽모양의 모형을 만들어놓았다고 하지만 그건 그냥 액션이지. 용역깡패들이 마음먹고 장비들고 오면 다 박살나는 거지. 600여명이 쳐들어오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 다 내보내고 혼자서 싸워야 할 것 같아. 다른 사람이 다치면 안 되잖아.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황이 나의 결단을 종용하는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어."

수경 스님은 '희생'을 각오하고 있었다. 수경 스님은 환경운동이 불교의 핵심사상인 생명사상을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지리산댐 반대운동, 새만금 반대운동,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을 벌여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계종 종단에서 환경문제를 불교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수경 스님 "불교는 생명사상 실천하는 길, 환경운동에 종단은 적극 나서야"

농성장의 '좌장'격인 수경 스님
농성장의 '좌장'격인 수경 스님 ⓒ 임경환
"조계종 총무원에서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다. '우주 전체는 한 생명이고,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객체란 있을 수 없다'는 불교의 생명사상을 실천하는 길이 환경운동인데 왜 종단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며칠 전에 경기도 북부 주지 스님 200여 명이 여기에 와서 예불을 드리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외로운 생각이 드는지 속에서 눈물이 나더라고."

오후 11시경. '농성장 지킴이' 17명은 농성장 건너편에 설치된 천막에서 밤을 지새우기 위해 '철마교'를 건넜다. 지킴이들은 3명씩 조를 짜고 1시간씩 교대로 불침번을 서면서 만일의 사태를 준비했다. 농성장 안에서도 2-3 명의 인원이 내부를 지켰다. 수경 스님 방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새벽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기자가 목도한 스님들의 생활은 그 자체로 '친환경적'이었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산을 망쳐온 것은 사찰과 스님들"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농성단에 참가하는 스님들은 철저하게 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음식찌꺼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배춧잎으로 밥그릇 안 쪽을 닦거나, 쌀뜸물로 설거지를 했다. 또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흐르는 냇물로 세수했다.

기자도 냇가에서 세수를 하다가 모형 공룡알 2개를 발견했다. 설치미술가 최병수 씨의 작품이다. 상처받은 자연에 '원시성'을 불어넣기 위한 최 씨의 노력 덕분이다. 최 씨는 농성장을 '요새화'시킨 주인공이다. 망루를 포함해 농성장 안에 있는 10개 건물은 최 씨의 손에서 나왔다.

석달 전에 네 채에 불과하던 건물이 최 씨의 작업으로 10개로 불어났다. 뿐만 아니라 성벽과 망루 증축도 모두 최 씨의 노고 덕택이다. 강경하게 '투쟁'을 외치는 농성장이 인간과 환경이 조화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최 씨도 수경 스님처럼 이번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에 '생명'과 최 씨의 분신인 '연장도구'를 다 바쳤다. 용역깡패들이 농성장을 침탈하기 위해 몰려오면 망루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을 각오다. 최 씨는 "용역깡패들이 물대포를 쏴 망루를 쓰러뜨린다고 하더라도 내려오지 않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10여m의 높이의 망루 위에서 생활하고 있는 최 씨의 방에는 이미 며칠을 견딜 수 있는 비상식량과 생활도구는 구비돼 있었다.

농성장을 환경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최화백

최병수씨가 망루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최병수씨가 망루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 임경환
"이번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이번 싸움에서 진다면 다시는 환경운동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국립공원에 터널이 뚫리는 일이 생기면 앞으로 또 다른 국립공원이 희생될 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북한산 관통도로 사업은 꼭 저지시켜야 합니다. 자연이 없으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습니까? 하늘과 땅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이 존재하는 것 아닙니까? 인간의 편리를 위해 산에 구멍을 내겠다는 발상에 분노합니다."

13일부터 농성장 지킴이로 나선 (녹색세상을 만들어 가는 산악환경 시민모임) 녹색친구들 김두석 큰머슴(회장)은 북한산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스님들의 농성이 250여 일을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는 여전히 국민들의 관심 밖에 밀려나있고, 앞으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LG건설이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많이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로 인해 얻어지는 화강암 값만 3000억원, 민자유치로 인해 거둬들일 수 있는 도로세와 교통세는 어마어마합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LG그룹의 전방위 로비로 인해 언론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11일에도 공중파 방송사와 동아일보·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취재에 나섰지만 한겨레와 중앙일보(영자판)에 사진만 실렸을 뿐 다른 매체의 경우 전혀 보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스님들의 설명이다.

오전 11시경. 녹색연합 '녹색친구들' 회원들은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를 위해 북한산행에 나섰고, 녹색연합 회원 일부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는 의정부 미2사단 앞으로, 나머지 사람들은 당고개역으로 향했다. 당고개역 앞에서 열리는 수락산·불암산 관통도로 저지 지역주민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서울외곽순환(일산∼퇴계원)고속도로 공사가 북한산뿐만 아니라 노원구·도봉구에 위치한 수락산·불암산도 관통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원구·도봉구 주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외곽순환도로는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을 관통한다

14일 오후 1시 노원구 주민들이 수락산, 불암산 관통도로 철회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14일 오후 1시 노원구 주민들이 수락산, 불암산 관통도로 철회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임경환
동북여성민우회, 민주노동당 노원을지구당, 마들주민회 등 노원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락산·불암산 관통도로 반대하는 노원지역 주민 대책위(준)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북한산·수락산·불암산의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관통노선을 철회하고 의정부 외곽으로 돌아가는 우회노선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대책위는 "북한산·수락산·불암산의 생태계와 문화재·사찰환경을 보전할 수 있고 의정부지역과 포천·동두천 등 경기북부 지역의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회노선이 관통노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불암산과 수락산 사이에 사는 상계4동의 주민들은 상계4동으로 고가도로가 지나가면 소음과 대기오염으로 시달려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터널이 완공될 경우 하루 14만대의 차들이 상계3-4동을 지나치고, 이 때 생기는 매연과 소음 피해가 예상된다는 말이다.

상계4동에 살고 있는 노원·도봉 시민연대 이지현 공동대표는 "서울 외곽도로 공사 구간 중 서울에서 유일하게 상계3·4동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불암산 밑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대책위는 결의대회를 마친 후 수락산과 불암산 외곽도로 공사장 주변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돌아오는 길에 북한산 한켠에 농성장에 붙어 있던 '북한산을 죽이지 말라'라는 제목의 고은 씨의 시가 떠올랐다. 대형 걸개그림 속에 써있는 고은 시인의 싯귀 하나하나에는 250여 일동안 절을 떠나 북한산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스님들의 심경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북한산을 죽이지 말라
북한산을 죽이면
그대들도 하나하나 죽으리라
북한산을 살려라
북한산을 살리면
그대들도 하나하나 살리라

북한산을 다치지 말라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을 다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들 하나하나 망하리라

북한산을 가만 두라
천년 뒤에도
북한산을
북한산 그대로 가만 두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조국의 심장 끝내 멈추리라

가만 두라


"LG의 미소 속에 국립공원 다 망가진다"
환경단체들, 그룹 빌딩 앞에서 '기습 집회'

▲ 15일 오후 1시경 여의도 LG빌딩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는 환경단체 회원들.
ⓒ오마이뉴스 권우성
"여스님을 폭행하고, 승려복장으로 위장한 150여명의 깡패를 동원해 농성장을 침탈하려한 LG 그룹을 규탄한다."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 저지 시민·종교연대는 7월15일 오후 1시 여의도 LG그룹 쌍둥이 빌딩 앞에서 북한산국립공원 파괴 도로공사를 강행하려는 'LG건설 기습 규탄집회'를 열고 "국립공원을 파괴하는 도로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용역업체의 무력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산 국립공원 농성장과 수락산·불암산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우고 LG그룹 앞 집회에 참석한 시민·종교단체 회원들의 손에는 '폭력기업 LG, 반환경 기업 LG', 'LG의 미소 속에 국립공원 다 망가진다'는 구호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활동처장은 "수행정진에 힘써야 할 스님들이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로 매일매일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국립공원에 쓰레기 하나 버려도 50만원 벌금을 내는 마당에 환경부가 앞장서 국립공원에 왕복 8차선 도로 허가를 내주고 있는 현실"이라며 정부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녹색연합 최승국 협동사무처장은 "LG 건설의 만행은 북한산 국립공원을 파괴하는 도로공사에 그치지 않고, 도로건설 시행을 앞당기기 위해 LG건설 부사장이 '수경스님이 조작한 것 아니냐'는 낭설을 퍼뜨리고 다닌다"면서 LG의 부도덕성과 반환경성에 대해 지적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국장은 "북한산국립공원·수락산·발암산 관통도로에 대한 민관합동 노선검토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집회가 '불법·기습적'으로 이뤄진데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환경단체들이 정식으로 집회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LG전자측이 자사 제품 판매 촉진대회를 연다는 이유로 7월 한달 내내 영등포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LG측은 사실상 다른 단체 등의 시위를 '원천봉쇄'한 셈이다.

영등포경찰서에 확인해본 결과, 쌍둥이 빌딩 앞은 8월말까지 LG전자측이 '여름철 에어콘 판매촉진대회', 9월말까지는 하나로통신측이 '상품홍보캠페인'을 한다는 이유로 집회신고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도 LG그룹 쌍둥이 빌딩 앞에서는 사측의 '판매촉진대회'는 열리지 않았고, 기습집회가 시작된 지 10여분이 흐른 뒤에 도착한 전경들이 LG 그룹 정문 앞을 가로막았다. / 임경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